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세계그룹에서 면세사업을 운영하는 신세계디에프가 이달 부산점 폐점을 검토 중인 가운데 운영법인인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의 존립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신세계디에프의 100% 자회사인 이 법인이 경영하는 점포는 부산점이 유일하다. 폐점이 결정되면 신세계디에프글로벌도 함께 소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신세계디에프로서는 외형이 쪼그라들더라도 적자 축소에는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신세계디에프에 따르면 이 회사는 오는 2026년 2월까지 영업할 수 있도록 허가받은 특허권을 반납하기 위해 관세청과 협의하고 있다. 신세계디에프 관계자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부산점 폐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세계디에프는 시내면세점과 공항면세점을 포함해 총 4개 사업장을 두고 있다. 신세계디에프가 인천공항 1·2터미널점과 본점(명동점)을, 완전자회사인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이 부산점을 도맡아 경영하는 구조다. 면세업황 악화로 모든 점포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이 중 부산점의 상황은 특히 녹록지 않았다. 소비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에 더해 관광 수요까지 줄어든 탓이다. 한국면세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부산지역 면세점 이용객 수는 6만4046명으로 인천(94만7673명)과 서울(79만3163명)은 물론 제주(39만535명)에도 크게 못 미쳤다.
이에 입점 브랜드들의 철수가 가속화되자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은 지난해 10월 부산점 영업면적의 25%를 감축했다. 급기야는 11월에 실시한 희망퇴직으로 직원이 대거 빠져나가 주말영업을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인력이 부족해지면서 지난해 12월21일부터 부산점은 평일 오전10시30분~오후 6시30분까지만 영업하고 있다.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의 부진은 지난해 3분기 신세계디에프가 연결기준 영업손실 162억원을 내며 적자전환하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은 지난 2018년 출범 첫해를 제외하고는 연간 흑자를 거둔 적이 없다. 2018년 영업이익 11억원을 기록한 이 회사는 이듬해 63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이후 △2020년 446억원 △2021년 103억원 △2022년 89억원 △2023년 101억원 등 5년 연속 적자를 거듭해왔다. 이 과정에서 신세계디에프가 유상증자 등으로 출자한 자금만 1500억원이 넘는다.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은 조선호텔앤리조트(당시 신세계조선호텔)와 신세계디에프로 분리돼 있던 그룹의 면세사업을 일원화하기 위해 설립됐다. 호텔 면세부문의 물적분할로 설립된 신세계면세점글로벌을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이 2018년 인수한 뒤 흡수합병해 지금의 ‘신세계(100%)→신세계디에프(100%)→신세계디에프글로벌'로 이어지는 지분구조를 완성했다.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은 출범 직후 호텔 관할이었던 부산점과 인천공항장(제1터미널)을 이어받아 운영했으나, 인천공항점은 2020년 신세계디에프로 넘어갔고 현재는 부산점만 남아 있다.
부산점 폐점을 앞두고 운영법인도 청산절차를 밟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존속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일각의 관측대로 신세계디에프글로벌이 소멸하면 인적·물적자산 등은 신세계디에프로 이관될 수 있다. 유통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산점) 폐점 이후 운영법인은 정리되지 않겠느냐”며 “경영진이 판단할 사항이지만, 통상 자회사 청산 이후 모기업은 주주로서 자산을 받아주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일회성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더라도 신세계디에프는 연결 재무제표상 손실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면세 업계 불황은 장기전에 돌입한 상태다. 과거 큰손이었던 유커(중국 단체관광객)와 다이궁(보따리상) 감소, 새로운 쇼핑채널 부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던 업계는 지난해 말 발생한 정치 리스크와 강달러 기조로 겹악재를 맞았다. 특히 고환율은 면세점의 상품 원가를 올려 면세 혜택이 희석되기 때문에 치명적이다.
지난해 3분기 신세계디에프를 비롯해 롯데·신라·현대 등 국내 4대 면세점의 누적 적자는 1355억원에 달했다. 두고 볼 수만은 없었던 정부도 발 벗고 나섰지만 실효성은 미지수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면세점이 사회환원 차원에서 납부하는 특허수수료율을 50% 감면하고 중국인 단체여행객에 대해 한시 무비자제도 시범시행을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특허수수료율이 미미해 재무부담 완화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지 의문"이라며 "보다 근본적인 산업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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