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귓불에 생긴 대각선 주름, 심장 이상 신호일까"
관상동맥질환 669명 3.7년 관찰…"귓불에 주름 생기면 심방세동 위험 1.88배"
부정맥은 심장박동이 너무 늦거나, 빠르거나, 규칙적이지 않은 경우를 통칭한다. 심장박동은 심장의 윗부분인 심방에서 분당 60∼100회로 일정하게 만들어져야 하는데, 이게 정상이 아닌 상태라고 보면 된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부정맥 중에서도 가장 흔한 것은 심장의 리듬이 비정상적인 심방세동이다. 정상적으로는 심장 중 윗집에 해당하는 심방의 동결절이라는 부위에서 전기를 만들어 아랫집인 심실을 규칙적으로 수축시켜야 하는데, 동결절이 아닌 심방 다른 부위에서 마치 불꽃놀이 하듯 후루룩 전기가 튀면서 심방이 가늘게 떨리는 현상, 즉 '세동'(細動)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심방세동 환자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대한부정맥학회가 펴낸 '한국 심방세동 팩트 시트 2024'를 보면 국내 심방세동 환자 수는 2013년 43만7천769명에서 9년 후인 2022년에는 2.15배 늘어난 94만63명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부정맥을 진단받은 환자 4명 중 1명만 심방세동에 대해 알고 있을 만큼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게 학회의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심방세동을 방치하면 뇌졸중, 심부전, 치매 등의 심각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어 조기에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대부분의 심방세동은 고혈압, 심장판막질환, 관상동맥질환, 심부전증 등의 기질적인 심장질환이 있는 환자에게서 잘 발생한다. 또 심장의 근육이 크고 두꺼워지는 비후성·확장성 심근병증도 발생 원인 중 하나다.
그 외에 갑상선 기능항진증이나 만성 폐질환과 동반하기도 하고, 원인 질환 없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심방세동의 증상은 아무런 것도 느끼지 못하는 경우에서부터 두근거림, 흉통, 호흡곤란, 실신까지 다양하다. 이런 증상은 음주 후 당일 저녁 혹은 다음 날에 자주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고려대 안산병원 순환기내과 신승용 교수는 "두근거림이 느껴지면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 환자의 약 30%는 두근거림과 같은 자각증상이 없어서 조기 진단과 치료 적기를 놓치는 경우가 흔하다"며 "같은 심방세동 환자라도 증상이 없거나 전형적이지 않은 경우에는 증상이 있는 경우보다 사망률이 3배에 이른다는 보고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귓불에 대각선으로 생기는 주름을 잘 관찰하면 관상동맥질환을 가진 사람에게서 심방세동을 조기에 감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됐다.
이대목동병원 순환기내과 진무년 교수 연구팀은 국제학술지 '임상의학저널'(Journal of clinical medicine) 최신호에서 관상동맥질환을 진단받고 심방세동이 없는 65세 미만(평균 나이 53.8세) 669명을 대상으로 평균 약 3.7년을 추적한 결과 이런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밝혔다.
귓불에 대략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생기는 주름은 한자로 '이열', 의학 용어로 '프랭크 징후'(Frank's sign)라고 부른다.
미국의 의사 샌더스 프랭크(Sanders T. Frank) 박사가 협심증 환자 20명을 관찰해 1973년 발표한 논문에서 귓불에 대각선 주름이 있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장질환 발생 위험이 높다고 보고한 데서 유래했다.
진 교수팀의 연구 결과를 보면 추적 관찰 기간 전체 연구 대상자의 귓불 주름 발생률은 10.8%였다. 또 심방세동 발생률은 귓불 주름이 나타난 그룹이 16.4%로, 귓불 주름이 없는 그룹의 8.4%보다 높았다.
연구팀은 귓불 주름이 생긴 관상동맥질환자의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귓불 주름이 없는 경우에 견줘 1.88배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진 교수는 "귓불의 대각선 주름은 미세혈관질환의 영향으로 진피와 혈관의 탄성 섬유가 손실돼 만들어지는 것으로 보이는 데, 조기 노화에 따른 지표일 수 있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하면 누구나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귓불 주름으로 심방세동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적시에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심방세동의 진단에서 가장 기본적인 건 심장의 리듬을 확인하는 심전도 검사다.
만약 부정맥을 처음 진단받았다면 본인의 병명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고, 심방세동이라면 본인의 뇌경색 위험도를 평가해 항혈전 약물치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적극적인 심방세동 치료를 위해 'ABC 치료 전략이 ABC만큼 쉽다!'(As easy as ABC!)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질환을 홍보한다.
여기서 ABC는 ▲ 뇌경색을 최대한 예방하라('A'void stroke) ▲ 정상맥을 회복하고 유지하라('B'etter symptom & rhythm control) ▲ 동반 위험인자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라('C'ontrol comorbidities)로 요약된다.
심방세동 치료는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혈전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항응고 치료다. 당뇨병이나 고혈압 같은 동반 질환과 연령 등을 평가해 혈전이 생길 위험도가 높다고 판단되면 약을 처방한다.
다른 하나는 심방세동 자체에 대한 치료다. 심방세동이 생겼다가 없어지기를 반복하는 발작성의 경우에는 비교적 초기이기 때문에 약을 써서 적극적으로 정상 리듬을 유지해주는 치료를 한다. 약을 써도 부정맥이 강하게 나타나는 환자는 고주파 전극 도자 절제술이나 냉동 풍선 시술을 하게 된다.
예방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금주하는 게 바람직하다. 심방세동 환자가 금주하면 뇌졸중 위험이 14% 낮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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