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서비스' 아이티센의 변신…크립토뱅크 꿈꾸는 '디지털자산 기업'으로
중견 정보기술(IT)서비스 기업 아이티센이 디지털자산 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 회사는 강진모 회장의 '모든 것에 디지털 가치를 부여한다'는 경영철학을 기반으로 기존 금융자산 외에 디지털자산까지 아우르는 국내 대표기업이 되겠다는 것이 목표다.
아이티센그룹의 비(非) IT서비스 사업은 △귀금속 유통 △귀금속 투자 △실물연계자산(RWA) 등으로 구분된다. 귀금속 유통은 주요 종속회사인 한국금거래소가 맡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의 주요 사업은 금을 비롯한 주요 귀금속 및 산업용 원재료 유통이다. 한국금거래소는 아이티센 그룹의 핵심 관계사다. 올해 상반기 국제 금 시세가 오르며 거래도 늘어 금 관련 매출이 증가했다.
아이티센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한국금거래소의 상반기 매출은 약 1조7726억원으로 아이티센 연결기준 매출(2조1705억원)의 약 82%를 차지했다. 아이티센의 상반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199억원으로 전년반기 대비 597% 증가했다. 당기순이익은 141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아이티센의 한국금거래소디지털에셋도 상반기 약 52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는 금·은·플래티넘 등 다양한 실물자산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24시간 거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는 대내외 환경이 불안한 가운데 이룬 성과다. IT서비스 업계는 전통적으로 상반기가 비수기다. 국제정세도 불확실한 금리인상 전망과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위기감으로 불안감이 팽배하다.
아이티센그룹은 지난 5월 부산디지털자산거래소(BDX)도 출범시켰다. BDX는 올해 중 거래소 개소를 목표로 시스템 구축에 한창이다. BDX는 시스템 오픈 이후 귀금속 투자 서비스를 시작할 것으로 보이며, 이후 RWA 관련 법과 제도가 갖춰지면 RWA 거래까지 추진할 계획이다.
해외의 RWA 사업은 관계사인 크레더가 맡고 있다. 크레더는 디지털자산 관련 법과 제도가 한국보다 잘 준비된 일본을 우선 공략하고 있다. 회사는 일본의 지팡구코인을 발행하는 디지털에셋마켓츠와 제휴했으며, 일본의 웹3 시장도 노리고 있다. 아이티센의 일본법인 '아이티센재팬'과도 협업하며 현지 고객 확보에 나섰다. 말레이시아 거래소인 '그린엑스'와도 업무협약을 맺고 RWA 생태계를 확대하고 있다. 아이티센은 이처럼 크레더가 해외 시장에서 RWA 경쟁력을 키운 뒤 한국에서 관련 법과 제도가 마련되면 국내 시장으로도 RWA 생태계를 확대할 방침이다.
아이티센그룹은 제4인터넷은행에도 도전장을 냈다. 아이티센은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추진하는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했다. 회사는 BDX가 향후 RWA 거래 서비스를 개시하면 인터넷은행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KCD 컨소시엄은 소상공인 특화 서비스를 차별점으로 내세웠으며, 현재 전국 140만 소상공인들에게 경영관리 서비스인 '캐시노트'를 제공하고 있다.
그룹의 중심을 IT서비스에서 디지털자산을 포함한 금융 서비스로 옮겨가고 있는 강 회장의 장기 목표는 '크립토뱅크'다. 크립토뱅크는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는 개인 가상자산은행이다. 투자자들은 은행에 현금을 맡기는 것처럼 크립토뱅크에 가상자산을 저축할 수 있다. 계좌는 다양한 투자처와 연계될 수도 있다. 강 회장은 가상자산 시장이 커지면서 크립토뱅크의 성공 가능성도 높다고 판단하고 있다.
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