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7개 절단 위기' 삼성전자 방사선 피폭 사고 외면하는 언론
사고 발생 3개월간 삼성전자 기사 1만6675건 중 '방사선 피폭' 기사 47건
삼성전자 노조 "사고 이후 노조의 회사 비판 목소리는 거의 실리지 못했다"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삼성전자에서 방사선 피폭 사고가 발생한 지 3개월이 넘게 흘렀다. 노조 측에선 피해 직원의 손가락 7개가 절단될 위기라며 사측이 피해자 보호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비판한 가운데 방사선 피폭 관련 기사 수가 엔비디아, 반도체 등 삼성전자의 다른 이슈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전체회의 업무보고에서 지난 5월 발생한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직원 2명의 방사선 피폭 사고와 관련해 피해자들의 방사선 피폭 수치가 기준치를 최대 188배 웃돌았다는 중간 조사 내용을 공개했다.
삼성전자 기흥캠퍼스 생산라인 직원 2명은 지난 5월27일 손 부위가 엑스레이(X-ray)에 노출돼 현재 치료를 받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지난달 27일 <무시와 방치로 드러난 충격적인 진실 우리는 안전한 사업장에서 일하고 있는가?> 보도자료를 내고 “피해자는 손가락 7개를 절단할 위기”라며 “(사고가 발생한) 8인치 '웨이퍼'(wafer) 생산라인은 지난 7월 파업 기간 중 열악한 노동환경이 밝혀진 여성 노동자들의 일터이기도 하다”고 했다.
사고가 발생한 5월27일부터 전삼노가 보도자료를 낸 8월27일까지, 피폭 사건과 관련한 언론보도는 얼마나 나왔을까. 한국언론진흥재단 뉴스분석시스템 '빅카인즈'에서 전국일간지와 경제일간지 25개 매체를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키워드 검색한 결과 3개월 동안 삼성전자 관련 기사는 총 1만6675건이 나왔다.
이 중 '삼성전자'와 '방사선' 키워드를 교집합(AND) 검색하니 관련 기사가 47건에 불과했다. 빅카인즈 기준 전체 삼성전자 기사에 비해 약 0.2%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교집합 기사는 2953건, '삼성전자'와 '이재용' 교집합 기사는 1383건에 달해 방사선 피폭 관련 기사가 다른 이슈에 비해 적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언론이 다룬 47건의 방사선 피폭 기사는 대부분 5월 사고 발생 기사와 국회 과방위에서 공개된 원안위 중간조사 발표에 머물렀다. 삼성전자 사측의 부실 대응을 비판하는 노조의 보도자료는 한겨레를 제외하면 보이지 않았다. 주요 신문 중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등은 지난 5월 피폭 사고 발생만 다룰 뿐 이후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고 지면에서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세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한국일보 등이 방사선 피폭 소식을 아예 싣지 않았다.
이현국 전삼노 부위원장은 1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사안의 중대함에 비해 기사가 너무 적다. 경제신문은 특히 제대로 다뤄주지 않는다고 느꼈다”며 “다 아시지 않나. (삼성) 광고가 끊기면 타격이 크니 내기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삼노 보도자료가 나온 지난달 27일 이후에도 언론 양상은 그대로다. 주요 일간지 기준 방사선 관련 전삼노의 삼성전자 비판을 지면에서 다룬 곳은 한겨레가 유일했다. 다른 신문들은 전삼노 파업 관련 '노노갈등'이나 삼성전자가 가동한 '근골격계 질환 뿌리 뽑기' TF를 대신 보도했다.
방사선 피폭 피해 직원들은 사측의 사고 대응이 부실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피해 직원 A씨는 전삼노와 인터뷰에서 “사측 제안에 따라 대학병원을 갔는데 방사선 전문 의료 인력이 없었다”며 사측이 다음 날로 원자력병원 이송을 미루자고 했다고 주장했다. 해당 발언을 한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 직원 A씨는 “만삭인 아내와 아이는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우울증에 걸렸다. 그러나 사측은 피해자와 가족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다”며 “사고 이후 2개월 동안 겪은 회사의 태도를 보며 내가 소모품처럼 다루어졌다는 생각에 깊은 실망과 분노를 느꼈다”고 말했다.
김재원 전삼노 기획부장은 통화에서 “사고 발생 이후 사측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거의 언론에 실리지 못했다”며 “지금은 중대재해처벌법을 피하기 위해 회사가 방사선 피폭을 '질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책임을 제대로 안 지려고는 건데 한 군데밖에 기사가 안 나왔다”고 전했다. 한겨레는 지난 5일 삼성전자가 “방사선 피폭으로 인해 노동자 2명이 당한 재해가 '질병에 해당해 중대재해로 볼 수 없다'는 의견을 노동부에 최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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