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도 없이 다짜고짜 끌려간 그곳.. 노예처럼 생활, 뱀·쥐 잡아먹기도"

강은영 2022. 9. 28.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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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때 설립돼 군사정권까지 '부랑아 교화'를 목적으로 운영된 선감학원의 피해자들과 관련된 유해 발굴 작업이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다.

선감학원 피해자 안영화(73)씨는 13세이던 1965년 당시 길을 가다 다짜고짜 잡아채는 손길에 끌려가 선감학원에서 3년간 생활했다.

안씨가 있을 당시 선감학원에는 300여 명의 아이들이 생활했다.

안씨에 따르면 선감학원에 끌려온 아이들은 각종 질병이나 기아, 추위, 노동 등으로 견디기 힘든 생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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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감학원 피해자 안영화씨
"섬 탈출하다 물 못 건너 사망한 친구 직접 묻기도"
"사망한 아이들 장례 없이 그저 거적대기 싸서 매장"
선감학원 아동 인권 침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유해 발굴 작업이 실시된 26일 경기 안산시 선감도의 모습. 이곳에는 선감학원 관련 유해 150여 구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공동취재사진
"동인천 쪽에서 일하시던 아버지한테 가던 길이었어요. 정장 차림의 남성 둘이 내 양쪽 팔을 잡아요. 으슥한 골목으로 데리고 들어가더니 갈 데가 있으니 가자고 하는 겁니다. 그 때가 제 나이 13세였습니다."
'선감학원' 피해자 안영화씨

일제강점기 때 설립돼 군사정권까지 '부랑아 교화'를 목적으로 운영된 선감학원의 피해자들과 관련된 유해 발굴 작업이 사회적 관심을 받고 있다. 선감학원 피해자 안영화(73)씨는 13세이던 1965년 당시 길을 가다 다짜고짜 잡아채는 손길에 끌려가 선감학원에서 3년간 생활했다. 안씨는 "나는 천국은 모른다. 그런데 진짜 지옥이 있다면 바로 그런 데가 지옥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할 정도로 선남학원에서 참혹한 일을 당했다고 밝혔다. 대체 그곳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안씨는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그렇게 끌려간 선감도에서 기상을 하면 노동으로 시작해서 노동으로 끝났다"며 "주로 농사일을 하고, 누에를 키우고 염전에서도 일했다. 할당량을 마치지 못하면 사장이라는 사람에게 화풀이 분풀이 대상이 됐다"고 말했다.

안씨가 있을 당시 선감학원에는 300여 명의 아이들이 생활했다. 제대로 할당량을 못 채웠을 경우 아이들에게 연대책임을 물어서 단체기합을 받게 했다고 한다. 안씨는 "소위 말하는 원산폭격, 머리 박기 등 기합은 거기서 다 배웠다"며 "겨울에 따뜻한 물은 쓸 수도 없고 거의 동상을 달고 살았다"고 회상했다.

일제강점기인 1942년 5월 조선소년령 발표에 따라 선감도에 설립된 ‘선감학원’. 한국일보 자료사진

안씨에 따르면 선감학원에 끌려온 아이들은 각종 질병이나 기아, 추위, 노동 등으로 견디기 힘든 생활을 했다. 밥 한 그릇도 제대로 먹을 수 없어 단백질 섭취를 위해 뱀이나 쥐를 잡아먹는 아이들도 많았다. 또한 영양실조나 매질을 당하거나 탈출을 시도하다 죽은 아이들도 있었다. 선감도라는 섬의 특성 때문에 탈출했다가 익사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했다.

안씨는 탈출하다 익사한 친구들을 직접 매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탈출을 시도한 친구 한 명을 제가 직접 묻었다"면서 "도망가다가 물을 건너서 헤엄쳐야 하는데 그걸 이기지 못하고 죽어서 떠밀려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감학원 아동 인권 침해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유해 발굴 작업이 실시된 26일 경기 안산시 선감동 유해 매장지에서 관계자들이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이곳에는 선감학원 관련 유해 150여 구가 매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공동취재사진

아이들의 장례 절차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그냥 거적대기에 싸서 묻는 것"이라며 "내가 있을 때 죽은 친구들이 한 네다섯 명은 됐다"고 말했다.

남자 아이들만 수용된 곳에서 성폭행 사건도 벌어졌다. 안씨는 "여자들은 없었다. 다만 조그마한 친구들이 들어오면 나이 많은 아이들이 성폭행하고 그랬다. (어른들에 의해서 성폭행이 벌어진 게 아니고) 아이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것"이라고 전했다.

안씨는 피해자 유해 발굴 작업에 대해선 "공식 집계된 사망자 수는 24명이라고 하는데, (실제로는 유해가) 150구 정도 된다고 하더라. 지금 발굴해 보면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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