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어스골퍼] 골프볼에 줄을 긋는 것이 도움이 될까?

라운드 시작 전 새 골프볼을 꺼내서 정성스럽게 줄을 긋는 골퍼들이 있습니다. 뭔가 고수의 느낌이 나기도 하지만, 굳이 줄을 왜 긋는 거야라고 생각하는 골퍼들도 있습니다. 과연 도움이 될까요?

퍼팅 테스트 결과 - 의외로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볼에 줄을 긋는 것(이하 정렬선)이 효과적인지 몇몇 매체가 테스트한 적이 있습니다. 퍼팅 관점에서의 분석인데요. 그중 대표적인 사례가 MyGolfSpy와 골프 사이언스 저널입니다.

골프 사이언스 저널의 테스트에서는 아마추어 골퍼 29명을 대상으로 1.7m, 2.3m, 2.6m 거리의 퍼트를 진행했는데, 유의미한 차이는 2.6m 거리에서만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먼 거리에서 정렬선이 방향 보정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확인되었지만, 실제로 무엇이 '더 낫다'라고 통계적으로 판단하기에는 어렵다는 것이 이 테스트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오히려 유사한 형식으로 진행된 MyGolfSpy의 테스트에서는 골프볼에 줄을 그어 사용한 골퍼들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았습니다. 정렬선이 오히려 방해 요소가 될 수도 있다는 통계적 결과를 제시한 것이죠.

결국 통계를 기반으로 본다면, 볼의 정렬선이 우리가 기대하는 만큼 퍼팅 성과를 명확히 개선해 준다고 단언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골프볼에 줄을 긋는 모습, 과연 도움이 될까요? <출처: 게티이미지>

뒤에서 보는 것과 위에서 보는 것은 다르다

그렇다면 왜 볼에 선을 긋는 습관이 퍼진 걸까요?

퍼팅을 포함한 모든 샷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요소는 ‘조준(Aim)’입니다. 그런데 골프는 특이하게도 우리가 목표한 타깃을 몸의 측면(90도 각도)에서 바라본 상태로 샷을 하게 됩니다. 오른손잡이 기준으로 본다면, 어드레스를 취한 후 볼을 바라보고, 실제로는 왼쪽 어깨 방향의 타깃으로 샷을 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시차의 오류(parallax error)라는 것이 발생합니다. 실제 타깃보다 오른쪽으로 잘못 인지하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라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하면, 실제로는 본인이 인지하는 것보다 더 왼쪽에 타깃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이 시차를 보정하기 위해 스윙 중에 불필요한 움직임(보상동작)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정렬선은 이때 실제 목표 지점을 시각적으로 명확하게 설정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많은 골퍼들이 정렬선을 사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MyGolfSpy의 테스트에 참여했던 골퍼들의 경우, 약 70% 정도가 정렬선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이러한 정렬선의 사용에 있어서도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합니다. 정렬선에 지나치게 신경을 쓴 나머지, 스트로크의 자연스러운 리듬을 방해하거나 자신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쉽게 말씀드리면, 라인을 맞춰서 쳐야 한다는 사실 자체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너무 완벽하게 쳐야 한다는 생각 자체가 스트로크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죠.

다양한 정렬선의 예시, 골퍼들마다 나름대로의 선호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줄 긋기 - 퍼팅뿐 아니라 드라이버 정렬에도 활용 가능하다

많은 골퍼들이 볼에 줄을 긋는 행위를 퍼팅용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드라이버에서의 정렬선 사용이 더 큰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드라이버는 클럽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고, 비거리가 있는 클럽이므로, 작은 방향성 차이도 큰 결과 차이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때 정렬선을 활용하면 티샷 방향 설정과 조준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제 주변에서도 골프볼의 정렬선을 이용하거나, 모델명이 쓰여 있는 사이드 스탬프를 이용해서 티 샷의 성공률을 높이는 골퍼들이 있습니다.

특히 조준(Aim)과 정렬(Alignment)이 자주 흐트러지는 골퍼라면, 볼에 그은 라인이 '시차의 오류'를 줄이는 데 효과적인 보조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코스에서는 티 마커 사이에 볼을 두고 아무 생각 없이 티 샷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티마커의 방향이 페어웨이 중앙이 아닌 좌측 혹은 우측을 바라보는 티잉 구역에서는, 자연스럽게 미스 샷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드라이버 샷에서는 티 위에 볼을 올려놓기 때문에 정렬선을 맞추는 과정이 조금 더 번거로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초의 추가적인 시간을 투자해서, 정확한 방향을 설정할 수 있다면, 충분히 가치가 있는 행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직접 테스트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

정렬선의 사용 여부가 골프에 도움이 될지에 대해 단정 지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서 살펴본 대로 통계적으로 큰 차이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개인의 성향과 눈의 특성에 따라 분명한 차이를 느낄 수도 있으며, 정렬선을 사용해서 큰 이득을 얻는 골퍼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퍼트에 있어서, 정렬선 사용이 효과가 있는지 여부는 연습 그린에서 몇 번의 퍼트 테스트를 통해 판단해 보시길 추천합니다. 그리고, 연습장에서 드라이버나 아이언 샷을 연습할 때에도, 가끔은 정렬선을 기준으로 조준과 정렬의 정확도를 스스로 평가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결국 어떤 방법이든 중요한 것은 본인에게 가장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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