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것 중 하나는 길거리에 쓰레기통이 없다는 것. 운 좋아서 어쩌다 하나를 찾더라도, 이거 버리란 건가, 말라는 건가. 이렇게 쓰레기통 옆에 손 하나 겨우 들어가게 구멍을 뚫어 놓아서 쓰레기를 버리려다 손에 오물이 묻거나, 잘 들어가지 않는 쓰레기를 억지로 쑤셔넣은 경험, 다들 있을 거다. 유튜브 댓글로 ‘쓰레기통 입구는 왜 쓰레기를 버리기 어렵게 만들어놨는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에 나섰다.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의 길거리 쓰레기통의 모습, 그러니까 옆으로 뚫린 작은 투입구는 개인 쓰레기를 대량으로 갖다 버리는 얌체 투기꾼들을 막기 위해 일부러 불편하게 만들어졌다. 다만 이 불편한 디자인도 서울에 한해선 조만간 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국내에서 쓰레기통을 설치 관리할 책임은 전적으로 기초 지방자치단체가 지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
“지방자치법에 따른 청결 유지 의무가 (기초) 지자체에 있어서”
서울시 관계자
“지방자치법 9조인가 거기서 아예 사무 분류 자체를 청소는 기초자치단체로 분리를 해버렸어요.”

본인들 책임은 아니라는 얘기. 대신 광역 지자체가 가이드라인 같은 걸 주는 경우가 있는데, 여기에도 쓰레기통 투입구의 크기와 관련된 권고는 없었다. 서울시 가이드라인에도 없고, 대전시가 만든 예시 디자인을 봐도 투입구가 눈에 띄게 작지는 않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지자체는 왜 약속이나 한듯이 이렇게 작고 불편한 투입구를 만들었을까.
서울시 동작구청 관계자
“크게 해놓게 되면 가정집에 있는 큰 일반 쓰레기를 가지고 와서 넣어가지고 그걸 또 다른 일반 길거리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이용을 못해요. 금방 채워져버려가지고.”
서울시 관계자
“인근에서 상가나 주민들이 속된 말로 검정 봉지 있잖아요. 그거 들고 와서 무단 투기하니까. 조금 구멍 입구를 좁게 하는 거죠.”

길거리 쓰레기통에 생활 쓰레기나 상가 쓰레기를 통째로 가져다 버리는 행동은 엄연히 불법이다. 각 지자체는 쓰레기를 종량제 규격봉투에 담아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버리도록 조례로 규정하고 있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다만 현실적으로 단속이 어렵기 때문에 아예 쓰레기를 버리기 어려운 쓰레기통을 만들어버린 것.

그렇다면 굳이 투입구를 쓰레기통 옆구리에다 뚫고, 윗부분을 둥글게 만든 것도 이유가 있을까. 이건 서울시 가이드라인에도 나와있는데 역시 실용적인 이유 때문이다.
서울시 동작구청 관계자
“(위를 향해) 구멍이 뚫어지면 암만 해도 눈이나 비가 왔을 때 물이 그리로 들어가잖아요. 그러니까 보통 측면에, 비를 피하는 그 위치에 당연히 구멍이 있을 수밖에 없는 거죠.”
서울시 관계자
“그러니까 위에는 (다른 쓰레기를) 못 놓게 하기 위해서 약간 비스듬하게 하고.”

쓰레기통을 이렇게 만들면 구청이 관리가 편해지는 건 알겠는데, 그래도 시민들 입장에선 불편한 게 사실이어서 서울시에서는 새 디자인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서울시 관계자
“그것도 저희 디자인 정책실에서 새로운 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저도 아이디어 회의에 참가해 봤는데 조금 시대가 변했으니까 그 구멍도 좀 늘려야 되지 않느냐 그런 의견도 많이 나오더라고. 연말에 새로운 디자인이 나올 거예요. (왱: 그래요? (입구가) 늘어날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러면?) 그렇죠. 지금은 그걸 갖고 격론이 벌어지는데 또 시민들 인식도 많이 바뀌었으니까 크게 해주고 자연스럽게 버리게 해주고 무단투기하는 건 차후 문제지 않느냐 그런 의견도 많아요.

동시에 쓰레기통 숫자를 늘리려는 노력도 시작됐다. 1995년 종량제 실시 이후 각 지자체는 전국적으로 길거리 쓰레기통을 줄여왔는데 , 시민 불편이 큰 데다, 쓰레기가 배수로를 막아 도심 홍수로 이어지는 문제도 제기됐다.
서울시 관계자
“한 1년에 한 자치구 합쳐서 1000개 정도, 1000개씩 정도 늘리면. 한 1000개 늘려놓고 상황 보고 또 한 번 1000개, 그 다음에 1000개 늘려놓고 상황 보고 그런 식으로 늘려갈 생각이에요. 한 3년 잡고 (1년에) 1000개씩 늘려보자.”
환경부 관계자
“작년에 지자체에 담배꽁초 전용 수거함 같은 거 마련해달라고 협조 요청 보낸 적이 있는데 담배꽁초 때문에 그때 빗물받이 같은 게 막히는 문제가 이슈가 됐어서, 각 지자체에 이런 수거함을 설치를 하는 걸 검토해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