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EV5, `CATL 배터리` 주행거리 460㎞ 인증…실구매가 3000만원대?

기아가 올 하반기 출시할 준중형 전기 SUV 'EV5'가 1회 충전 주행거리 460㎞ 인증을 받았다. EV3·EV4보다 짧아진 수치지만, 대신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전기차 대중화에 승부수를 던졌다. 핵심은 중국 CATL의 삼원계 배터리로, 성능보다 낮은 단가와 보조금 최적화 전략이 이번 EV5의 흥행을 결정지을 관전 포인트다.

29일 업계예 따르면 기아는 하반기 출시를 앞둔 준중형 전기 SUV 'EV5'의 항속형 2WD 모델에 대해 환경부의 1회 충전 주행거리 인증을 완료했다. EV5는 현대차그룹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다섯 번째 모델로, 앞서 실내외 디자인이 먼저 공개되며 정통 SUV 스타일과 실용적 공간 구성으로 주목을 받았다.

환경부 인증 시스템(KENCIS)에 따르면, EV5 항속형 2WD 모델은 중국 CATL의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81.4㎾h)를 탑재해 상온 복합 기준 460㎞(도심 507㎞·고속 402㎞), 저온 기준 374㎞(도심 361㎞·고속 389㎞)의 주행거리를 확보했다. 이는 비슷한 배터리 용량을 가진 EV3(501km)와 EV4(533km)보다 짧은 수치로, 배터리 제조사 변경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EV5는 전장 4615㎜, 전폭 1875㎜, 전고 1715㎜, 축간거리 2750㎜로 현대차 스포티지와 유사한 크기의 준중형 SUV다. 최고출력은 217마력이며 공차중량은 1995㎏이다. 기아는 이 모델을 패밀리카, 1~2인 가구용 등 다양한 수요층을 겨냥한 '전기차 대중화 전략 모델'로 포지셔닝하고 있다.

특히 업계가 주목하는 점은 EV5에 중국 CATL의 삼원계(NCM) 배터리를 채택한 것이다. 기아는 그동안 국내 시장용 삼원계 배터리로는 주로 LG에너지솔루션이나 SK온 제품을 사용해왔으나, EV5에 한해 중국산 삼원계 제품을 택했다. CATL은 2023년 기준 1㎾h당 배터리팩 단가가 136달러로, 중국 주요 배터리 제조사 평균치(142.2달러)보다 낮은 생산단가를 유지하고 있다. 

배터리 효율이 다소 낮더라도 단가가 저렴해 차량 가격을 낮추는 데 유리하며, 이는 보조금 책정에도 긍정적이다. 환경부의 보조금 산정 공식에 따르면 에너지 밀도와 재활용 가치 등이 반영되며, NCM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보다 밀도와 환경성 계수에서 우위를 가진다. 결국 EV5는 CATL 배터리를 통해 낮은 원가 구조와 함께 전기차 보조금 수혜도 최대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EV5의 판매 가격은 아직 미공개지만, 업계에서는 보조금 적용 전 기준으로 4000만원 중반에서 5000만원 초반에서 시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보조금과 지자체 지원금을 감안하면 실구매 최저가는 3000만원 후반대까지 내려갈 수 있을 전망이다. 경쟁 모델인 현대차 아이오닉5의 최저가가 4740만원, 테슬라 모델Y의 가격이 5000만원 중후반대인 점을 고려하면, 가격 경쟁력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아는 EV5를 기존 내연기관 중형 SUV 고객의 '전기차 환승' 유도 모델로 활용할 방침이다. 기아 블로그에 따르면 "EV5의 가격대는 내연기관 중형 SUV를 타던 고객들이 전기차로 갈아탈 수 있는 수준에서 책정될 것"이라며 쏘렌토 등의 대체 수요를 겨냥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현재 쏘렌토의 최저 가격은 3580만원, 하이브리드는 3896만원 수준이다.

외장 디자인은 박시하면서도 역동적인 스타일로 설계됐고, 전면부에는 수직형 LED 헤드램프와 스타맵 시그니처 주간주행등(DRL), 후면에는 수직·수평 리어램프가 적용됐다. 실내에는 12.3인치 클러스터, 12.3인치 인포테인먼트, 5인치 공조 디스플레이가 통합된 파노라믹 와이드 디스플레이와 3존 독립 공조 시스템, 2열 평탄화 접이식 시트 등 편의성이 강조됐다.

한편 기아는 오는 9월 공식 출시를 목표로 EV5에 대한 배출가스, 소음, 충돌 인증 등 막바지 절차를 진행 중이다. 세부 사양과 트림별 가격 정보는 출시 시점에 맞춰 공개될 예정이다.

/지피코리아 김기홍 기자 gpkorea@gpkorea.com, 사진=기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