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에 다가온 2차 양자 과학기술 혁명

폴 데이비스 지음
김영태 옮김
바다출판사
아직도 “거시세계에는 고전역학이 적용되고, 미시세계에는 양자역학이 지배한다”라는 말을 흔히 듣는다. 하지만 그런 구분은 오류다. 인류가 아는 한, 세계는 양자역학적으로 작동한다. 심지어 양자 과학기술은 이미 현대 문명의 기반이 되었다. UN 총회가 2025년을 ‘국제 양자 과학기술의 해’(International Year of Quantum Science and Technology)로 선포할 정도다. 스마트폰, 반도체, MRI, 레이저, GPS, 태양전지까지. 우리는 이미 양자역학 위에서 살아간다. 다만 사람이 몸으로 체험하는 규모와 온도에서는 양자효과들이 서로 빠르게 상쇄되기에, 세상이 고전역학적으로 느낄 뿐이다. 따라서 “거시세계에서는 고전역학만으로도 실용적으로 충분한 답을 얻는 경우가 많다”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
폴 데이비스의 『퀀텀 2.0』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인류 문명이 이제 ‘제2차 양자혁명’에 진입했다고 주장한다. 데이비스는 1970년대부터 활동해온 원로 물리학자이자 뛰어난 과학저술가다. 어려운 개념을 넓은 문명사와 철학 속에 배치하는 솜씨로 유명하다. ‘퀀텀 2.0’이라는 말 자체도 하루아침에 나온 유행어가 아니다. 2000년대 초부터 등장했고, 2010년에는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에서도 공식적으로 사용한 개념이다. 즉 이 책은 유행을 좇는 입문서라기보다, 오랜 전장을 지나온 노물리학자가 양자혁명의 전체 파노라마를 펼쳐 보이는 책에 가깝다.
![올해 3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에 선보인 IBM 퀀텀 시스템 투 양자컴퓨터. [EPA=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16/joongangsunday/20260516001507238syzf.jpg)
핵심은 ‘양자 1.0’과 ‘양자 2.0’의 차이가 무엇인가이다. ‘양자 1.0’은 양자효과의 집단적 결과를 이용한다. 예컨대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이 낳은 터널링 효과 연구는 원자핵 붕괴와 고체의 밴드 구조 이론으로 연결되었다. 그 결과 도체·부도체·반도체의 차이를 이해하게 되었고, 트랜지스터가 탄생했다. 덕분에 반도체 칩과 고효율 컴퓨터가 등장했다. 1925년 양자역학의 등장부터 여기까지 40년. 컴퓨터와 인터넷, 스마트폰, AI 산업은 물론 레이저, MRI, 태양광 패널, 원자력 발전 역시 모두 ‘양자 1.0’의 산물인 셈이다.
반면 ‘양자 2.0’은 양자상태 자체를 직접 다룬다. 양자 중첩, 양자 얽힘 같은 현상을 정보 자원으로 사용한다. 1997년 실험적으로 성공한 양자 텔레포테이션은 대표적 사례다(2022년 노벨상 수상). 여기서는 단순히 양자효과가 평균적으로 나타나는 정도가 아니라, 원자나 광자 하나 수준의 상태를 정밀하게 유지하고 제어하는 일이 핵심이 된다. 이 책은 기술 구현 방식은 생략했지만, 기본 가이드로는 훌륭하다. 역사가 반복된다면 40년이 지난 지금이 ‘양자 2.0 기술’ 보급이 임박한 시점일지도 모른다.
‘양자 2.0’은 인공적이기만 한 것일까? 최근 연구들은 엽록체들이 양자 중첩과 양자 결맞음을 이용해서 광합성을 해낸다고 함축한다. 자연은 이미 수억 년 전부터 양자정보공학 비슷한 일을 수행하고 있었고, 그 덕에 우리는 생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퀀텀 2.0』은 인간 문명이 어디쯤 와 있는지, 어떤 상상도 할 수 있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책이기도 하다.
이관수 과학저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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