"이게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연비 자랑한 국산 세단

K5는 2011년 기아차 최초의 가솔린 하이브리드로 출시됐습니다. 엄밀히 따지면 차 좀 아시는 분들은 기억하실 프라이드 하이브리드가 최초지만, 관공서 등 특수 목적으로 소량 공급됐던 시범작인 데다 포르테 LPI 하이브리드처럼 엔진 구동 없이는 주행할 수 없는 마일드 하이브리드니 이건 논외로 치고요. 드디어 전기만으로도 주행이 가능한 국산 풀 하이브리드 모델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있었습니다.

K5 하이브리드는 함께 출시된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로 앳킨슨 사이클 방식의 2.0L 누우 엔진과 전용 6단 자동 변속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을 탑재, 합산 출력 191마력의 준수한 성능과 무려 1L당 21km라는 뛰어난 연비를 내세웠고, 당시 인기를 끌던 스윕 디젤 세단과 캠리 하이브리드를 정조준했습니다.

솔직히 이게 말이 되나 싶은 수치이긴 한데 이건 과거의 연비 측정 방식을 따른 것이고, 이후 시내 주행과 고속도로, 복합연비를 따로 측정하는 현행 측정 방식이 도입되면서 리터당 16.8km로 하향 조정됐어요. 조정 전에 도요타 프리우스는 무려 29.2km/L였기 때문에 딱히 놀랄 일도 아니었죠.

하이브리드 모델임을 자랑하듯 내/외관 곳곳을 전용 디자인으로 꾸며 일반형 모델과 차별화했고 전동화 시스템을 위한 전용 계기판과 소프트웨어로 미래지향적인 분위기를 뽐냈습니다. 다만 당시에는 기아차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완성도는 둘째치고 대중적으로도 하이브리드의 인기가 높지 않을 때였죠. 지금처럼 하이브리드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진 못했지만 유류비에 부담을 느끼던, 또 얼리어답터 성향이 강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 K5 전체 판매량의 약 14%에 달하는 나름 의미 있는 판매량을 달성했습니다.

특히 경쟁차인 쏘나타 하이브리드가 '블루 드라이브'라는 명칭에 맞게 바다에서 잡아 올린 듯한 디자인을 선보였기 때문에 비교적 보기가 편한 K5 하이브리드가 일부 반사이익을 얻기도 했죠.

비슷한 시기 기존 2.4L GDI 자연흡기 엔진을 다운사이징 추세에 발맞춰 새로 개발한 2.0L 세타2 터보 GDI 엔진으로 대체해 드디어 생김새에 걸맞은 파워풀한 성능을 선사했습니다. 하이브리드와 마찬가지로 그릴 바깥쪽에 검게 칠한 디테일 하나만으로도 분위기가 남달라 보였죠.

고배기량 V6 엔진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엔진인 만큼 같은 배기량의 자연흡기 엔진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경쾌한 성능을 제공한 것이 특징이었고, 같은 엔진을 탑재한 현대 YF 쏘나타, 스포티지 R과 함께 인터넷 슈퍼카 계보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속 성능이 문제가 아니었던 K5의 부족한 주행 품질, 강력해진 엔진에 비해 빈약한 브레이크 시스템으로 이른바 탈국산급의 스포티한 주행 감각을 기대했던 일부 소비자들에게는 실망감을 주기도 했어요.

한편 2012년 초에 진행된 연식 변경, 2013년형 모델부터는 전자식 파킹 브레이크와 단짝인 오토홀드, 자동 주차 시스템 같은 편의 사양과 함께 기존 2.0L 세타2 가솔린 엔진과 LPI 엔진을 신형 누우 엔진으로 변경, 출력과 효율을 개선했습니다.

또 택시나 렌터카 모델에만 제공하던 공회전 방지 장치 ISG를 적용해 경제성에 집중한 모델인 '에코 플러스' 트림도 신설됐는데, 이거 정차 중에 D가 아닌 중립인 N에 넣어야 오토스탑이 작동하는 특이한 방식이었죠. 아마 택시 부활차 타시는 오너분들은 지금도 모르시는 분들이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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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연식 변경에서 옵션 구성이나 내/외관 디테일 일부가 변경되는 일은 있었지만, 이렇게 파워트레인이 바뀌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인데 같은 해 출고된 차량임에도 기간에 따라 탑재된 엔진이 다른 것이니 중고차 구매하실 때 꼼꼼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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