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비 650억인데…100일 넘게 '정비 중', 왜

<앵커>

국내에서 운영되는 소방헬기는 모두 31대입니다. 이 가운데 14대는 1년에 100일 넘게 가동이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산불진화나 인명구조를 위해 헬기가 꼭 필요할 때, 투입되지 못한다는 이야기인데, 그 이유가 뭔지 편광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상부 프로펠러 2개가 특징인 러시아산 카모프 헬기입니다.

23년 전 경기소방항공대가 63억 원에 매입해 산불 진화나 인명구조 등 다목적 소방헬기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해에는 정비를 받느라 한 번도 출동하지 못했습니다.

다른 지역도 비슷한 사정입니다.

전국 소방항공대 17개에는 헬기 31대가 있는데, 이중 절반에 가까운 14대가 지난해 1년 동안 100일 넘게 가동을 못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가동률이 이렇게 떨어지는 것은 국산 수리온 헬기 4대를 제외한 소방 헬기 대부분이 러시아, 프랑스 등에서 들여온 외국산 기종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산 헬기는 고장 시 날개나 전기공급장치 같은 부품 수급이 어렵고, 수리 작업에 제조사 인증 정비사가 투입돼야 하는 경우가 많아 정비 기간이 오래 걸립니다.

[유득재/중앙119구조본부 정비검사관 : 고가의 부품 같은 경우에는 제작사에서 제작하는 기간이 길기 때문에 좀 오래 소요가….]

수리비용도 비싸다 보니 소방헬기 31대에 들어가는 유지비용은 연간 650억 원이 넘습니다.

국산 수리온 헬기는 정비 등을 이유로 가동되지 못하는 일수가 연평균 65일 정도이고, 수리비용도 덜 듭니다.

[이달희 의원/국회 행정안전위 : 국산 헬기는 외국산 헬기에 비해 부품 수급이나 정비에 유리합니다. 그래서 가동률을 높이기 위해 소방청은 국산 헬기 확대를 적극 검토해야 합니다.]

소방청은 오는 2027년까지 국산 수리온 헬기를 4대 더 도입하고, 수급이 어려운 헬기 부품을 미리 확보하는 등 계획적인 정비를 위한 119항공정비실 건립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영상취재 : 공진구, 영상편집 : 김병직, VJ : 노재민)

편광현 기자 ghp@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