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가능해져...법원, 가처분 신청 기각
법원이 최근 불거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주요 쟁점 중 하나인 ‘자사주’ 취득 관련 영풍 측이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재판장 김상훈)는 2일 영풍 측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낸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인 자사주 매입을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27일 이 사건 가처분 신청 심문 기일을 열었다. 당시 심문 기일에서 영풍 측은 “공개매수는 최윤범 회장의 잘못된 경영을 바로잡아 고려아연을 정상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했고, 고려아연 측은 “고려아연은 수십 년 넘게 최씨 일가가 안정적으로 운영했다. 약탈적 의도가 (영풍 측) 공개매수의 본질이고 자사주 취득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거의 유일한 수단”이라며 맞섰다.
이 사건의 본질은 경영권을 둘러싼 주도권 싸움이라고 할 수 있다. 1949년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공동 설립한 영풍은 1974년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그동안 영풍은 장씨 집안이, 고려아연은 최씨 집안이 경영해 왔다.
이후 고려아연은 세계 1위 비철금속 제련 기업으로 성장했고, 70여 년간 두 집안의 동업 관계가 이어졌다. 하지만 2022년부터 양 집안 갈등이 표면화·심화됐다.
이 와중에 국내 1위 사모 펀드 MBK파트너스가 최근 영풍 측에 가세했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공개매수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최 회장 측이 자사주를 매입해 경영권을 방어하겠다고 맞서며 갈등이 정점을 향했다.
영풍 측은 지난달 19일 법원에 ‘영풍의 특별관계인인 최윤범 고려회장 측은 공개매수 기간(9월 13일~10월 4일)에 공개매수가 아닌 방식으로 지분을 늘리는 것은 법 위반’이라는 취지로 자기주식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자와 그 특별관계자는 공개매수 기간 공개매수 대상 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 외의 방식으로 매수할 수 없다.
하지만 이날 법원이 영풍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으며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은 자사주를 매입해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게 됐다. 고려아연 측은 조만간 이사회 의결을 거쳐 자사주 매입에 나설 전망이다.
영풍·MBK 측은 가처분 기각 관련해 2일 입장을 내고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수관계인으로 인정되지 않아서,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이 금지돼야 한다는 영풍 측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하지만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는 정상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배임이므로 금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MBK 측은 ‘기업’ 고려아연이 자사주 매수에 나설 경우 ‘배임’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MBK 측은 “이 사건 분쟁의 당사자는 MBK·영풍과 현 경영진인 최윤범 회장일 뿐이고, 고려아연은 분쟁의 당사자도 아니므로 분쟁의 일방 당사자인 최윤범 회장을 위해 회사 자금을 사용하여 자기주식을 취득하여서는 안 된다”며 “특히 고려아연의 실제 시가는 1주당 50만원 정도인데, 현재 70만원 수준까지 올라와 있는 고려아연 주식의 주가를 고려할 때 자기주식을 취득할 이유가 없고, 이러한 주식을 고려아연이 주당 80만원에 취득하는 경우 그 즉시 주당 30만원가량의 손해를 입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의사결정을 한 고려아연 이사는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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