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모습까지 보여준다고?…'재벌집 언니들' 파격 행보
SNS하는 재벌 3,4세들
유통 대기업 일가 SNS 공개행보
“우왕 피부에 모공도 없네요. 메이크업 숍 어디예요. 나두 가볼랭ㅎㅎ”
“곧 다 공개 하겠슴닷!!”
여느 유튜브 채널에도 흔히 달릴 법한 질문과 답글 같다. “언니 예뻐요”, “언니 멋있어요” 등의 격의 없는 대화에 “으하하하하 감사합니다” 등의 친근한 답변을 달아주는 유튜버 ‘탈리다쿰’이 화제가 된 건, 이가 재벌가 3세이기 때문이다. 유튜브 채널 탈리다쿰의 주인인 채문선 대표는 뷰티 회사 ‘탈리다쿰’을 운영하는 CEO이자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손녀로 잘 알려져 있다.
근엄하고 진지하고 도도한 드라마 속 재벌 3세 ‘실장님’, ‘이사님’들의 이미지와는 영 딴 판이다. 드라마를 보면 재벌 3세는 수행원 수십 명을 대동해 리무진을 타고 다니며 값비싼 호텔에서 아침, 점심, 저녁 식사를 한댔는데, 생각과는 다르다. 다가가기 어려운 실장님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속 그들은 맛집 공유도 하고 화장법도 공개하는 그냥 평범한데 ‘조금’ 더 유명한 언니, 오빠, 누나, 형이다.
이처럼 최근 유통업계 등 재벌가 자제들의 ‘SNS행’이 화제다. 베일에 싸인 신비주의 리더보다도, ‘소통하는 리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는 반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기업의 핵심 소비층으로 부상한 MZ세대의 특성이 반영돼 있다는 분석도 있다. 과거엔 이병철 삼성 창업주와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 회장, 정주영 현대 창업주 등 일부 스타 기업인을 제외하면 ‘재벌’이라는 용어 자체는 한국에서 부정적인 뜻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최근 MZ세대들은 재벌에 크게 반감을 갖지 않는다. 기업 총수에 대해 경영 실적과 같은 실리적 이미지에 더 주안점을 두기 때문이다. 오히려 환호하는 쪽에 가깝다. 그래서인지 젊은 재벌들은 SNS 등을 통해 대중과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사생활을 공개하는 데도 거리낌이 없다.
특히 유튜브는 정제된 언론보도 등으로 딱딱한 이미지의 재벌 총수를 인간적이고 소탈한 면모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최적화된 매체다. 탈리다쿰의 채 대표는 신유빈 선수와 만나는 모습을 유튜브로 공개해 화제가 됐다. 채 대표와 신 선수가 메이크업을 하고 화보를 찍으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가감없이 드러낸 것이 대중들의 호감을 샀다. 이 채널의 영상은 아직까지 12개에 불과하지만 구독자 수는 1만3500여 명에 달한다.
신 선수는 탈리다쿰 홍보모델로 활동 중이다. 또한 신 선수는 채 대표의 시댁의 후원을 받고 있다. 채 대표의 남편 또한 재벌가인 세아그룹 오너가 3세에서 태어난 이태성 세아홀딩스 대표다.
채 대표의 유튜브행은 브랜드 대표로서 직접 소비자 접점 확대에 나서기 위한 행보로 풀이된다. 채 대표는 지난달 13일 영상에 출연해 “(탈리다쿰) 브랜드가 (나온 지) 5년이 됐는데 많이들 모른다. 심지어 내가 출근을 잘하는 건지 궁금해하는 이들도 있다”면서 유튜브 채널 개설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엄마로서, 최고경영자(CEO)로서 열심히 살고 있다”며 “열심히 사는 많은 분이 공감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들고 유튜브를 시작한다”고 말했다. 이어 “채널 안 새로운 코너를 통해 탈리다쿰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나의 일상과 함께 공유하려 한다”고 덧붙였다.
세정그룹 2세인 박이라 사장도 유튜버다 지난 3월 말부터 개인 유튜브 채널 '이라위크'를 운영 중이다. 아직 구독자 수가 1만명이 채 안되는 수준으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영상 개수는 94개에 달할 정도로 꾸준히 콘텐츠를 올리고 있다. 특히 '패션 재벌 2세는 어떤 집에 살까' 등 가수 조권을 초대해 집을 공개한 영상은 5만 조회수를 넘을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박 사장은 자사 주얼리 브랜드인 디디에 두보 매장에 방문해 주얼리 세척을 받는 등 브랜드를 체험하는 모습부터 연애스토리까지 공개했다.
사실 SNS 인플루언서로 가장 돋보이는 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다. 지난 3월 회장직에 오른 후 인스타그램 등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지만 최근에 다시 ‘컴백’했다. 정 회장은 지난달 1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Freedom is Not Free’(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영문 글귀가 새겨진 검은색 티셔츠를 입고 있는 남성 사진을 업로드 했다. 티셔츠를 입고 있는 남성의 얼굴은 나오지 않는데 정 회장 본인의 모습으로 추정된다.
게시글은 SNS 활동 전성기 때와 비교하면 터무니없이 부족하지만 여전히 81만명이 넘는 파워 인플루언서다. 물론 아직까지 본격적인 활동을 하지 않는 데는 이마트를 비롯한 주요 사업 전반이 실적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경영자로서 책임 있는 모습을 대내외에 보여주려는 것이란 해석이지만, 여전히 대중들에게는 친근한 ‘용진이형’ 등의 별칭으로 불린다.
재벌 2, 3세에 이어 진짜 Z세대인 4세들도 딱히 남 눈치를 보지 않고 일상을 공개하고 있다. DL그룹(옛 대림) 4세인 이주영씨도 인플루언서로 활동 중이다. 인스타그램 팔로어만 13만명. 여행 등 일상도 공개하지만, 샤넬, 루이비통, 디올 같은 명품 홍보가 주된 일이다. 이재용 회장의 딸 이원주씨는 걸그룹 블랙핑크 리사와 태국 유명 식당에서 편한 복장으로 식사하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다. 20대인 원주씨는 본인 계정의 SNS는 없지만 주변 친구, 남자친구 SNS에 자주 등장하며 노출을 피하지 않아 왔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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