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무당 12지신 천사… 세계인 혼을 빼놓으러 간다

“견우(추영우)를 지키려면 봉수(견우에 빙의된 악귀)도 지켜야 해. 마음을 들여다봐. 너무 밉게만 보지 말고. 무당이 하는 일이 뭐야? 굿이랑 부적은 수단이야. 본질은 마음이야. 상처받은 마음을 잘 살펴주면 순리대로 돌아가게 돼 있어.”
29일 12화로 종영한 조이현·추영우 주연의 tvN 월화 드라마 ‘견우와 선녀’ 중 지난 10화 속 한 장면. 낮에는 평범한 여고생이었다 밤에는 무당 ‘천지선녀’로 활동하는 박성아(조이현)가 악귀에게 몸을 뺏긴 동급생 견우를 어떻게 살려낼 수 있을지 걱정하자 신어머니 동천장군(김미경)이 다독이는 모습이다.


‘MZ무당’과 ‘쌍방 구원’ 로맨스 서사가 버무려진 판타지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 극 중 ‘천지선녀’로 등장하는 조이현은 첫눈에 반한 동급생 추영우가 21일 만에 죽을 운명이란 걸 알고 ‘인간 부적’을 자처하며 각종 악귀를 떼어내려 한다. 그렇게 서로의 아픈 과거를 어루만지다 첫사랑이 싹트고, 6·25 전쟁에 참전했다 한(恨)을 품고 생을 마감한 학도병이 추영우에게 빙의하면서 다시 얽히고설킨 사연을 풀어낸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영화 ‘K팝 데몬헌터스(이하 ’케데헌’)의 핵심적 요소는 K팝뿐만 아니라, ‘데몬헌터스’(무당)로 상징되는 한국적 토속 신앙이다. 이른바 ‘K토속신앙’ ‘MZ무당’이 전 세계 안방을 점령한 셈인데, ‘케데헌’뿐 아니라 국내 TV용으로 제작된 무속 소재 드라마들도 해외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견우와 선녀’의 경우, 국내 시청률은 4% 후반대 정도지만, 디지털 콘텐츠 누적 조회 수 2억4000만회로 화제성에서 높은 성적을 내고 있다. 지난 22일 기준 화제성 조사 전문 기관 굿데이터 코퍼레이션 공식 플랫폼인 펀덱스 발표 결과 7월 3주 차 TV-OTT 통합 부문에서 2주 연속 1위. 또 출연자 화제성에서도 추영우(1위) 조이현(2위)이 가장 높은 순위를 차지했다.


27일 기준 해외 글로벌 OTT 시청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에 따르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TV쇼 부문(영어·비영어 콘텐츠 포함) 5위에 올랐다. 태국·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1위에 이어, 프랑스·그리스·이탈리아·폴란드(6위)를 비롯해, 지금 한창 ‘백야’일 핀란드·스웨덴(7위) 등 북유럽 등지에도 인기다.
지난달 7일 11%의 시청률로 종영한 SBS 금토 드라마 ‘귀궁’ 역시 무녀(김지연)와 인간에게 빙의한 이무기(육성재)가 왕가에 씐 악령의 원혼을 달래는 ‘초자연적’ 현상에 카메라를 집중했다.
악귀를 잡는 만신(무녀를 높여 이르는 말)들이 수살귀(물귀신)·외다리귀·야광귀(정월 초하루 남의 집에 와서 신발 훔쳐가는 귀신)·팔척귀(2m가 넘는 거대한 존재로 원혼으로 뭉친 두려움의 대상) 같은 설화에 등장하는 귀신들의 ‘한’을 달래는 역할을 그렸다. 한국 넷플릭스 1위는 물론, 방영 4주 차에 한국을 포함한 넷플릭스 4국 1위(플릭스 패트롤 5월 12일 기준), 일본 OTT 레미노 1위 등을 기록했다.

해외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서구의 오컬트물이 주로 공포나 액션, 코미디에 치중해 있다면 한국 드라마는 영계(spiritual world)와 연결돼 사회에 소외된 이들이 오히려 끈끈하게 보듬으며 무속 의식을 스타일리시하게 표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평범한 사람들이나, 혹은 소외된 이들이 ‘초자연적인 힘’을 얻는 설정은 한국식 ‘수퍼 히어로’를 탄생케 한다.


다음 달 23일 디즈니+와 KBS2TV 동시 방영될 마동석·박형식 등 주연의 ‘트웰브’는 한국의 12지신 설화를 중심으로 호랑이, 쥐, 소, 닭 등을 형상화한 천사들이 악인을 상대로 대결한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마동석이 호피 무늬 의상을 입고 주먹을 날리는 모습에서 ‘케데헌’의 호랑이 ‘더피’가 연상되기도 한다.
인도 매체 ‘타임오브인디아’는 ‘견우와 선녀’의 인기 등 잇단 무속 드라마 인기 현상을 짚으면서 “무속을 깊이 숭배하기보다는 하나의 감정 치유 효과이자 전통이 현대적으로 재해석 되는 문화적 변용”이라면서 “한국의 젊은 세대가 K팝 문화와 함께 전통적인 무속 의식을 감정 치유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흥미로운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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