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류 양식과 식물 수경 재배를 동시에, 아쿠온 김종성 대표

‘스마트팜’이 진화하고 있다. 1990년 후반 해외 농업 기술 관련 논문·보고서에서 처음 등장한 개념인 스마트팜은 200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도 알려졌다. 관련 기술은 빠르게 성장했다. 초기에는 원격으로 시설 환경을 제어하는 수준이었다면, 2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인공지능(AI)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로봇이 작물을 관리하는 수준까지 올라왔다.
어류 양식(Aquaculture)과 식물 수경 재배(Hydroponics)를 융합한 첨단 농법도 등장했다. 이른바 ‘아쿠아포닉스’다. 어류 양식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유기물이 식물을 위한 천연 비료가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다.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지구환경과학부 교수이자 스마트팜 스타트업 아쿠온을 운영하는 김종성(51) 대표를 만나 아쿠아포닉스에 대한 모든 것을 들었다.
◇티백 하나에 새싹 인삼 한 뿌리가 통째로

아쿠온은 국내 담·해수 환경 생태 연구에 기반한 아쿠아포닉스·스마트팜 스타트업이다. 농약·항생제를 사용하지 않고 어류 양식을 병행하는 것만으로도 식물 재배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아쿠아포닉스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아쿠온의 아쿠아포닉스 방식으로 새싹 인삼을 재배할 경우, 기존 수경·토경 재배 방식과 비교해 재배 기간은 절반으로 줄고 사포닌 성분 함량은 2배로 늘어난다. 아쿠아포닉스를 이용한 인삼 재배 방법으로 특허(제10-2395377호)도 등록했다.

아쿠아포닉스 방식으로 재배한 새싹 인삼을 이용해 티백 3종, ‘아쿠온 티 컬렉션’을 만들었다. 새싹 인삼 잎차는 티백 하나에 새싹 인삼 한 뿌리가 통째로 들어있어 아침 활력을 깨우는 데 도움을 준다. 새싹 인삼 보이차는 점심 식사 후 소화와 면역력 증진을 돕는다. 새싹 인삼 흑하랑차에는 전남농업기술원이 개발한 흑하랑 상추가 약 60% 들어있다. 흑하랑 상추는 일반 상추에 비해 수면을 유도하는 ‘락투신’ 성분이 124배 함유돼 있어 불면증 완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갯벌은 동식물 모두를 위한 놀이터

바다는 더할 나위 없는 ‘놀이터’였다. “특히 바다에서 볼 수 있는 크고 작은 생명체에 관심이 많았어요. 서울대 해양학과를 택한 이유이기도 하죠. 3학년이 됐을 때 새만금 갯벌 현장 실습을 간 적이 있습니다. 온종일 갯벌에서 신나게 뒹굴고 갯지렁이·조개를 관찰했는데, 교수님이 ‘조만간 이 갯벌이 다 사라진다’고 하시더군요. 그때부터 웃음기가 싹 가셨습니다. 갯벌 속 생물을 연구해, 이곳을 보존하는 일이 무분별한 개발보다 더 가치가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 보이겠다고 다짐했죠.”
학부 졸업 후 곧장 대학원에 진학해 해양 저서 생태학 연구실에 들어갔다. 저서생물은 바다·강·호수 등 물 속 바닥에 사는 생물을 말한다. “다리가 푹푹 빠지는 갯벌에서 생물을 잡아 와 실험실에서 현미경을 이용해 눈이 빠지도록 관찰하고 분류했어요. 이를 동정(Identification)이라 합니다. 갯벌에서 만난 어민들도 기억에 남아요. 조개·고둥·새우 같은 해양 생물을 잡아 아들딸을 길러내신 분들이죠. 이 얼마나 풍요로운 생태계입니까. 공부를 할수록 갯벌을 지키겠다는 다짐이 더 굳건해졌습니다.”

박사 논문 주제는 저서 규조류(규산염 세포벽을 가진 단세포 조류)였다. “일종의 식물 플랑크톤입니다. 갯벌 표층에서 미세 생물이 광합성을 하며 살다가, 죽으면 퇴적물이 되는데요. 이 과정에서 탄소가 자연스럽게 침적됩니다. 우리나라 갯벌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연간 28만t에서 최대 49만t에 달합니다. 설악산 국립공원(약 55만t), 소백산 국립공원(약 53만t)과 견줄 수 있을 정도죠. 쓸모없는 땅이라 여겨지던 갯벌의 가치가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 겁니다. 갯벌이 ‘흙수저’에서 ‘금수저’가 됐다고 표현하고 싶네요.”
2009년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에서 조교수로 임용된 데 이어 2012년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로 임용됐다. 2019년부터는 아쿠아포닉스 기술 연구에 뛰어들었다. 아쿠아포닉스는 어류 양식과 식물 수경 재배를 융합한 첨단 농법이다. “밖에서 채집한 시료를 실험실에서 분석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축소해 일정 규모로 생태계를 구현하는 작업이 늘 필요했는데요. 이를 메소코즘(Mesocosm)이라고 합니다. 가장 기본이 되는 전제는 ‘순환’이에요. 수조에서 물고기를 키우고 그 물을 이용해 식물을 키우는 시스템은 어찌 보면 당연한 자연의 순리죠.”

아쿠아포닉스 연구를 이어갈수록 실험실이 좁게만 느껴졌다. “이 기술을 학교에서만 연구할 게 아니라 농·어업에 실질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논·밭에서 농사를 짓고, 양식장에서 어류를 키우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은 일이죠. 평생을 ‘교수’로 살았지만, 직접 산업 현장에 뛰어들어 아쿠아포닉스 기술을 빠르게 알리고 사회에 정착시키는 일도 나의 책무라고 느꼈습니다. 아쿠아포닉스에 있어서 만큼은 국내에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이라고 자부하기 때문이죠.”
◇2주 만에 자라는 새싹 인삼

2024년 1월 아쿠온(AQUON)을 설립했다. 핵심 사업은 아쿠아포닉스 시스템 제작·판매와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을 재배한 농산물 판매다. “스마트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층층이 쌓아 올리는 시설을 4m 간격으로 유닛화했습니다. 제일 하단에 수조를 놓고 어류를 키울 수 있죠. 물고기 배설물 등으로 생기는 유기물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데요. 분해된 유기물은 식물을 위한 천연 비료가 됩니다. 농약·항생제·비료 등 화학 물질은 전혀 필요 없죠.”

특정 어류와 식물 간 궁합도 중요하다. “어류 15종, 식물 60여 종을 교차 배양하며 최적의 궁합을 찾았습니다. 기르고 싶은 작물이 있으면 그 작물에 특화된 물고기를 함께 키워 생산량과 품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어류 양식을 하면 수조에 채웠던 물은 대부분 버려지는데요. 아쿠아포닉스 시스템 안에서는 버리는 물이 없습니다. 증발하는 양만 보충해 주면 돼요. 기존 양식장 대비 물 사용량을 99% 절약할 수 있습니다.”

타사 대비 뚜렷한 차별점을 갖고 있다. “국내에 아쿠아포닉스 기술로 스마트팜을 만드는 곳은 약 10곳 정도 있는데요. 담수가 아닌 해수를 이용해 해양생물을 키울 수 있는 곳은 아쿠온이 유일합니다. 식물도 대부분 잎채소류만 취급하는 데 반해, 저흰 허브나 특용작물도 재배할 수 있어요. 재배 기간은 짧고 생산량은 더 많습니다. 가령 새싹 인삼의 경우 1개월에서 2주로, 잎채소류는 2개월에서 1개월로 단축했죠. 관련 특허만 3건을 등록했습니다.”
대량생산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많다. “2025년 4월 경기도 시흥시에 약 600㎡(180평) 규모의 공장을 설립해 대량생산 체제에 돌입했습니다. 4m 너비의 유닛이 약 100개 정도 들어가 있어요. 모든 유닛에 새싹 인삼을 키운다고 할 때 2주 만에 5만 뿌리를 수확할 수 있는 정도의 규모죠. 대형 수조나 스마트팜 시설은 박테리아·수질 등에 문제가 생기면 대량 폐사로 이어지지만 유닛(모듈형)으로 제작하면 그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공장에서 주로 재배하는 작물은 새싹 인삼이다. “아쿠아포닉스 기술로 새싹 인삼을 재배했을 때 토경에서 재배한 새싹 인삼과 비교해 사포닌 함량이 2배에 달합니다. 인삼은 6년근일 때 영양 성분이 가장 극대화된다고 알려져 있는데요. 6년근 인삼과 비교해도 희귀 진세노사이드 함량이 8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새싹 인삼의 특성상 수확 후 몇 주 뒤면 시들어버려 그 전에 활용할 방법을 찾아 나섰다. “새싹 인삼을 주재료로 한 티백을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아침·점심·저녁을 위한 차라는 콘셉트를 잡았어요. 새싹 인삼에 황칠, 보이찻잎, 흑하랑 상추를 배합했죠. 원하는 맛과 향을 내기 위해서 4차례 재배합하기도 했습니다. 약 8개월 정도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새싹 인삼 티 컬렉션’을 완성했어요. 차를 우려낸 다음엔 티백 안의 내용물을 씹어서 먹는 것도 권합니다. 새싹 인삼을 그대로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죠.”
◇빌딩 숲속을 벗어나 봐요

김 대표는 여전히 ‘김 교수’로도 불리고 있다. “서울대에서 한 학기에 2과목씩 꾸준히 강의하고, 블루카본사업단·해양환경영향평가연구단의 단장을 맡아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공들여 연구한 기술과 논문이 창고에 박혀 먼지만 쌓이고 있다는 자괴감이 든 적도 있어요. 좋은 기술을 많은 사람들이 누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창업에 뛰어들었지만 ‘돈에 눈이 먼 사람’처럼 보기도 하더군요. 물론 돈도 벌어야죠. 함께 애써주는 직원들에게 월급은 제때 줘야 하니까요. 연구실에 있을 땐 몰랐던 기업가의 고충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을 도시 전반에 보급하는 날을 꿈꾼다. “농어업을 농어촌에서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빌딩숲을 진짜 ‘숲’으로 만들 수 있어요. 실내에서 먹거리를 직접 생산하면서 동시에 자연환경을 누릴 수도 있죠. 장기적으로는 바다가 없는 몽골이나 중앙아시아 국가로의 진출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아직 물고기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조연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머지 않아 고급 어종이나 관상어를 키워 더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게 될 겁니다. 제가 그렇게 만들 거예요.”
/이영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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