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 세금 줄여줄 때 내 지갑선 더 많은 세금 빠졌다 [視리즈]

강서구 기자 2024. 9. 15.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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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커버스토리 視리즈
낙수효과 무용론의 민낯 2편
감세정책 효과 둘러싼 갑론을박
수출 늘며 기업 실적 좋아졌지만
사내유보금 쌓기 급급한 기업들
부자 세금 줄 때 서민 세금 늘어
정부 감세정책의 수혜를 대기업 고소득층만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사진=뉴시스]

# 우리는 視리즈 '낙수효과 무용론' 1편에서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이 불러일으킨 '세수펑크' 사태를 짚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세 수입은 344조1000억원으로 세입예산(400조5000억원) 대비 56조4000억원 부족했습니다.

#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2년 연속 세수펑크 사태가 발생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였죠. 올해도 세수 펑크 사태가 반복될 공산이 큽니다. 지난 7월까지 걷힌 국세는 총 208조8000억원. 역대급 세수 펑크가 발생한 지난해 7월(217조6000억원)보다도 8조8000억원 줄었습니다.

# 문제는 세수펑크만이 아닙니다. 윤 정부가 기대한 감세정책의 낙수효과가 전혀 발동하지 않고 있는 건 심각한 지점입니다. 우리나라 가구의 근로소득이 좀처럼 늘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 더 나아가 감세정책으로 부자들의 세금이 줄어들 때 정작 서민의 세부담은 더 무거워졌다는 지적도 일고 있습니다. 부자감세에서 비롯된 세수 펑크를 직장인들의 유리지갑으로 메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윤 정부 감세정책의 민낯을 낙수효과 무용론 2편에서 살펴봤습니다.

정부가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감세정책에 나섰지만 서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았다.[사진=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감세정책을 두곤 갑론을박이 여전합니다. 부자감세라는 비판과 서민을 위한 정책이라는 옹호론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죠. 우리가 視리즈 '낙수효과 무용론' 1편에서 살펴봤듯 감세정책의 효과는 나타나긴 했습니다. 기업이 내는 법인세는 크게 줄었고, 부유층이 부담하는 각종 세금도 줄었습니다.

하지만 윤 정부가 감세정책로 이루려 한 것이 단순히 고소득층이나 대기업의 세금 부담을 줄여주는 건 아니었을 겁니다. 아마도 이들의 세금을 줄여주면 소비가 늘고 고용이나 투자가 증가할 것이란 계산을 했을 겁니다.

이를테면 정부의 감세정책이 경제의 밑단을 덥히는 '마중물' 역할을 해주길 바랐을 것이란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탈도 많고 말도 많은 윤 정부의 감세정책은 낙수효과를 불러일으켰을까요?

■ 낙수효과 있었나 = 이를 확인하려면 정부의 기대처럼 기업의 투자확대와 고용 창출로 이어졌는지 살펴봐야 합니다. 쉽게 말해 '낙수효과'가 나타났는지 따져야 한다는 거죠. 정부의 기대대로 수출은 확실히 늘었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우리나라 수출은 579억 달러로 전년 동기(520억 달러) 대비 11.4% 증가했죠. 이는 2022년(566억 달러) 이후 8월 기준 역대 최고치입니다. 수출은 11개월 연속 증가세(전년 동월 대비)를 이어갔고, 무역수지는 지난해 6월 이후 15개월 연속 흑자를 달성했습니다.

그렇다면 완연한 회복세로 돌아선 수출이 기업의 투자와 고용 확대로 이어졌을까요. 그렇지 않았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2분기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 증감률은 –3.4%(이하 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3분기 이후 4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죠. 7월 설비투자가 18.5%의 반짝 상승세를 기록했지만 이는 항공기 수입이 갑작스럽게 늘어난 결과였습니다.

고용도 지지부진하긴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질 좋은 일자리로 불리는 제조업 취업자 수 증감률은 지난해 내내 마이너스를 기록하다 12월에야 플러스로 돌아섰습니다. 그마저도 지난 7월 –1만1000명을 기록하며 다시 감소세를 기록했죠.

내수 시장이 꽁꽁 얼어붙은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지난 1월 –3.3%를 기록한 소매판매는 2월 0.8% 반짝 상승했지만 이후 5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 중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내 매출액 순위 상위 100대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2022년 386조4504억원에서 지난해 403조6527억원으로 17조원 이상 증가했습니다.[※참고: 당기순이익 36% 줄었지만 사내유보금은 더 쟁여놨다·더스쿠프 통권 609호.]

■ 유리지갑만 털려 = 문제는 정부가 부자감세에 열중하는 사이 직장인의 '유리지갑'만 더 얇아지고 있다는 겁니다. 직장인이 내는 세금만 봐도 그렇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정부의 세수결손 금액은 56조4000억원에 달했습니다.

정부가 400조5000억원의 세입예산안을 만들었지만 실제로 거둬들인 세금은 344조1000억원에 불과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 정부가 추진한 감세정책으로 법인세, 종부세, 상속·증여세 등이 감소했기 때문이죠.

실제로 14개 주요 세목 중 세수가 늘어난 것은 증권거래세·교육세·주세 등 3개가 전부였습니다. 흥미로운 건 소득세 추이입니다. 지난해 전체 소득세는 2022년 128조7000억원에서 115조8000억원으로 12조9000억원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소득세에 포함돼 있는 근로소득세는 같은 기간 57조4000억원에서 59조1000억원으로 2.9% 늘었습니다. 근로소득세는 직장인의 근로소득(월급 등)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급여에서 원천징수됩니다. 직장인들이 모르는 사이에 가져간 세금이 늘어났다는 얘기입니다.

근로소득세가 늘면서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지난해 근로소득세의 비중은 17.2%를 기록했습니다. 10년 사이 6.3%포인트 올라간 수치입니다. 국세에서 직장인이 내는 근로소득세의 비중이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죠. 정부가 부자들의 세금만 깎아주고 월급쟁이는 배려하지 않는다는 푸념이 제기되는 이유입니다.

정부는 연봉 등 급여와 취업자 수가 늘어나면서 근로소득세도 증가했다고 밝혔습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2022년 2150만2000명이었던 임금근로자는 지난해 2182만8000명으로 32만6000명 늘었습니다.

다만, 소득까지 눈에 띄게 증가한 건 아닙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의 근로소득은 316만7000원으로 2022년 312만1000원보다 4만1000원(1.6%)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그마저도 올해는 감소했습니다.

올 1분기 우리나라 가구의 근로소득은 329만1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 332만6000원보다 3만5000원(-1.1%) 감소했기 때문입니다. 올 2분기 근로소득은 314만6000원으로 1분기보다 더 줄었습니다. 여기에 고물가 기조의 어려움이 계속됐다는 걸 감안하면 정부의 감세정책의 '낙수효과'를 체감한 가계는 찾아보기 힘들 겁니다.

안동현 서울대(경제학) 교수는 "감세로 인한 낙수효과는 전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경제는 세금을 줄여준다고 살아나는 게 아닙니다. 정부가 단편적인 경제정책을 펼치고 있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습니다." 윤 정부가 들어야 할 조언이 아닐까 합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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