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기후시대] 호주, 가뭄에 쌀 생산량 곤두박질…물 부족이 불러온 후폭풍

이민우 기자 2025. 1. 1.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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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격한 기후변화가 한 나라의 농업지형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을까? 호주의 쌀산업 사례를 보면 가능하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호주는 물 사용에 음용수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며 "호주의 쌀산업은 강우량과 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극심한 가뭄으로 쌀산업이 부침을 겪으면서 한때 수출국이었던 호주는 현재 소비량의 3분의 2를 수입에 의존하는 신세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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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 극한기후시대] 호주 사례로 본 시사점
1970년대 아시아 이민자 증가
벼 재배 늘면서 쌀산업 탄력
2000년에는 71만여t 수출
2002년부터 강우량 급하락
쌀면적 급감·일시 반등 부침
예전 위상 회복 못하고 추락
2018년 8월 극심한 가뭄이 덮친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NSW)의 농경지가 바짝 말라 있다. 연합뉴스

급격한 기후변화가 한 나라의 농업지형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을까? 호주의 쌀산업 사례를 보면 가능하다. 1990년대까지 호주는 아시아권 이민자의 증가로 쌀산업이 호황을 맞으며 수출국에 올라섰다.

하지만 2000년대 발생한 가뭄으로 쌀 생산량이 곤두박질치며 현재는 소비량의 3분의 2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이다. 호주 사례가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짚어본다.

호주의 쌀 생산지는 남동부에 자리한 뉴사우스웨일스주(NSW)와 빅토리아주다. 생산면적 비중으로 따지면 뉴사우스웨일스주가 99.8%를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호주에서 벼농사는 10월에 파종하고 이듬해 3월에 수확한다.

대부분 서구권 국가와 같이 호주의 주요 탄수화물 공급원은 감자였다. 하지만 1970년대부터 태국·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일본·한국·중국 등 아시아 국가 이민자가 크게 늘면서 쌀 소비량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특히 호주사회에 다문화가 진행되면서 기존에 정착한 호주인 가정에서도 쌀을 주재료로 쓰는 음식문화가 주류로 떠올랐고, 덩달아 쌀산업도 탄력을 받게 됐다.

호주 농업자원경제과학국(ABARES)에 따르면 1975년 쌀 재배면적은 7만5570㏊에 불과했으나 1980년엔 11만6420㏊로 늘어났다. 이후 점진적으로 증가해 1986년에는 13만6200㏊를 기록했다. 1990년대 증감을 반복하던 재배면적은 2001년 17만7000㏊로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02년 호주의 쌀 재배면적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해 터진 극심한 가뭄이 2008년까지 이어지며 쌀산업이 직격탄을 맞았기 때문이다.

실제 호주 쌀 재배면적은 2002년 14만4000㏊로 줄었고, 급기야 6년 뒤인 2008년에는 2700㏊로 쪼그라들었다. 강수량이 들쑥날쑥한 호주는 매년 주 정부가 저수지와 댐에서 이용 가능한 수자원의 양을 평가하고 우선순위에 따라 물 사용량을 할당한다.

호주 정부는 극심한 가뭄이 이어짐에 따라 2003년부터 쌀 생산에 할당된 물의 양을 감소시켰고, 결국 쌀산업의 위축을 불러왔다.

김병률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명예선임연구위원은 “호주는 물 사용에 음용수를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있다”며 “호주의 쌀산업은 강우량과 정부의 결정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호주의 쌀 재배면적은 2013년 11만3640㏊까지 늘어나며 일시적인 반등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다시 감소해 2020년에는 5010㏊로 줄었고, 지난해에는 5만7720㏊를 기록해 여전히 예전의 위상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극심한 가뭄으로 쌀산업이 부침을 겪으면서 한때 수출국이었던 호주는 현재 소비량의 3분의 2를 수입에 의존하는 신세가 됐다.

호주의 쌀 수출량은 1975년 15만9800t에서 2000년 71만470t까지 늘어났으나 재배면적 감소 영향으로 2010년에는 2만830t까지 추락했다. 지난해 수출량은 26만6720t이다. 반면 2000년 5만2330t에 불과했던 쌀 수입량은 지난해 24만8740t까지 급증했다. 호주 쌀시장은 수출용과 수입용으로 구분된다. 수입용은 대부분 호주 내에서 소비된다.

호주 농업자원경제과학국이 발표한 지난해 자국 내 쌀 소비량은 36만9410t으로, 소비량의 3분의 2 이상을 외국산이 차지한 셈이다.

김 연구위원은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면 쌀산업이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례”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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