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과거에 비해 그 중요성이 줄어든 듯합니다만, 자동차를 사면 보통 1000킬로미터 정도까지는 과속도 하지 말고, 부드럽게 운전하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실제 이러한 과정이 필요한가를 떠나서, 일종의 '차량 길들이기'라고 불리는 이 과정이 새롭게 차를 장만한 사람들에게는 무시할 수 없는 하나의 조언이기도 했습니다. 공장에서 막 조립되어 나온 차량이 '최상'의 상태가 아닐 수도 있으니, 차량의 가치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 이 정도의 수고스러움은 받아들일만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이야기가 우리가 사용하는 드라이버에도 적용이 될 수 있습니다.
투어에서의 드라이버 반발계수 테스트
PGA 투어 등에서는 선수들이 사용하는 드라이버에 대하여, 일종의 도핑 테스트를 진행해 왔습니다. 바로 드라이버의 '반발력 혹은 반발계수'를 측정하는 것이죠.
선수들이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대회이니만큼, 혹시라도 '부정한 장비'의 사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모든 선수들에 대한 테스트가 진행되지 않고, 참가 선수의 1/3 정도를 선정하거나, 30명 정도로 인원수를 정하는 등, 일부 선수들에 대한 테스트를 진행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프로세스가 있는지조차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실 텐데요. 사실 이 테스트로 인해 유명 선수들도 곤혹을 치른 바 있습니다.
2019년의 잰더 셔플리, 2025년 로리 맥길로이와 스코티 셰플러가 모두 이 테스트에 의해 자신이 용하는 드라이버가 '비공인' 판정을 받은 것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정규 라운드 전에 이러한 판정을 받았기 때문에, 새로운 드라이버로의 교체를 통해 실격과 같은 불상사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테스트 결과가 원래는 '비공개'가 원칙이었기에, 비공인 장비 사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이 있다는 것이 알려진 것 자체만으로도 불만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게다가, 모든 선수들을 대상으로 테스트한 것이 아니니, 공정한 테스트가 아니었다는 선수들의 불만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특히 올해 로리 맥길로이의 경우는 신형 드라이버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화제가 되었던 터라, 구형 드라이버를 가지고 했던 테스트에서 비공인 이슈가 불거진 것에 대해서 더 큰 불만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왜 구형 드라이버의 반발력이 더 높을 수 있는가? - CT Creep
앞서 언급한 3명의 선수들에 대한 드라이버가 비공인 판정을 받은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현재 드라이버의 반발력에 대한 규정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반발계수는 0.83을 넘을 수 없다는 규정으로 알려져 있는 반발력 테스트는 그 규정을 더 까다롭게 지키기 위해 새로운 테스트 방식이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바로 CT (Charateristic Time)이라는 것입니다. 펜듈럼 테스트(Pendulum Test)라고도 불리는데요..
이 테스트 방식은 ‘클럽 페이스’와의 접촉 시간을 잴 수 있는 ‘Pendulum’ 즉 ‘진자’를 이용하는 것으로, 아래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추’가 진자 운동을 하면서 클럽 페이스와 얼마나 오랜 시간을 접촉하고 있는지를 측정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접촉 시간이 길다면 ‘스프링’ 역할이 커지게 되고 이 경우 반발력 역시 커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 접촉 시간을 ‘Characteristic Time’ 혹은 ‘CT’라는 단어로 표현하며, 이 수치가 239 μs (마이크로 세컨드, 1 마이크로 세컨드 = 100만 분의 1초)를 넘어가는 경우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게 됩니다.

그리고 어떤 이유로든 이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는 상태에 들어가는 것을 'CT Creep'이라고 표현합니다. 예상치 않게 CT에 영향을 준 하나의 현상 정도로 해석이 될 텐데요.
일반적으로 새 드라이버보다 일정 기간 사용한 드라이버가 비거리나 반발력 면에서 더 좋기 때문에, CT 규정을 어긋나게 될 확률이 높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드라이버 페이스는 반복된 임팩트로 점차 얇아지고 탄성을 더 많이 갖게 되어, 미세한 반발계수 증가가 나타납니다. 쉽게 말해, 새 클럽보다 어느 정도 사용한 드라이버의 페이스가 더 많이 휘며 공을 튕겨내는 힘(트램펄린 효과)이 약간 커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즉 어느 정도 사용한 클럽이 오히려 더 반발력이 높다는 것입니다. 새 클럽의 탄성이 가장 좋을 것이라는 우리의 생각이 틀렸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게임의 결과를 바꿀 정도인가?
이렇게 구형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결괏값을 가지고, 선수들이 이러한 규정을 교묘하게 이용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갑자기 170마일의 볼 스피드가 185마일이 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선수들이 이러한 드라이버를 사용하는 데에는 해당 클럽에 대한 익숙함과 신뢰감 때문이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드라이버의 경우 페이스면이 계속 얇아지다 보면 임팩트 시 파손의 위험 역시 증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조금의 거리 이득을 보겠다고 경기 중 파손될 위험을 감수할 골퍼는 없지 않을까 합니다.
게다가 페이스 재질의 특성상 지속적으로 반발력이 좋아진다는 것을 기대하기도 어려우니, 성능과 규정준수, 그리고 제품에 대한 익숙함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는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이렇게 손에 익은 드라이버를 포기하고 새로운 클럽 혹은 새로운 모델로 계속 플레이하는 선수들이 더 대단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장비로 인해 골프가 가진 고유의 챌린지가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는 USGA의 입장도 이해는 갑니다만, 이로 인해 선수와 제조사들이 받는 스트레스도 꽤나 클 것 같습니다. 골프 자체도 어려운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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