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때문인 줄 알았던 기름값 급등,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기름값 급등, 알고 보니 담합 때문이었다

전쟁이 터지자마자 마치 예언이라도 한 듯 기름값이 치솟았던 그날을 기억하는 운전자가 많을 것이다. 수입 원유가 국내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주유소 가격표부터 먼저 뛰었던 이상한 상황, 그 배경에 정유사들의 조직적인 담합이 있었다는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전쟁 직후 곧바로 오른 기름값, 이상하지 않았나

통상 국제 유가가 오르면 국내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2주 정도의 시차가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런데 이번 중동 지역 전쟁 발발 직후에는 이 시차 없이 국내 기름값이 즉각 치솟았다는 점이 의문을 키웠다는 이야기다. 아직 비싼 원유를 실은 배가 국내에 들어오지도 않은 시점에 가격부터 오른 셈이라, 검찰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운전자 입장에서는 그저 "전쟁 때문에 어쩔 수 없나 보다"라고 넘겼을 상황이 실은 인위적인 가격 조정의 결과였을 수 있다는 점에서 씁쓸함이 남는다는 반응이 나온다.

검찰 수사 결과, "일시적 일탈 아닌 만성적 담합"

검찰 수사 결과 정유업계 상위 두 곳의 가격 결정 부서 책임자들이 가격 인상 시기와 폭을 사전에 조율한 정황이 확인된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정유 시장은 소수 업체가 시장의 대부분을 과점하는 구조로, 상위 두 곳이 가격을 정하면 나머지 업체들이 뒤따라가는 형태라는 설명이다. 더 심각한 대목은 이번 담합이 전쟁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탈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가격 정보를 주고받아 온 만성적인 관행이 국제 위기 상황에서 노골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는 검찰의 판단이다. 자영 주유소들과 전량 구매 계약을 맺고 다른 업체의 저렴한 물량을 사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조항까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구조적인 불공정 유통 관행이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는 지적이다.

실제 대화방 내용까지 공개된 담합 정황

검찰이 공개한 내부 메신저 대화 내용에 따르면, 가격 결정 부서 담당자들이 유가 급등 상황에서 경쟁사와 가격 정보를 주고받으며 인상 폭을 조율한 정황이 드러난 것으로 전해진다. 대화 내용 중 일부는 가격 인상에 따른 이익 규모를 언급하는 등 다소 노골적인 표현까지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는데,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소비자를 우롱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다만 정확한 대화 내용의 맥락과 당사자들의 입장은 향후 재판 과정에서 구체적으로 다퉈질 사안인 만큼, 확정된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신중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과징금 규모는 역대급이 될 가능성

이번 담합으로 발생한 경쟁 제한 효과 규모가 상당한 것으로 추산되면서, 관련 매출액을 기준으로 한 과징금 역시 역대급 수준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담합에 가담한 업체 중 한 곳이 자진 신고를 통해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 제도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전해지면서, 실제 부과되는 과징금 규모는 예상보다 줄어들 가능성도 제기된다. 나머지 업체들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증거 확보 여부에 따라 책임 소재가 갈릴 수 있어, 최종 처분 결과는 재판 과정을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참고로 과거 국내에서도 유사한 정유업계 담합 사례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당시 대비 이번 사안의 과징금 규모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결정될지가 관전 포인트라는 평가다.

담합, 왜 이렇게 잡아내기 어려운가

한편 이런 담합 문제는 비단 국내만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미국에서도 최근 계란 가격을 둘러싼 대형 담합 조사 결과가 발표되면서 비슷한 논란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반독점 규제가 매우 엄격한 미국에서조차, 실제 부과된 합의금 규모가 해당 기업들이 거둔 막대한 이익 대비 지나치게 작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는 이야기다. 배경에는 가격 상승의 원인 중 어디까지가 담합 때문이고 어디까지가 실제 수급 문제 때문인지 명확히 가려내기 어렵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국내 정유업계 담합 사건에도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는 문제로, 전쟁으로 인한 실제 유가 상승분과 담합으로 증폭된 인상분을 명확히 구분해내는 것이 향후 재판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는 전망이다.


운전자들이 주목해야 할 이유

40~50대 운전자라면 매달 주유비 부담을 직접 체감해 온 만큼, 이번 수사 결과가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기름값은 유류세와 국제 유가뿐 아니라 정유사 간 가격 결정 구조에도 크게 좌우된다는 점이 이번 사안을 통해 다시 한번 드러난 셈이다. 앞으로 재판 결과에 따라 과징금 규모와 정유업계의 가격 결정 관행에 실질적인 변화가 있을지, 아니면 예전처럼 흐지부지 넘어갈지는 지켜볼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