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고령화 시대, 보험사 ‘치매·간병’ 시장 선점 경쟁 본격화

고령화와 의료비 부담 증가로 치매·간병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보험업계가 관련 보장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중은 2025년 기준 20%를 넘어섰으며, 치매 환자 수도 100만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고령화가 구조적으로 심화되는 가운데 치매와 간병은 더이상 특정 연령층만의 문제가 아닌 전 세대가 대비해야 할 리스크로 인식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
문제는 비용이다. 특히 간병 비용은 대부분 비급여 영역에 해당해 개인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몫이 크고, 장기 요양이 필요한 경우 월 수백만원에 달하는 지출이 가계를 압박한다. 또한 실손의료보험이 입원~통원 치료비 중심으로 설계돼있어 치료 이후 발생하는 장기 간병 비용과 생활비는 보장 공백으로 남아 있다는 점도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런 흐름을 타고 한화생명·교보생명·삼성화재 등 주요 보험사들이 치매·간병 보험을 잇달아 출시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단순 진단금 지급에서 벗어나 치료비·간병비·생활자금을 아우르는 복합형 상품이 잇따라 등장하면서 보험 상품의 중심축이 ‘진단금’에서 ‘치료·간병’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양상이다.
◇진단금 넘어 치료·간병 전 과정 보장으로 진화
먼저 간병·치매 보험은 단순 진단금 지급을 넘어 치료와 돌봄 전 과정을 아우르는 구조로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는 치매 진단 시 일시금을 지급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 상품은 경증에서 중증 치매까지 단계별로 보장을 세분화하고 장기 간병이 필요한 경우 매월 생활자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보장 범위도 눈에 띄게 넓어지고 있다. MRI·CT 검사비 지원은 물론, 치료 과정에서 발생하는 약제비와 입원·통원 비용까지 포함하는 상품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임상에서 주목받고 있는 치매 신약의 치료비를 보장 항목에 넣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치매가 조기에 발견될수록 치료 효과가 높다는 의학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단순히 진단 이후를 보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검사 단계부터 보장을 시작하는 상품 구조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조기 개입을 통해 중증화를 늦출 수 있다면 장기적인 보험금 지급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가입 구조 역시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고지 항목을 줄인 간편심사형 상품이 확대되면서 고혈압·당뇨 등 만성질환을 가진 유병자나 고령층도 비교적 수월하게 가입할 수 있게 됐다. 과거에는 건강 고지 과정에서 걸러지는 경우가 많아 정작 간병 리스크가 높은 계층이 보험 혜택에서 소외되는 역설이 존재했지만 간편심사형 상품의 확대로 이같은 공백이 빠르게 메워지고 있다.
다만 유의할 점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간편보험은 일반 상품보다 보험료가 높고 보장 범위에 제한이 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간병 상태 판정 기준에 따라 실제 보험금 지급 여부가 달라지고, 중도 해지 시 환급금이 적거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가입 전 보장 조건과 지급 기준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보험사별 경쟁 본격화…상품 전략도 차별화
보험사들은 치매·간병을 중심으로 한 보장 확대에 나서며 기존 진단금 중심 구조에서 치료와 돌봄 전 과정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상품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 단순히 진단 사실에 보험금을 연동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검사·치료·간병·생활자금을 하나의 상품 안에 담으려는 시도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되는 흐름이다.
먼저 한화생명은 최근 ‘치매담은간병플러스보험’을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냈다. 이 상품의 핵심은 ‘아프면 보장, 건강하면 자산’이라는 이중 구조다. 치매나 장기요양 상태가 발생하면 보험금을 지급하는 동시에 건강을 유지할 경우 계약 일부를 연금이나 적립 형태로 전환해 노후 생활 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입원 간병인 사용 일당은 최대 365일까지 보장해 장기 간병 상황에서도 비용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했으며 업계 최초로 치매 간편고지형 심사 방식을 도입해 가입 문턱을 낮췄다.
한화생명은 앞서 암·뇌·심장질환 보장에 치매까지 더한 ‘건강플러스 종신보험’과 비갱신형으로 100세까지 보장하는 ‘The H 간병보험’ 등 관련 상품 3종을 잇달아 선보이기도 했다.
교보생명도 올해 2월 ‘교보더안심치매·간병보험’을 출시하며 치매 신약 치료비 보장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 상품의 가장 큰 특징은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을 제거해 치매 진행을 약 27% 지연시키는 최신 표적치매치료제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를 본격적으로 보장한다는 점이다.
연간 수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특약 합산 최대 2500만원까지 지원해 경제적 부담 없이 골든타임 내에 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치매 진단에 필수적인 CT·MRI·PET 등 정밀검사 비용도 연 1회 보조해 조기 발견을 위한 인센티브 구조를 강화했다.
단계별 보장도 촘촘하게 설계됐다. 특약 가입 시 중증치매는 물론 경도·중등도 치매가 발생해도 진단보험금(일시금)과 함께 매월 생활자금을 평생 지급하며, 생활자금을 받다가 조기에 사망해도 최소 3년(36회) 동안 지급이 보증된다.
간병 보장 범위도 크게 늘렸다. 기존 180일 한도였던 입원간병인 사용일당 보장일수를 최대 365일(요양병원은 180일)로 확대했으며, 방문요양·방문목욕·방문간호·주야간보호·단기보호 등을 함께 이용할 때 보장하는 ‘복합재가급여특약’도 신설했다.
체증형 특약을 선택하면 간병인 사용일당이 가입 10년 경과 후 150%, 20년 후 200%로 늘어나 물가 상승에 따른 간병비용 증가 리스크를 헤지할 수 있다. 유병력자와 고령자를 위한 ‘교보간편더안심치매·간병보험’도 동시에 출시해 간편 고지 조건을 충족하면 동일한 수준의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레켐비 등 최신 표적약물치료는 물론 입원간병인 사용일당 확대 등을 통해 치매 환자와 가족들이 경제적 부담을 덜고 치료에 전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보까지 가세…치매·간병, 보험업계 ‘新격전지’로
손해보험업계에서도 신상품 출시 경쟁이 이어지고 있다. 현대해상은 올해 1월 암과 치매를 하나의 상품으로 묶은 ‘케어더블암치매보험’을 출시하며 새로운 접근법을 선보였다. 기존 단일 질병 중심 상품으로는 두 질병이 모두 발생했을 때 충분한 보장을 받기 어려웠다는 점에 착안한 것으로 발생 순서에 따라 보장금액을 확대하는 구조가 핵심이다.
암을 먼저 진단받은 경우 암 진단 가입금액 100%를 지급하고, 이후 중증치매(CDR 3점 이상) 진단 시 치매 진단 가입금액의 200%를 추가 보장한다. 반대 순서로 발생해도 동일한 방식이 적용돼 두 질병이 겹치는 고령층 리스크를 이중으로 대비할 수 있다는 평가다.
현대해상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퇴원 후 재택 간병 공백을 메우는 ‘마음을더하는케어 간병인보험’도 선보이며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입원 시에만 가능했던 기존 간병 지원의 한계를 극복해 퇴원 후 1년 내 재택 간병인을 최대 10회 지원하는 구조로 설계됐다.
삼성화재는 ‘보험의 2치’를 선보이며 주목받고 있다. 상품명은 ‘보험의 이치(理致)’라는 의미와 함께, 중증치료비와 치매를 모두 보장하는 2개의 ‘치(治)’를 중의적으로 담았다. 암·뇌혈관·허혈성심장질환 등 중증질환 치료비와 치매 진단비를 하나의 특약으로 묶은 하이브리드형 보장 구조가 핵심이다.
가입 연령은 30세부터 70세까지이며, 보험기간은 90세 또는 100세 중 선택할 수 있다. 특정 연령 이후 건강 상태를 매년 유지하면 최대 10년간 ‘건강관리 지원금’을 지급해 예방 활동을 장려하는 인센티브형 보장 구조도 도입됐다.
여기에 후견인·신탁제도 등 치매 관련 자산관리 상담, 치매 위험도 유전자검사, 중증질환 관련 병원 동행 등 ‘4대질환 동행 케어서비스’까지 제공하면서 보험의 역할을 보장에서 돌봄 서비스로까지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고령화·의료비 부담 증가…간병보험 수요 구조적으로 확대
치매·간병 보험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배경에는 돌이키기 어려운 구조적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맞물려 있다. 고령화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치매 환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고, 이에 따른 간병 비용 부담이 개인과 가계를 압박하는 수위가 임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실제로 간병 비용 부담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간병비는 대부분 비급여 영역에 해당해 개인이 직접 부담해야 하는 구조다. 보건복지부 및 관련 연구에 따르면 간병인 고용 비용은 일 평균 10만~15만원 수준으로, 월 기준 약 300만~4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사적 간병비 지출 규모는 2018년 약 8조원을 넘어선 이후 지속 증가해 10조원에 근접한 수준으로 확대된 것으로 분석된다.
공적 장기요양보험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장기요양보험 수급자는 2015년 47만명에서 2024년 117만명으로 약 2.5배 증가했다. 고령화 영향으로 지출이 빠르게 늘면서 재정 부담이 확대되고 있으며, 적자 전환 가능성과 함께 중장기적으로 기금 고갈 우려도 제기된다. 실손의료보험이 입원·통원 치료비 중심으로 설계돼 장기 간병비나 생활비를 충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점 역시 민간 간병보험 수요를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에 더해 보험사들은 단순 간병 보장을 넘어 노후 자산관리 기능을 접목한 상품으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IRP·연금저축과 연계해 보험료 납입 단계의 세액공제 혜택을 제공하고, 수령 단계의 과세 부담을 낮추는 구조가 확산되고 있으며, 간병 보장과 펀드 투자를 결합한 변액보험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헬스케어 서비스와 연계해 건강 관리 활동에 따라 보험료를 할인하거나 치매 위험도 유전자 검사를 제공하는 상품도 잇따르고 있다. 보험의 역할이 사후 보상에서 예방·관리로 확장되는 흐름이다.

◇‘제2의 실손’ 될까…성장 가능성과 과제는
한편 간병 등 관련 보험이 ‘제2의 실손보험’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고령화 속도가 빨라지는 가운데 공적 돌봄 체계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만큼 민간 보험의 역할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다만 과제도 적지 않다. 치매 진단 기준이나 간병 상태 판정 방식, 지급 조건이 상품마다 달라 소비자가 보장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초기 설명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을 경우 향후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장기 리스크를 전제로 하는 구조상 보험료 산정과 수익성 관리 역시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특히 손해율 상승은 업계가 당면한 핵심 과제로 지목된다. 최근 간병보험 손해율은 전반적으로 상승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상품이나 특약에서는 수익성을 크게 웃도는 수준까지 악화된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손해율 상승의 배경으로는 도덕적 해이 문제가 지목된다. 업계에서는 실제 간병인을 고용하지 않고 가족이 보호자 역할을 수행한 뒤 보험금을 청구하거나, 형식적인 요건만 갖춰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일부 보험사를 중심으로 간병인 사용일당 보장 한도를 축소하고 특약 심사를 강화하는 등 리스크 관리 조치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 성장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손해율 문제는 보장 한도 조정과 약관 정비 등을 통해 일정 부분 관리가 가능하다는 시각이 있는 데다, 고령화라는 구조적 수요 자체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치매 치료제 등장으로 향후 보장 범위가 치료 영역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간병보험은 단순한 신상품을 넘어 보험 산업 구조를 바꿀 수 있는 핵심 영역”이라며 “보장 범위와 서비스 경쟁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