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둘러보는데 2시간이면 충분합니다" 해발 20.5m 국내 가장 낮은 섬 트레킹 명소

바람이 먼저 말을 거는 섬
겨울의 가파도, 고요가 가장
선명해지는 시간

가파도 /출처: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제주 서귀포 앞바다에 떠 있는 가파도는 봄의 청보리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지만, 겨울의 가파도는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줍니다. 관광객의 발걸음이 잦아드는 계절, 섬은 본래의 속도로 돌아가며 바람과 돌담, 바다만 남은 풍경을 드러냅니다. 그래서 지금의 가파도는 화려함보다는 ‘비움’에 가까운 섬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가오리가 바다를 헤엄치는 듯한 모양을 한 가파도는 제주 부속섬 가운데 네 번째로 큰 섬입니다. 이름 또한 가오리(가파리)를 닮았다는 설, 혹은 덮개 모양의 섬이라 하여 개도 라 불리던 것이 굳어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겨울 바다 위에 놓인 섬의 윤곽은 그 이름처럼 더 또렷해 보입니다.

겨울 가파도의 풍경은 ‘여백’에 가깝다

가파도 /출처: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지호

봄이면 초록으로 가득 차는 밭은 겨울에 들어서면 색을 덜어냅니다. 보리가 자라기 전의 밭, 낮은 돌담, 그리고 바다까지 이어지는 단순한 선들. 이 계절의 가파도는 풍경이 많지 않아서 오히려 더 오래 바라보게 됩니다. 무엇보다도 바람이 섬 전체를 지나가며 만들어내는 소리가 인상 깊습니다. 파도 소리와 바람 소리가 겹쳐, 섬은 늘 조용하지만 결코 적막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겨울 가파도는 사진보다 ‘체감’이 먼저인 곳입니다. 돌담 사이를 걷다 보면 바닷바람이 그대로 얼굴에 닿고, 포구에 서면 겨울 바다 특유의 깊은 색감이 시야를 채웁니다. 관광지라기보다 생활의 섬에 가까운 모습입니다.

1~2시간이면 충분한 겨울 산책

가파도 카페 모습 /출처:대한민국 구석구석

가파도는 자전거를 빌려 둘러볼 수도 있지만, 이 섬의 진짜 매력은 걷는 데서 드러납니다. 포구에서 출발해 올레길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을과 밭, 해안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집니다. 길 옆에는 할망당과 상동우물, 불턱 같은 섬의 생활 흔적이 남아 있고, 소망전망대에 서면 섬 전체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해안선 길이는 약 4.2km, 최고 높이도 20.5m에 불과해 부담 없이 걸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여행 일정이 짧아도 충분히 섬의 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 바로 가파도입니다.

역사와 이야기가 머무는 섬

가파도 /출처: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계호

가파도는 조용하지만 이야기가 많은 섬입니다. 1653년 이 인근 해역에 표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네덜란드 선박 스페르웨르호의 기록은, 가파도를 우리나라가 서양에 처음 비교적 정확히 소개되는 계기로 남겼습니다. 선원 헨드릭 하멜이 남긴 기록은 지금도 이 섬이 가진 역사적 무게를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가파도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의 촬영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다만 겨울의 가파도는 드라마 속 장면보다 훨씬 담담합니다. 감정을 강조하기보다, 조용히 곁에 머무는 풍경에 가깝습니다.

겨울 가파도 여행 정보

가파도 /출처:대한민국 구석구석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가파리 (운진항에서 남쪽 약 5km 해상)

면적: 약 0.84 km²
해안선 길이: 약 4.2km
최고 높이: 20.5m
이동: 운진항 출발 정기 여객선 이용 (하루 3~4회 왕복, 사전 시간 확인 필요)

체험: 해녀 체험, 낚시 체험, 올레길 야간 산책, 스노클링, 텐트존
먹거리: 보말칼국수, 해물라면, 소라구이, 정식류, 청보리 미숫가루, 아이스크림, 커피 음료

주차: 운진항 주차장 이용 가능
이용시간: 상시 개방 (기상 및 여객선 운항 시간 확인 권장)

가파도 들어가는 배 /출처:한국관광공사 포토코리아 김계호

겨울의 가파도는 ‘무언가를 보러 가는 섬’이라기보다 ‘아무것도 하지 않기 위해 가는 섬’에 가깝습니다. 청보리가 자라기 전의 밭, 바람이 먼저 지나가는 돌담길, 깊고 차분한 바다. 이 모든 요소가 과장 없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계절이 겨울일수록 가파도는 더 가파도답습니다. 조용한 제주 여행을 원하신다면, 화려한 봄을 기다리기보다 지금의 가파도를 한 번쯤 만나보셔도 좋겠습니다. 그 고요함이, 오래 기억에 남는 풍경이 되어줄 것입니다.

출처:대한민국 구석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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