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가 시계에 발목 잡힌 양현석…특가법 적용에 실형 가능성도
특가법상 원가 2억원 이상 5억원 미만 3년 이상 징역
"시계 요청 문자는 영향력 이용한 사적 행위 정황 여지"
[더팩트ㅣ김영봉·황지향 기자]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가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들여온 것으로 의심되는 명품 시계의 원가는 2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검찰은 양 총괄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을 적용해 기소했다. 양 총괄이 먼저 문자 메시지를 보내 시계를 요청한 정황이 확인되면서 실형 가능성도 제기된다.
25일 <더팩트>가 입수한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양 총괄이 지난 2014년 9월13일 싱가포르에서 스위스 고급 시계 브랜드 A사 아시아 대표 B 씨로부터 건네받은 A사의 해골 무늬 시계 가격은 7억1151만원이다. 원가만 2억810만원에 달한다. 이후 추가로 받은 검정색 시계는 1억1655만원, 원가는 3316만원이다.
양 총괄은 싱가포르 일정을 마친 뒤 같은 해 9월1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면서 B 씨에게 받은 시계 2개를 세관에 신고하지 않고 반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양 총괄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관세)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특가법을 적용한 이유는 해골 무늬 시계의 원가가 2억원을 넘기 때문이다. 관세법 241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외국에서 물품을 수입하려면 해당 물품의 품명·규격·수량 및 가격과 그 밖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신고해야 한다. 특가법은 수입한 물품의 원가가 2억원 이상 5억원 미만인 경우는 3년 이상 징역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골 무늬 시계는 10년 전 생산이 중단돼 현재는 단종된 상태다. 현재는 간간이 중고 거래만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거래가는 확인되지 않지만 인터넷 중고시장에는 해당 모델이 25억원에 올라와 있다. 한 명품 시계 거래업자는 "해당 모델이 워낙 금액대가 있다보니 국내에서 거래는 쉽지 않다"며 "해외에서는 약 20억원 미만으로 거래가 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양 총괄은 과거에도 다수의 범죄 혐의에 연루된 적 있다.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은 무혐의로 끝났고, 탈세 및 세금 포탈 의혹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해외 원정도박 혐의로 지난 2020년 11월27일 벌금 1500만원을 선고받은 게 전부다. 그룹 아이콘 전 멤버 비아이의 마약 투약 사건을 무마하고자 제보자인 한서희를 협박해 증언을 번복하도록 한 혐의는 2심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된 가운데 현재 대법원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특가법이 적용되면서 실형도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검찰 수사로 양 총괄의 문자 메시지가 드러났고, 양 총괄이 혐의를 부인하면서 재판 결과 실형이 나올 수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양 총괄은 싱가포르로 출국하기 전 B 씨에게 영어로 "예전에 요청한 시계를 준비해달라"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B 씨는 "시계가 준비됐다"고 답했다. 더욱이 두 사람은 이전부터 친분 관계를 유지했고, 양 총괄이 싱가포르에 가면 호텔과 식사 등 각종 여행경비도 대신 내준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홍보 목적으로 협찬받았다는 YG 측 해명이 사실이더라도 양 총괄이 YG의 프로듀서기 때문에 업무 범위를 벗어난 일을 한 것이고, 오히려 영향력을 이용한 사적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YG 측은 지난달 13일 "2017년 해당 업체가 통관절차 없이 다수의 시계를 들여오거나 가지고 나간 사실이 적발되면서 양 총괄이 홍보를 목적으로 협찬받은 시계까지 조사받은 적 있다"며 "당시 양 총괄은 성실히 조사를 받았고 공인으로서 사소한 문제에도 휘말리고 싶지 않은 마음에 협찬 시계들을 모두 조사기관에 자진 제출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곽준호 법무법인 청 변호사는 "통상 협찬은 공식적인 절차로 개인이 아닌 회사와 진행하는 것이 맞다"며 "이런 식으로 받은 고가의 시계를 단지 협찬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총괄 프로듀서는 회사에서 마케팅이나 홍보업무를 하지 않는데 오히려 자기 영향력을 사적으로 이용했다는 정황이 될 수 있다"며 "워낙 고가의 물품인 데다 마냥 부인하는 것은 재판부에 반성하지 않는 모습으로 비춰져 부정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유나 법률사무소 가까이 변호사도 "실제 양 총괄이 고가의 시계를 직접 국내로 반입했는지 입증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도 "검찰이 혐의를 입증한 상황에서 양 총괄 측에서 계속 혐의를 부인하게 되면 물품 원가 2억원 이상 가중 처벌되는 특가법 규정상 실형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그동안 판례에 비춰 실형은 피할 수도 있다. 명품을 밀수해 관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 부인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과 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모녀는 지난 2019년 12월 항소심에서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 전 이사장은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 벌금 700만원과 사회봉사 80시간, 조 전 부사장은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각각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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