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에 시들해진 '카네이션 특수'
가정의 달 화훼업계 거래량 '뚝'
용돈 다발 등 다양한 대체품 등장
농가·화원 매출 감소로 '울상'
전문가 “가격 유지로 고객 유도”
“이런 불경기에 누가 카네이션을 사겠어요. '가정의 달'이 화훼업계의 대목이라는 것도 옛말이에요.”
지난 3일 오후 인천 남동구 구월동에서 12년째 화원을 운영해온 연규정(61·여)씨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연씨는 “지난해 카네이션 120단을 떼왔는데 30단 넘게 남아서 다 버려야 했다”며 “올해에도 물가가 올라서 수요가 더 줄어들 것으로 예상해 카네이션 물량을 절반 이상 줄여 50단만 사왔다”고 토로했다.
인근에서 10년 넘게 꽃집을 운영한 오은영(43·여)씨도 올해 카네이션 물량을 작년보다 30%가량 줄였다고 한다.
오씨는 “아직 카네이션 예약 주문이 한 건도 들어오지 않아 온라인에라도 올려 팔아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며 “요즘은 카네이션보다 실용적 선물을 선택하는 추세라 매년 카네이션 물량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어버이날과 스승의날 등 각종 기념일이 몰려 있는 가정의 달 5월에 화훼업계가 울상을 짓고 있다.
해마다 카네이션 수요가 크게 줄어들자 상인들이 성수기를 앞두고 물량을 줄이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6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서울 양재동 aT 화훼공판장에서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일주일간 경매가 이뤄진 카네이션(절화 기준)은 3만5572단(1단은 20송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만6176단)보다 36.7% 급감했다.
카네이션 거래량이 감소하는 원인은 고물가로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꽃을 구매하려는 소비자가 줄어든 데다 꽃 모양 용돈 다발·상자와 꽃 케이크 등 다양한 대체품이 등장하고 현금이나 안마기기 등 실용성이 있는 선물을 선호하는 현상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화훼농가·화원의 매출 감소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인천에는 43곳의 화훼농가가 있지만 인천시가 별도로 화훼업계를 지원하는 사업은 없다.
시 관계자는 “화훼농가 종사자는 농업인에 해당돼 비닐하우스를 지을 때 설치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면서도 “화훼업계를 지원하는 정책은 따로 없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카네이션 가격을 올리면 소비자들 수요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꽃은 필수재가 아닌 선택재이기 때문에 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며 “최근 카네이션 대체재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도 고려해 가격 인상보다 중간 이윤을 최소화하고 가격을 유지하는 것이 소비를 유도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제언했다.
/이나라 기자 nara@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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