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영 블론세이브가 만든 반전, LG 오스틴 딘 연장 사이클링 히트의 비하인드

전화위복이라는 말이 이보다 더 정확할 수 있을까요.
만약 그 순간 마무리가 리드를 지켜냈다면, 팬들은 오늘 밤 이 장면을 볼 수 없었을 겁니다.

위기가 오히려 KBO 역사에 없던 기록을 만들어낸 밤이었습니다.

왜 화제가 되었나

25일 잠실에서 열린 LG와 NC의 경기.
오스틴 딘은 4회 2루타, 6회 단타에 이어 8회 역전 3점 홈런까지 터뜨리며 팀을 패배 위기에서 구했습니다.
단타, 2루타, 홈런까지 모두 채운 상태.
이제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하려면 3루타 하나만 남아 있었습니다.

문제는 9회였습니다.
마무리로 나선 손주영이 블론세이브를 기록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려놨습니다.
여기에 10회 초 존 케네디도 1점을 내주며 LG는 연장 10회말을 3-4로 뒤진 채 맞이하게 됐습니다.
승리도, 사이클링 히트 완성도 모두 물 건너간 듯한 순간이었습니다.

위기가 만든 기회

하지만 이 블론세이브가 없었다면 애초에 연장전도, 오스틴의 타석 기회도 존재하지 않았을 상황이었습니다.

연장 10회말 선두타자로 나선 오스틴은 전사민을 상대로 중월 3루타를 뽑아냈습니다.
그것도 단순히 3루타에 만족하지 않고, 사이클링 히트를 의식하기보다는 팀 승리를 위해 2루를 지나쳐 3루까지 내달린 결과였습니다.

이 한 방으로 오스틴은 KBO리그 역대 33번째 사이클링 히트를 완성했습니다.
LG 소속으로는 네 번째, LG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 그리고 연장전에서 나온 사이클링 히트로는 KBO 역사상 처음이었습니다.

1982년 KBO 출범 이후 이 기록이 나온 건 이 경기가 딱 33번째였습니다.

1회 땅볼로 시작해 역사를 쓰다

더 흥미로운 건 경기 초반 오스틴의 모습이었습니다.
1회 첫 타석에서는 단 2구 만에 투수 앞 땅볼로 물러나며 평범하게 출발했습니다.
이 순간만 해도 그가 몇 시간 뒤 KBO 역대 기록에 이름을 올릴 거라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4회 유격수 강습 2루타에서는 운도 따랐습니다.
안전하게 1루에 멈출 수 있었지만 오스틴은 과감하게 2루까지 몸을 던졌고, 이 안타로 상대 투수 커티스 테일러의 노히터 도전까지 무산시켰습니다.
6회 우전안타로 멀티히트를 완성한 뒤, 팀이 7회까지 무득점에 그치던 흐름 속에서 8회 역전 스리런으로 존재감을 폭발시켰습니다.
시즌 33호 홈런이었습니다.

팬들도 몰랐던 대기록

경기 후 오스틴은 담담하게 소감을 밝혔습니다.
"3루타 타구 때 홈런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떨어졌는지는 몰라도 최대한 3루까지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야 점수를 낼 가능성이 커진다고 봤다"며 팀 승리를 우선했던 판단을 전했습니다.

기록 달성에 대해서는 "1루수가 사이클링 히트를 기록하는 경우는 별로 없지 않나"라며 "오늘 사이클링 히트에 도전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걸 몰랐다. 평소에는 동료들이 한 번 해보자고 얘기해주는데, 오늘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그래서 오히려 나온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습니다.
부담 없이 타석에 들어선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뜻입니다.

커뮤니티도 들끓었다

경기 직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1회 땅볼 치던 사람이 맞나"라는 반응과 함께, "연장까지 버틴 보람이 있다, 야구는 끝까지 봐야 한다"는 감탄이 이어졌습니다.
8회 역전 홈런이 나온 순간부터 이미 "오스틴 오늘 자전거 타는 거 아니냐"는 말이 돌기 시작했다는 후문도 전해집니다.

결국 경기는 2사 후 홍창기의 우중간 적시타로 마무리됐습니다.
LG는 연장 10회말 5-4로 끝내기 승리를 완성했고, 오스틴은 이날 5타수 4안타 3타점 2득점이라는 완벽한 활약을 펼쳤습니다.

흔들렸던 불펜, 결국 웃은 팀

염경엽 감독 입장에서는 손주영의 블론세이브 자체는 아쉬운 장면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위기가 오스틴에게 세 번째 기회를 열어줬고, 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야구로 값진 승리를 챙겼습니다.
시즌 타율 0.339, 33홈런, 104타점을 기록 중인 오스틴에게는 이날의 사이클링 히트가 커리어하이 시즌 위에 얹힌 또 하나의 훈장이 됐습니다.

여러분은 이 경기, 어떻게 보셨나요?
블론세이브가 오히려 역사적인 기록을 만든 이 아이러니한 상황, 야구의 묘미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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