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전환 한샘, 김유진표 쇄신 뭐가 달랐나

한샘 상암 사옥 전경. (사진=한샘)

부동산 업황 부진 속에서도 한샘이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가운데 지난해 8월 구원투수로 등판한 김유진 대표의 경영 효율화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화장품 브랜드 미샤 운영사 에이블씨엔씨를 취임 1년 만에 흑자로 돌린 이력이 있는 만큼 김 대표의 흑자 방정식이 한샘을 통해 또 한 번 입증됐다는 평가다. 전략가로 입지를 공고히 한 김 대표가 수익성 개선 방안의 일환으로 어떤 카드를 꺼내들지 주목된다.

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샘은 지난해 매출 1조9670억원, 영업이익 19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과 비교해 1.7% 감소했으나 영업이익은 전년 (217억원 적자) 대비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1분기 마이너스(-) 157억원의 영업손실로 출혈이 컸음에도 고무적인 결과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김 대표는 지난해 8월 취임 당시 한샘의 수익성 제고 방안으로 공급망 혁신을 통한 원가율 개선과 수익성 중심 사업구조 고도화 등을 꼽았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기업 간 거래(B2B·건설사 특판·자재판매 사업)를 강화해 규모를 키우고, 원가 방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주택 거래량이 정체되며 B2C(기업과 소비자 거래) 위주인 리모델링과 가정용 가구 수요가 감소한 데 따른 조치다.

한샘의 사업부문은 크게 리하우스(리모델링)와 홈퍼니싱, B2B 사업으로 분류되는데 실제로 지난해 리하우스 및 홈퍼니싱 부문과 달리 B2B 부문의 성장세가 뚜렷하다. 한샘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23년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B2B 사업은 6288억원의 매출을 기록해 전체 매출의 42.9%를 차지했다. 이는 이미 지난 2021년 한 해 동안 B2B로 벌어들인 6652억원(29.8%)에 육박한 것은 물론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매출은 12.6%, 비중은 5.7%P 각각 상승한 수치다.

이처럼 B2B 사업 규모와 함께 성장한 구매력은 거래처와 대량 계약을 맺고, 원가를 보다 절감할 수 있던 배경으로 작용했다. 같은 기간 B2B 사업의 주요 원재료인 PB(파티클보드)와 MDF(중밀도섬유판) 구매단가는 2022년 평균 대비 각각 20.8%, 11.3% 하락한 9682원과 2만167원으로 집계됐다. 그 결과 한샘의 매출원가율 역시 76.9%로 2022년 83%보다 6.1%P 낮아졌다.

한샘 관계자는 “주요 상품 원가개선 및 비용 효율화에 따른 수익성 개선으로 흑자전환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 "인위적 구조조정 계획 없어"

앞서 김 대표는 에이블씨엔씨를 1년 만에 흑자로 이끌었지만 2년에 걸친 재임 기간 동안 전 직원의 25% 안팎을 줄이기도 했다. 이에 김 대표가 한샘의 수장으로 정식 취임하기 전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있었지만 김 대표는 이를 의식하듯 취임 직후 직원에게 보내는 메일을 통해 “인위적 구조조정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은 바 있다.

2023년 한샘의 흑자전환은 구조조정 없이 경영 효율화 작업만으로 달성했다는 평가다. 다만 마냥 안심할 순 없다는 분위기다. 김 대표가 주도한 조직 개편 과정에서 DT부문을 총괄한 박해웅 전 부사장과 박성훈 재무기획본부장(CFO), 최성원 경영지원본부장(CHO) 등 C레벨 임원이 대거 퇴사했기 때문이다. 연장선으로 지난 1일 2024 정기 인사에서 한샘의 승진 인원은 지난해 절반 수준인 5명에 그쳤고 명단 중 상무 이상 고위 임원은 없었다.

향후 인력 감축 가능성을 배제 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 불확실성으로 한샘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김 대표가 수익성에 초점을 맞춘 만큼 비용 절감의 방안으로 당위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