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인배’ 오타니, 김혜성 홈런에 적진 복판에서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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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시업 왕자를 몰라보다니

3회를 마쳤다. 3-0 우위를 벌써 사라졌다.

막강한 일본 타선에 터지기 시작한다. 쳤다 하면, 넘어간다. 투런 1개에 솔로 3개가 터졌다. 스코어는 이미 뒤집혔다. 3-5로 끌려간다. (7일 도쿄돔, WBC 1라운드, 한국 – 일본)

‘큰 일이다. 더 밀리면 안 된다. 와르르 무너질지 모른다.’ 불안감이 스멀스멀 올라온다.

그런 흐름이다. 4회 초 우리 공격 때다. 사실 기대도 별로 없었다. 7~9번으로 이어지는 하위 타순의 차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기회가 열린다. 김주원이 몸을 바친 덕이다(?). 이토 히로미의 공에 등 쪽을 맞았다. 다행이다. 많이 아프지 않은 곳이다. 1루 자유이용권을 얻었다. 선두 타자 출루다.

다음은 박동원이다. 생각이 많아진다. 차라리 보내기가 낫지 않을까? 혹시나 변화구 잘못 건드리면 곤란하다. 내야 땅볼로 (병살) 찬물을 끼얹으면 큰 일이다.

하지만 근심을 덜었다. 화끈한 헛스윙 2번으로 끝낸다. 삼진, 아웃 1개만 올라간다. 1사 1루의 상황이 이어진다.

그리고 김혜성(27)이 타석에 선다. 카운트 싸움에 밀리지 않는다. 유인구를 참아내며 3-1로 유리하게 끌고 간다.

상대는 9번 타자다. 볼넷을 줄 수는 없다. 이토의 5구째는 ‘당연히’ 직구다. 93마일짜리가 존 안으로 버젓이 통과한다. 아니 통과하려고 한다. 몸 쪽에 약간 높은 존이다.

그러나 큰 착각이다. 명색이 메이저리거다. 그것도 다저스의 우승 멤버다. 최근에 한껏 벌크업까지 됐다.

어디 그뿐인가. 뉴스도 안 보나 보다. 팀 내 설문 조사에서도 당당한 1등이다. ‘푸시업(팔굽혀펴기) 가장 잘할 것 같은 동료’로 말이다.

‘감히 이런 공을?’ 푸시업 왕자의 강렬한 스윙이 폭발한다. 완벽한 타이밍에 걸렸다. 타자는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 서둘러 달릴 생각도 없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타구를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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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도 동생 같이 챙기더니”

공은 우측 담장 너머로 사라졌다. 2점짜리 홈런이다. 스코어는 5-5로 다시 공평해졌다.

순간 도쿄돔은 싸늘하게 식는다. 4만이 넘는 관중들은 모두 얼어붙었다. 비명과 한숨이 교차한다. 3루 쪽만 난리가 났다. 한국 응원석, 그리고 덕아웃이다.

바로 그때다. 눈을 의심케 한다. 그런 장면이 있었다. 바로 일본의 벤치의 한복판에서 나온 행동이다.

가장 눈에 잘 띄는 앞 쪽, 1열이다. 감독, 코칭스태프도 멀지 않은 거리다. 그곳에 자리한 ‘누군가’다. 혼자 박수를 보낸다. 그것도 작은 동작이 아니다. 양손을 번쩍 들어 앞으로 향한다. 상대를 향한 찬사가 분명하다.

주인공은 바로 오타니 쇼헤이(31)였다.

이 장면을 한 일본 미디어가 다룬다. 도쿄스포츠라는 매체의 온라인판 도스포(東スポWEB)다. 이렇게 설명한다.

‘4회에 다저스 소속 김혜성이 동점 2점 홈런을 쳐냈다. 경기 중반 5-5가 되는, 일본에게는 아픈 한 방이었다. 그럼에도 오타니는 차분한 미소를 띠며 다이아몬드를 돌고 있는 김혜성에게 박수를 보냈다.’

생각해 보시라. 무려 한일전이다. 우리만 그런 게 아니다. 일본도 무척 민감한 일전이다. 거기서 뼈아픈 한 발을 맞았다. 그 와중에 저런 표현이 가능한가. 그것도 벤치 한복판에 앉아서 말이다.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일본 SNS에는 많은 댓글이 달린다. 물론 일부는 거친 것도 있다. ‘아무리 오타니라고 해도 그건 아니다.’ ‘분위기 파악 좀 해라’. 같은 것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호의적이다.

‘역시 오타니다. WBC를 즐기는 모습이 보기 좋다.’

‘김혜성은 팀 동료 아닌가. 리스펙 하는 장면이 훌륭하다.’

‘평소에도 막내 동생 같이 챙기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우리 커뮤니티에도 소식이 전해진다. 반응은 비슷하다.

‘오타니 정도 되니까, 저러는 게 가능하다.’

‘이치로 보다 훨씬 낫다. 멋지다.’

‘대인배 중의 대인배다. 도대체 얼마나 큰 그릇이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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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를 존중하는 멘트와 행동

오타니의 매너는 이 장면만이 아니다. 경기 후 소감에서도 나타난다.

“정말 멋진 게임이었다. 어느 팀이 이겨도 이상할 게 없었다. 좋은 승부였다.”

특히 공격력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한국은 훌륭한 타선을 갖춘 팀이다. 타자들이 정말로 잘 대응하면서 게임을 풀어가더라. 막강한 상대였고, 대접전을 펼친 좋은 일전이었다.”

자신이 홈런을 친 뒤에도 마찬가지다. 과한 세리머니를 자제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한국에 선취점을 뺏긴 상태였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했다. 때문에 경기 운영이 조심스러워야 했다. 다행히 초반에 실점을 만회하고, 후반까지 잘 견뎠다. 덕분에 이길 수 있었다.”

겸손함은 물론이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 그대로 드러난다.

1루수 문보경에 대해서도 그렇다. 7회 수비 중에 위험한 장면이 나왔다. 파울을 잡으려다 펜스에 부딪혔다. 한동안 일어나지 못할 정도였다.

잠시 후 오타니가 그쪽으로 간다. 고의 4구로 1루에 진루한 것이다. 그러자 문보경에게 뭔가를 묻는다. “괜찮냐”라고 안부를 챙기는 모습이다. 등도 토닥여준다.

김혜성과 마주치기도 했다. 5회 말이다. ‘다저스 선배’는 1루 주자가 됐다. 거기서 하필이면 다음 타자(곤도 겐스케)가 2루 땅볼을 쳤다. 타구를 잡은 ‘후배’는 태그 플레이를 시도한다. 1루 주자를 찍고, 병살을 시도하려는 의도다.

이 과정에서 주자는 자동 아웃이 선언됐다. 후배를 피하려다 3피트를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래도 원망은 없다. 활짝 웃으며 흔쾌히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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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한국 벤치를 향해 인사

역시 오타니는 오타니다. 나무랄 데 없는 바른생활 사나이다.

‘인사성’마저 소문이 자자하다. 늘 1번 타자다. 경기 시작과 함께 등장한다. 첫 타석에 서기 전에 항상 맞은편 벤치를 향해 고개를 숙인다. 상대 감독과 팀에 대한 존중의 뜻이다.

딱 한 명 예외가 있다. 마이크 실트다. 지금은 그라운드를 떠난 사람이다. 그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맡을 때다.

그러니까 작년 6월의 일이다. 다저스와 3연전에서 거친 다툼이 벌어졌다. 빈볼이 속출하고, 벤치 클리어링이 몇 번이나 일어났다. 오타니도 몸에 강한 한 방을 맞았다.

그 이후다. 둘도 없는 매너남도 그쪽으로는 인사를 생략한다. (실트 감독은 시즌 후 자진 은퇴를 선언했다. 스트레스와 건강 악화가 이유였다.)

어제도 그랬다. 예의 바름이 빛을 발한다. 경기가 끝난 직후다. 일본 선수들이 모두 그라운드로 나온다. 관중석을 향한 인사 때문이다.

그때도 오타니만 목례를 한 번 더 한다. 두 번째로 고개 숙이는 대상은 3루 쪽 덕아웃이다. 바로 한국 팀과 벤치의 감독을 향한 인사였다.

LA 다저스 공식 SNS

겸손 하이 파이브의 파트너

그런 그가 유독 챙기는 후배가 있다. 김혜성이다. “선수로서만이 아니다. 인간으로도 괜찮은 사람”이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적어도 그 기준에서는 극찬일 것이다.

이해가 간다. 동방예의지국의 청년이다. ‘깍듯함’ 하면 뒤지지 않는다. 오죽하면 ‘겸손 세리머니’까지 생겨났을까. 두 손으로 하는 공손한 하이 파이브 말이다.

이건 다저스의 히트 상품이 됐다. 9번 타자(김혜성)가 어쩌다가 홈런 친다. 그럼 홈으로 마중 나가는 건 1번 타자(오타니)의 몫이다.

세상에서 가장 ‘예의 바른 하이 터치’. 둘 만이 연출할 수 있는 퍼포먼스가 생겨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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