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례없는 꼴찌에서".. 2025년 한화가 어떻게 한국시리즈까지 올라갔을까?

2025년 3월, 한화 이글스는 단독 최하위에 머물러 있었다. 팀 wRC+가 30대에 그치는 전례 없는 타선 부진이었다. 그런데 불과 7개월 후인 10월, 한화는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무대에 서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새로운 야구장과 로고, 유니폼으로 의지를 다진 한화는 외국인 선수 폰세와 플로리얼을 영입하고 FA 유격수 심우준, 선발투수 엄상백까지 데려왔다. 시범경기 5승 1무 2패로 나쁘지 않은 출발을 보였지만,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모든 것이 무너져 내렸다.

절망의 4월 초, 그리고 극적인 반전

LG와의 개막 3연전에서 단 1득점으로 스윕을 당한 한화는 시즌 첫 10경기를 3승 7패로 마치며 단독 최하위에 안착했다. 플로리얼을 비롯해 노시환, 채은성, 안치홍 등 고액 연봉자들이 단체로 부진에 빠지면서 팀 wRC+가 30대를 기록했다. KBO 역사에 남을 최악의 타선이었다.

하지만 4월 중순 두산과의 시리즈부터 타격 사이클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키움전 43안타 폭발, SSG 원정 3연전 스윕, NC 스윕으로 이어지는 연승 행진이 시작됐다. 롯데전 승리로 8연속 선발승이라는 대기록까지 달성하며, 4월 8일 2할대 승률에서 불과 11일 만에 단독 2위로 급상승하는 기적을 연출했다.

5월의 폭풍, 20년 만의 9연승과 단독 선두

5월 들어 한화의 위용은 더욱 압도적이었다. 20년 만에 9연승을 달성하며 한 달 만에 단독 꼴찌에서 단독 선두로 변신했다. 키움과의 3연전 스윕으로 12연승까지 달리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특히 폰세의 8이닝 18탈삼진이라는 경이로운 활약이 나왔고, 1992년 이후 30년 만에 40승에 선착하며 50승에도 가장 먼저 도달했다. 올스타 브레이크 전까지 6연승을 달리며 전반기를 선두로 마감했을 때, 2위 LG와의 격차는 무려 4.5경기였다.

후반기 LG의 추격과 아쉬운 역전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도 흐름을 이어가며 한 시즌 두 차례 10연승이라는 대기록까지 세웠지만, LG의 대각성이 시작됐다. 두 팀의 승차는 점점 좁혀졌고, 맞대결에서 패하며 선두를 내줬다.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다. SSG전 9회까지 5-2로 리드하며 승리 확률 99.4%를 기록했지만, 김서현이 무너지며 신인 이유에게 끝내기 홈런을 허용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이 경기로 정규리그 우승의 꿈은 사실상 끝났다.

플레이오프 돌풍과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그래도 한화는 정규리그 2위를 확정하며 7년 만의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팀 역사상 첫 단일 시즌 80승이었다.

플레이오프 상대는 삼성 라이온즈였다. 1차전 문현빈의 싱쓸이 적시타로 9-8 역전승을 거둔 후 2차전에서 패배했지만, 3차전 노시환의 재역전 투런포와 문동주의 4이닝 6K 무실점으로 승리했다. 4차전에서 김영웅의 연타석 홈런에 충격적인 역전패를 당했지만, 5차전에서 11-2 완승을 거두며 19년 만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시리즈 준우승, 그리고 아쉬움

한국시리즈 상대는 정규시즌 1위 LG 트윈스였다.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치르느라 체력적인 어려움이 있었지만, 대전 홈에서 치러진 3차전에서 황영묵의 밀어내기 볼넷 동점과 심우준의 2타점 적시타로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하지만 4차전이 문제였다. 와이스의 7⅔이닝 117구 투혼으로 9회까지 4-1 리드를 잡았지만, 8회부터 등판한 김서현이 또 무너졌다. 와이스가 내려간 후 아웃카운트 4개를 지키지 못한 충격적인 역전패로 분위기가 가라앉았고, 5차전에서도 힘을 쓰지 못하며 LG에게 우승을 내줬다.

성공의 비결, 압도적인 투수력

한화의 성공 비결은 명확했다. 압도적인 투수력이었다. 팀 평균자책점 1위, 팀 탈삼진 압도적 1위를 기록하며 각종 투수 지표에서 최상단을 차지했다.

코디 폰세는 한 경기 18K, 한 시즌 252K라는 신기록을 세우고 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승률까지 투수 4관왕에 올랐다. 라이언 와이스 역시 기대를 뛰어넘는 성적으로 구단의 믿음에 보답했다.

타선도 후반기에 살아났다. 후반기 팀 타율 0.277로 리그 3위에 달했고, 문현빈은 타율 0.302, 169안타, 12홈런을 기록하며 한화의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타점 신기록을 세웠다.

시즌 초 꼴찌부터 시작해 단독 1위에 오르기도 했던 2025년 한화 이글스. 우승까지 도달하지 못한 점은 아쉬웠지만, 야구장을 주황빛으로 물들인 그 여정만큼은 충분히 의미 있는 시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