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설렘 충전’ 요즘 엘리트 직장인의 특별한 야간 데이트 코스는

자동차 극장·광진교 전망대·경복궁 야간개장까지…지친 하루의 끝, 낭만의 시작
ⓒ르데스크

서울의 밤이 직장인 커플들의 새로운 데이트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하루의 피로를 털어내고,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하는 특별한 추억을 만들 수 있는 ‘퇴근 후 데이트’가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자동차 극장부터 한강 전망대, 고궁 야간개장까지, 서울과 수도권의 이색 공간들이 늦은 밤까지 연인들의 발길을 이끌고 있다.

최근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퇴근 후 데이트 코스’, ‘야간 데이트 명소’ 관련 콘텐츠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저녁 7시 이후의 짧은 시간을 이용해 색다른 공간을 찾고, 일상의 무게에서 벗어나 낭만을 즐기려는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서울과 인근 지역에는 밤 9시 이후까지 운영되는 야외 콘텐츠가 다채롭게 마련돼 있다.

“드라이브도 영화도”…경기도 유일 자동차 극장의 낭만

용인 한국민속촌 인근의 자동차 극장은 서울 남부권에서 유일하게 운영되는 드라이브 인 극장이다. 차량 안에서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고 영화를 감상하는 방식은 일반 영화관과는 다른 매력을 선사한다. 이곳은 평일 밤에도 데이트를 즐기러 오는 커플들로 조용한 활기를 띠고 있다.

▲ [그래픽=장혜정 / 지도=네이버지도 갈무리] ⓒ르데스크

금요일 밤 9시. 어둠이 내려앉은 극장 주차장에는 20여대의 차량이 질서 있게 주차돼 있었다. 스크린에는 클래식한 로맨스 영화가 상영되고 있었고, 차량 내부마다 은은한 불빛과 함께 다양한 데이트 풍경이 펼쳐졌다.

차량의 창문 너머로는 팝콘을 나눠 먹는 커플, 조용히 기대어 앉은 연인의 실루엣, 차창에 기대어 하늘을 올려다보는 이들의 모습까지 눈에 띄었다. 창밖으로는 은은한 별빛과 주차장 주변을 감싸는 조명이 어우러져 낭만적인 분위기를 더했다.

원혜지(31·여) 씨와 정태윤(33·남) 씨는 조수석과 운전석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그들 앞 좌석엔 포장해온 떡볶이와 순살치킨, 맥주 두 캔이 놓여 있었다. 원 씨는 “오늘 같은 날은 영화보다 이 공간과 분위기가 주는 여유가 더 중요하다”며 “퇴근 후 멀지 않은 거리에서 이런 여유를 즐길 수 있어 자주 오고 싶다”고 말했다. 정 씨는 “차 안이라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고, 대화도 자연스러워지는 기분이다”고 덧붙였다.

이곳의 장점은 영화 외에도 많다. 영화를 보기 전이나 후에 주변을 드라이브하며 짧은 여행 기분을 내는 커플들도 많다. 또 인근에는 야경이 아름다운 카페도 있어 영화관람 전후 코스로 이어지기 좋다. 데이트 비용도 비교적 저렴하고, 밀폐된 차량 내에서 안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한강 위를 걷는 기분”…광진교 8번가의 야경 데이트

서울 광나루역 인근 ‘광진교 8번가’는 교각 하부에 위치한 전망대로, 한강을 가로지르는 다리 아래에 투명 유리 바닥으로 꾸며진 이색적인 공간이다. 마치 물 위를 걷는 듯한 기분을 줄 수 있어 퇴근 후 데이트 코스로 인기다.

▲ [그래픽=장혜정 / 지도=네이버지도 갈무리] ⓒ르데스크

오후 7시가 넘어 해가 완전히 지자 전망대에는 하나둘 커플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삼각대를 설치하고 야경을 배경으로 셀카를 찍는 커플들, 조용히 강물을 바라보며 대화하는 연인들로 공간은 조용하면서도 생동감 넘친다.

전망대 내부에는 클래식 음악이 잔잔히 흘러나오고 있었고, 유리 바닥 아래로는 반짝이는 한강 물결이 내려다보였다. 일부 커플은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 캔맥주와 과일을 나눠 마시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늦은 퇴근길임에도 고요한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직장인 김나윤(30·여) 씨는 이날 남자친구와 함께 이곳을 찾았다. “직장에서 한 정거장 거리라 퇴근 후 들르기 딱 좋다”며 “바닥이 투명해서 처음엔 무서웠는데, 금세 익숙해지면서 오히려 짜릿하고 색다른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한강 위에 있다는 공간감 자체가 설레게 하고, 조명이 조용히 흐르는 물에 반사돼 정말 예뻤다”고 전했다.

광진교 8번가의 또 다른 장점은 이어지는 한강 산책 코스다. 전망대 이용 시간이 끝난 이후에도 바로 이어지는 광나루 한강공원에서 산책을 즐기거나 자전거를 타며 여유로운 밤을 만끽할 수 있다. 덕분에 퇴근 후 비교적 늦은 시간임에도 오랜 데이트처럼 느껴지는 효과가 크다는 평이다.

고궁에서의 밤, 경복궁 야간개장의 품격…이색 데이트 코스 각광

서울 도심에서 전통과 낭만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야간 명소는 경복궁이다. 봄과 가을 시즌에 진행되는 ‘야간개장’은 한정된 관람 시간에도 불구하고 매번 매진될 정도로 인기를 끈다. 특히 근정전, 경회루, 홍례문 등 고궁의 주요 건축물들이 조명 아래 드러내는 고즈넉한 아름다움은 커플들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한다.

▲ [그래픽=장혜정 / 지도=네이버지도 갈무리] ⓒ르데스크

화요일 저녁 8시경, 경복궁 앞에는 한복을 입은 연인들이 줄지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입장 후 경회루 앞에서는 조명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는 커플들이 많았고, 어떤 커플은 경회루 연못 앞 벤치에 앉아 조용히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경복궁 내부는 전체 관람이 아닌 제한된 구간만 개방되지만 근정전 앞 광장에서 바라보는 야경, 경회루의 고요한 수면 위로 반사된 불빛은 관람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관람객 대부분은 삼각대나 필름 카메라를 들고 고즈넉한 풍경을 기록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회사에서 광화문이 보이는 사무실에 근무 중인 문예빈(28·여) 씨는 “항상 보기만 했던 궁 안을 밤에 직접 걸으니 마치 영화 속 장면에 들어온 것 같다”며 “야경이 정말 아름답고, 사람도 많지 않아 조용하게 데이트를 즐기기 좋다”고 말했다. 이어 “근처 삼청동이나 안국의 와인바에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어 더욱 만족스럽다”고 덧붙였다.

관람 시간은 제한적이지만, 주요 공간만 집중적으로 개방되기 때문에 40분~1시간 내외의 산책 데이트 코스로 적절하다. 이후 인근 북촌이나 서촌의 카페, 갤러리 등을 함께 둘러보며 여운을 이어갈 수 있다.

현재 서울과 수도권에는 자동차 극장 외에도 야외 미술관, 공원형 북카페, 수변 야시장, 저녁 전용 전시회 등 다양한 형태의 야간 콘텐츠가 확대되고 있다. 각 자치구도 직장인을 위한 평일 저녁 문화프로그램을 점차 늘려가는 추세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과 삶의 균형이라는 트렌드에 발맞춰 야간 도시 문화 콘텐츠 확장을 고민 중이다”며 “앞으로도 퇴근 후 도심 속 여가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을 계속 발굴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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