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류현진 태극마크는 더 없는 것일까… 프리미어12, '류김양' 없이 홀로서기

김태우 기자 2024. 10. 12.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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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현진의 마지막 태극마크 출전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이다. 류현진은 대표팀 기회를 바랐지만, 전체적인 구상 속에 아쉽게도 프리미어12에는 출전하지 않는다
▲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당시의 류현진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한국 야구가 낳은 최고의 투수 중 하나인 류현진(37·한화)은 데뷔 후 줄곧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군림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을 이끄는 등 국제 무대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했다. 경기 결과야 어쨌든, 한동안 대표팀이 가장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는 류현진이었다.

류현진은 신인 시즌이었던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처음으로 성인 대표팀에 차출된 이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차례로 출전했다. 다만 2013년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로 진출하면서 대표팀과 인연이 이런 저런 사정으로 불가피하게 끊겼다. 다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최하는 WBC를 제외하면 소속 선수들, 특히 40인 로스터 내의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에 굉장히 비협조적이다. 선수에게 많은 연봉을 주는 건 팀인데, 괜히 국제대회에 가서 위험 요소를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진출 후 열린 아시안게임·올림픽에 모두 참가하지 못했다. 나가려고 해도 팀이 반대하면 할 말이 없었다.

그나마 WBC는 나갈 수 있었지만, 이 또한 부상으로 좌절됐다. 2013년 WBC는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진출 직후라 팀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이에 불참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이해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2015년 어깨 수술을 받은 류현진은 2017년 WBC에 정상적으로 대기할 수 있는 몸이 아니었고, 2022년 시즌 중반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2023년 WBC 또한 출전이 어려웠다.

WBC가 정상대로 2021년 열렸다고 하면 참가가 가능했겠지만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2년 밀렸고, 공교롭게도 이 시기에 큰 수술을 받으면서 태극마크를 달 기회를 놓쳤다. 그래서 올 시즌 KBO리그에 복귀한 류현진의 국가대표팀 승선에 큰 기대가 모인 것도 사실이다. 2010년 이후 국가대표팀에 가지 못한 류현진 또한 기회가 있다면 꼭 가고 싶다면서 의지를 드러냈다. 이제는 구단의 허락은 받지 않아도 됐다.

나이를 고려하면 사실상 2024년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A) 프리미어12가 마지막 기회였다. 2026년 WBC는 만 39세고, 2028년 LA 올림픽은 너무 먼 이야기였다. 류현진도 사람인 만큼 마흔이 넘어서 구위를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류현진은 지난 9월 12일 발표된 대표팀 예비 엔트리 60인 내에 포함되지 못했다. 류현진의 기량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대표팀의 방침 때문이었다.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2023년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부터 시작된 대표팀 세대교체를 가속화시키려고 했다. 프리미어12의 중요성은 인정하지만, 2026년 WBC와 2028년 LA 올림픽이 더 중요하다고 봤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 항저우 멤버 등 20대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뽑아 국제대회 경험을 주고, 그것을 2026년과 2028년으로 이어 가겠다는 구상이었다. 그 과정에서 30대 중반 이후의 베테랑 선수들은 기량과 관계없이 모두 예비 명단에서 빠졌다.

▲ 프리미어12 대표팀은 류현진, 김광현, 양현종이라는 최근 10년 대표팀을 이끈 에이스들을 떠나 보낸 상황에서 첫 시험대에 오른다. ⓒ 연합뉴스

물론 최종 엔트리 선정을 앞두고 변화가 있을 수 있다는 단서를 달기는 했다. 그러나 KBO의 구상이 확고해 류현진의 대표팀 합류 가능성은 수면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11일 발표된 35인 훈련 명단에도 역시 류현진의 이름은 없었다. 포수 쪽에서 경험이 필요한 것을 고려해 박동원(LG) 정도가 포함된 게 베테랑 추가의 전부였다. 28인 최종 엔트리에서 이변이 일어날 확률은 더 떨어진다. 이제 류현진의 다음 대표팀 기회는 2026년 WBC다. 다만 그때도 지금의 세대교체 기조를 이어 갈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

어쨌든 그런 기조 속에 대표팀은 마운드 구성이 불과 몇 년 전과 비교해서도 확 달라졌다. 대표팀 마운드를 오랜 이끌던 좌완 트로이카(류현진·김광현·양현종)은 올해 전성기만은 못한 기량일지라도 리그에서 여전한 경쟁력을 과시했으나 예비 명단에서 모두 빠졌다. 큰 대회, 큰 경기에서 이들에게 의존하는 바가 컸었는데 어떻게 보면 젊은 투수들이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셈이 됐다. 올해 프리미어12의 경우 좌완 선발 전력이 많이 약해진 상황이라 그 경쟁력 여부가 더 큰 관심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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