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오프라인 매장 관리 설루션 개발사 하이어엑스

자영업자에게 가장 큰 부담은 노동의 피로가 아니다. ‘사람 관리’에서 오는 심리적 소모다. 단순 업무 지시가 괜한 긴장감을 유발하기도 한다. 하이어엑스는 이런 현장의 고충을 포착해, 아날로그 방식의 매장 운영을 디지털화한 스타트업이다. 매장 관리 설루션 ‘워키도키’와 무인 매장 관리 서비스 ‘브라우니’를 통해 전국 1만여 매장의 운영 효율화를 이끌고 있다.
하이어엑스는 권민재(38) 대표가 영혼을 갈아 넣어가며 식당을 운영했던 치열한 시간에서 출발했다. 그는 주먹구구식은 매장 운영의 한계를 깨닫고, 직원은 스스로 일하고 사장은 효율적으로 매장을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했다. 권 대표를 만나 자영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법에 대해서 들었다.
◇대통령도 인정한 ’발명 소년’ 현장에 뛰어들다

권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발명에 소질이 있었다. 고등학생 때만 22개의 발명상을 휩쓸었다. 대통령 우수 인재로 선정돼 청와대에 다녀온 적도 있다. 가족, 친구, 본인이 느낀 생활 속 불편함을 발명품으로 풀어내며 사람들에게 재미와 편리함을 주고 싶어 했던 열정은 창업의 밑거름이 됐다.
적성을 살려 대학에서 산업공학과 산업디자인을 복수 전공했다. 졸업 후 LS그룹 LS니꼬동제련(현 LS MnM)에 취업해 신사업 리서치 업무를 담당했다. “큰 조직의 업무 프로세스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지만, 제 길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만의 색깔이 담긴 창업을 꿈꿨죠.”

퇴사 후 제품 디자인 회사를 차려서, 친환경 아이디어 제품을 만들었다. “이 제품으로 3대 디자인 어워드인 iF 디자인 어워드까지 받았습니다. 유의미한 성과였지만 필수품이 아니다 보니, 성장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아티스트 역경매 매칭 플랫폼도 운영해봤는데, 역시 사업성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접어야 했어요. 모두 비즈니스 역량과 안목을 키울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하나 고민에 빠졌을 무렵, 유명 중식당 프랜차이즈 직영점을 운영하는 지인의 소식에 귀를 기울였다. “말 그대로 문전성시를 이루더군요. 재미있어 보였어요. 다양한 고객을 만나면서 견문을 넓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고요. 식당을 운영하면서 느낀 고충을 기회로 만들어, 다음 창업을 시도해볼 수 있겠다는 전략적인 판단도 있었습니다. 2017년 5월, 서울 목동에 해당 프랜차이즈의 1호 가맹점을 열었습니다.”
◇영혼을 갈아 넣어 일군 매출 1억원 뒤에 가려진 관리의 한계

적당히는 그의 사전에 없었다. 매장 운영 초기, 식당 주변에 오피스텔부터 얻었다. 주 6일 16시간씩 일하는 열정으로 6개월 만에 월 매출 1억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매출이 오를수록 사람 관리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혔다.
25명에 달하는 직원을 관리하며 가장 큰 스트레스는 반복되는 지시와 소모적인 커뮤니케이션이었다. “나름 젊은 점주였지만 소위 ‘꼰대’를 자처해야 하는 상황이 많았습니다. 같은 잔소리를 반복하고, 제겐 당연한 일을 처리하지 않는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곤 했죠. 식재료 발주 같은 기본적인 일을 놓치는 일도 종종 있었습니다. 결국 매장에 나가지 않은 날에도 불안한 마음에 CCTV와 메신저를 계속 들여다보고, 아르바이트생(이하 알바생)은 제 지시가 없으면 따로 움직이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이런 비효율은 수익에 직결됩니다. 사장들끼리 ‘매출 40% 증대하는 일이 비용 10%를 줄이는 것과 맞먹는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그는 피로감의 원인을 사람이 아닌 ‘시스템’에서 찾았다. “누구의 잘못도 아닌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한 충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게 당연한 일이, 알바생에겐 부가적인 일일 수도 있으니까요. 소통 방식도 문제였어요. 종이나 칠판 체크리스트는 최선의 대안이 될 수 없었죠. 사무직에는 훌륭한 협업 툴이 많지만, 매장관리는 여전히 전화나 카카오톡 메신저 같은 방식에 의존하고 있었습니다. 감정소모와 불필요한 긴장감을 만들 필요 없이 알바생이 알아서 일하는 환경을 조성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잔소리 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게 하는 법

그렇게 탄생한 ‘워키도키’는 매장 관리에 필요한 기능을 하나로 통합한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처음엔 체크리스트 기반의 업무 관리로 출발했다. 사장이 매일, 주간, 월간으로 해야 할 일을 설정해두면 알바생이 이를 수행하고 사진을 찍어 인증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누가 언제 업무를 했는지 명확히 기록이 남아 업무 누락에 따른 손실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알바생은 자신의 업무 영역을 명확히 알 수 있어 ‘잔소리’ 들을 일 없이 보다 편하게 일할 수 있다. 개인 메신저로 불편한 연락을 주고 받을 필요도 없다.
워키도키를 완성하기 위해 수백명의 사장과 알바생을 만나고 다녔다. “외식업이 처음이다 보니 사장 네트워크가 없었어요. 직접 일굴 수밖에 없었죠. 사장들이 듣는 수업에 참여해 그들과 친해졌고, 워키도키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제품의 실제 사용자 의견도 듣고자 매장에서 근무하는 알바생과 그들의 친구들까지 섭렵해서 목소리를 들었어요.”

현재 워키도키는 출퇴근 관리부터 업무 일지, 근무 스케줄, 근로계약서 작성, 급여 정산,급여 명세서 발송까지 매장 운영의 시작과 끝을 아우르는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워키도키를 운영하며 쌓은 900만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편의점, 무인매장, 리테일, 도급업체, 레저, PC방 등으로 범위를 넓혔고 업종별 템플릿까지 정립했습니다.”
기술적인 보완도 잊지 않았다. “알바생들이 출근 직후 깨끗한 매장 사진을 미리 찍어두고 퇴근할 때 올리는 ‘잔머리 굴리기’를 막기 위해 사진에 촬영 시간을 표시해 알려주는 기능을 추가했습니다. 또한 사진 용량을 20분의 1로 줄여 서버 비용까지 절감했습니다. 워키도키는 ‘알바생의 포트폴리오’ 역할도 합니다. 워키도키에 기록된 이전 근무지, 근무내용을 다음 일터에 지원할 때의 ‘이력서’로 활용할 수 있죠. 성실하게 일을 잘 해온 친구가 구직을 쉽게 하는 선순환이 창출되는 겁니다.”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무인 매장 겨냥한 이유

코로나19 팬데믹은 워키도키의 확장에 제동을 걸었지만, 동시에 새로운 기회를 열어줬다. 무인 매장이 급증하면서 새로운 점주의 고충이 권 대표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잠을 자도 돈을 벌 줄 알았는데, 직접 가서 청소하고 진열해야 하는 것이 고역이라는 볼멘소리가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사람이 상주하냐 아니냐의 차이일 뿐 ‘매장 관리’라는 본질은 동일하다고 생각했어요.”
2021년 4월, 워키도키의 시스템을 응용해 무인 매장 관리 서비스인 ‘브라우니’를 론칭했다. 브라우니는 표준화된 체크리스트를 기반으로 무인 매장 인근의 긱워커(Gig Worker, 임시직 혹은 시간제 근로자)가 매장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부터 시니어, 부업이 필요한 직장인까지 다양한 인력이 브라우니의 크루로 참여합니다. 누구나 편리하게 하루 1~2시간 내외의 작업으로 부가소득을 창출할 수 있어요.”

현재 150여개의 무인 매장이 브라우니를 통해 관리되고 있다. “브라우니를 통해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무인 매장 컨설팅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입지별로 적합한 매장을 추천하거나 키오스크, CCTV 구매를 중개하는 등 무인 매장 개점 및 운영에 필요한 전반을 도와드리고 있죠.“
하이어엑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매장 관리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개발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 아이디어를 구상했습니다. 우선 그동안 쌓은 방대한 데이터를 활용해 매장 규모와 매출에 따른 최적의 인력 배치 가이드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이 매장에는 정직원 1명과 알바 2명이 가장 효율적이다’라는 구체적인 제안이 가능해지거든요. 소방시설 점검이나 위생 보건증 갱신 등 사장님이 깜빡하기 쉬운 규제 사항을 미리 알려 과태료 이슈를 방지하는 비서 역할도 구상 중입니다.”
◇골목에서 해외로, 해외 진출 시동

하이어엑스의 진심은 현장의 호응으로 증명됐다. 유명 편의점을 비롯해 롯데슈퍼 직영점 200곳에서 워키도키를 도입했다. 식당이나 수퍼뿐만 아니라 PC방, 동물병원, 태권도장 등 업종을 가리지 않고 확산되고 있다. 월 9900원이라는 부담 없는 가격 정책이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마음을 여는 한 수가 됐다.
벤처생태계의 인정도 받았다. 지금까지 6개 기관으로부터 프리 시리즈A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다. 은행권청년창업재단(디캠프)과의 인연도 깊다. 2019년 디캠프의 창업경진대회 디데이에서 우승을 시작으로 투자사 매칭, 오픈이노베이션 등의 지원을 받았다. 디캠프의 스타트업 육성 공간인 공덕 프론트원 지하 1층의 유휴공간을 받아서 무인 편의점도 운영하고 있다.

권 대표의 시선은 이제 해외로 향하고 있다. “일본의 편의점과 가라오케 브랜드와도 협업 가능성을 모색했습니다. 한국에서 워키도키로 매장을 운영하다가, 호주의 매장에 워키도키를 도입한 사례가 있습니다. 워키도키는 언어만 교체하면 전 세계 어디서든 사용 가능한 구조라 도입이 쉽습니다. 한국과 근로 문화가 유사한 일본, 베트남 시장을 타깃으로 해외 진출 적기를 노리고 있죠.”
‘자영업자 폐업 100만 시대’ 같은 공포 분위기에 편승하는 데 관심 없다. “하이어엑스를 사장들의 A부터 Z까지 돕는 회사로 만들고 싶습니다. 요즘 화두인 AI를 접목해, 소모적인 일은 줄이고 자영업자들이 건설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합니다. 기술이 사람의 노동력과 시너지를 내 매장 속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 하이어엑스가 그리는 ‘더 높은(Higher) 수준의 정답’입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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