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이재명 정부 부동산 정책과 주택법 개정안
내 집 마련의 절박함을 파고든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그간 서민들에게 희망보다는 고통의 대명사로 각인돼 왔다. 불투명한 자금 집행과 기약 없는 사업 지연은 지역주택조합을 부동산 시장의 ‘미운 오리 새끼’로 만들었지만,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인 실수요 중심의 대량 공급을 뒷받침하기 위해 반드시 정상화해야 할 과제이기도 했다.
최근 민병덕 의원 등 15인이 발의한 주택법 일부개정법률안은 지역주택조합에 대한 규제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려는 파격적인 시도로 읽힌다. 개정안의 핵심은 사업계획승인을 위한 토지 소유권 확보 기준을 현행 95%에서 80%로 대폭 완화하고, 토지 소유자가 사업 파트너로 참여하는 ‘지주조합원’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다.
현행 주택법은 지역주택조합이 사업계획승인을 받으려면 부지의 95% 이상 소유권을 확보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이는 재개발(75%), 재건축(70%) 등 유사한 주택공급 방식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높은 문턱이다. 이 15~20%의 격차는 이른바 ‘알박기’를 조장했고, 극소수 잔여 토지소유자가 과도한 지가를 요구하며 사업을 지연시키는 사이 그 금융 비용은 고스란히 무주택 서민 조합원의 추가 분담금으로 전가돼 왔다.
그 동안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민간사업이라는 이유로 공공성 있는 정비사업에 비해 가혹한 기준을 적용받아 왔으나, 실질적으로는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돕는 공급 수단이라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이번 80% 완화안은 지역주택조합 역시 도시 정비의 한 축으로 인정하고, 불필요한 규제 장벽을 허물어 공급 속도를 정상화하겠다는 입법적 의지로 풀이된다.
주목할 점은 이번 개정안이 조합원 자격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새롭게 신설되는 ‘지주조합원’은 해당 부지의 토지나 건축물을 현물출자할 경우 주택 소유 여부와 관계 없이 조합원 자격을 가질 수 있다. 기존에는 다주택 지주들이 조합원이 될 수 없어 보상금 극대화를 노리며 끝까지 버텼다면, 이제부터는 지주를 조합원으로 포섭해 초기 토지 확보의 난관을 상생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이와 더불어 정부 차원에서도 실무적인 자격 요건 완화가 추진된다. 국토교통부가 추진 중인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세대주 지위를 일시적으로 상실하더라도 자격을 유지할 수 있도록 구제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조합원을 충원할 때 자격 판단 기준일을 합리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법률과 시행령 개정을 통해 지역주택조합의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인 ‘실수요 중심의 대량 공급’과 ‘불로소득 차단’이라는 목표와 맥을 같이 한다. 지역주택조합의 사업 기간 단축은 결국 공급 원가를 낮춰 서민들에게 저렴한 주택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다. 특히 알박기로 인한 과도한 개발 이익이 특정 개인에게 돌아가는 것을 막고, 그 혜택을 다수의 무주택 조합원에게 분산시킨다는 점에서 정책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80%라는 기준은 사실상 20%의 반대 의사를 가진 토지 소유자들에 대해 강제 매도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이기에 사유재산권 침해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또한 주택 소유 제한이 없는 지주조합원 제도는 다주택자의 투기 수단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이번 개정안의 성패는 속도와 공정의 균형에 달려 있다. 요건 완화로 사업에 속도가 붙더라도, 지주조합원과 일반 모집조합원 사이의 권리와 의무가 형평성 있게 배분되지 않는다면 또 다른 내부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실효적인 공급 확대로 결실을 보기 위해서는, 개정안 통과 이후 세밀한 가이드라인 마련을 통해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

이번 개정안을 통해 지역주택조합제도가 무주택 서민들에게 실질적인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인 실수요 중심의 대량 공급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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