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비사이드의 신작 '스타세이비어'가 지난 20일 출시됐습니다. FGT, CBT를 통해서 턴제 RPG와 육성 시뮬레이션 그리고 방치형을 융합한 색다른 스타일과 스토리로 호평을 받았던 만큼, 올 하반기 국산 서브컬쳐 대작 경쟁 구도를 미리 상상하며 기대하는 팬들도 많았죠.
그렇게 야심차게 첫 스타트를 끊은 '스타세이비어'지만, 그 길이 순탄치만은 않았습니다. 첫날에만 임시 점검이 두 차례에, 개선을 약속하는 사과문과 개발자 노트가 연달아 올라왔으니까요. 서버의 불안정한 상황 및 각종 오류 외에 대체 어떤 점에 문제였는지, 그리고 '스타세이비어'가 이를 딛고 일어설 잠재력이 있는지 한 번 훑어볼 필요가 있어 보였습니다.

그 중 대부분 메인 콘텐츠는 턴제 RPG로 전개됩니다. 4인 파티가 스테이지에 진입, 행동 게이지와 속도에 기반해 턴이 정해지는 익숙한 방식이죠. 각자 턴이 오면 상황에 맞춰 궁극기, 특수기, 일반 공격 중 하나를 골라 쓰는 것 역시도 그간 수집형 RPG를 해왔던 유저라면 어렵지 않게 익숙해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상성인 속성 혹은 강인도를 깎는 스킬로 적의 강인도를 차감, 0이 되면 방어를 일순 깎아버리는 '브레이크'와 브레이크 포인트를 모아서 유저가 개입하는 스킬을 쓰는 '브레이크 스킬' 등으로 전략성을 가미한 것이 '스타세이비어'의 특징이죠.



안 해봤던 유저를 위해 좀 더 부연설명을 하면, 자신이 미리 육성한 캐릭터로 스테이지를 미는 게 아니라 '공명' 수치로 인한 보너스를 제외하고는 거의 0부터 시작, 그 캐릭터가 여정을 처음 시작해 최종 과제까지 마무리하는 과정을 육성 시뮬레이션으로 담은 방식입니다.




설명 자체가 굉장히 번잡하기는 하지만, '스타세이비어'의 여정은 그렇게까지 복잡하지 않습니다. 쉬움 난이도는 각 직군별 권장 스탯과 연관된 아르카나를 장착하고, 권장 훈련과 휴식을 적절히 스태미나 보면서 하면 어지간해서는 클리어할 수 있거든요. 실제로 딜러는 힘, 힐러나 탱커는 체력 위주로 아르카나를 편성하고 훈련을 이어가면 첫 단추는 무난하게 맞춰나갈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파견이나 매 시간마다 쌓이는 보상, 본부의 각종 설비를 업그레이드해서 스탯을 올리는 등 방치형 RPG의 기본 루틴을 더해서 별의 구원자를 이끄는 '단장'의 역할을 유저에게 각인시키는 구성도 '스타세이비어'의 특징입니다. 즉, 콘텐츠를 단순히 그냥 습관적으로 놔둔 것이 아니라, 이야기와 세계관의 흐름에 맞춰서 맥락을 만들어냈다는 뜻이죠.




이 말은 곧 쉽게 익숙해지지만, 한편으로는 그 차별화된 포인트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 그저 그런 무언가로 전락할 여지도 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스타세이비어'는 장르에서 변주를 꾀한 것뿐만 아니라, 그 장르에서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의 디테일을 깎는 것에 주력했습니다. 어느 한 캐릭터의 육성을 치밀하게 지켜보는 육성 시뮬레이션 요소를 더한 만큼, 일상 곳곳에서 캐릭터의 속성을 이해시킬 수 있는 에피소드와 전개 그리고 각종 표현에 디테일을 가미해서 그 캐릭터의 매력을 곧바로 어필해버린 것이죠.




그리고 어떤 경우에도 '주인공'과의 유대감이 끊어지지 않는다는 왕도적인 문법을 확고히 지키면서 안심하고 이야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한 것도 포인트였죠. '리디아'처럼 탐식의 책이라는 위험천만한 물건을 들고 시커먼 속내를 갖고 있는 소녀도 주인공의 신뢰에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장생종이라서 사람들과 깊은 연을 맺고 싶어하지 않는 '레이시'도 점차 주인공에게 감화되어갑니다. 어찌 보면 엔딩이나 결말이 정해져 있어서 이야기가 뻔할 것 같은데, 캐릭터마다 모에 속성과 갭을 확실하게 배정해둬서 이야기의 템포나 텐션에 변주를 줘서 쭉 지켜보게끔 했죠.



실제로 그런 디테일까지 뽑아낸 작품들은 그만큼 유저들에게 캐릭터를 각인시키기 쉬우니, 그 특징을 캐치하거나 변주해서 2차 창작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죠. 아직 '스타세이비어'는 초창기이고 좀 다른 문제 때문에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그 잠재력은 충분히 있다고는 봅니다. 쿨뷰티 계열이나 몇몇 계열 캐릭터들은 조금 그 특색이 잘 안 드러나는데, 허당 계열이나 왈가닥 등 특색이 진한 속성의 캐릭터들은 그런 것을 확고히 보여줄 표현과 몸짓까지 세세하게 다듬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스타세이비어는 여기에 다른 장르의 요소까지 포함해 각종 브레이크로 걸어두는 바람에 그 모델의 장점을 확실히 못 살리고 있습니다. 일단 캐릭터 레벨업을 위한 재화는 대부분 방치형인 지원금 혹은 성간회랑이나 스테이지를 깰 때마다 얻을 수밖에 없는데, 그 양이 점점 늘어나서 레벨업이 멈추는 주차 구간이 발생하죠.
그럴 때 스펙업 수단으로는 보통 스킬 레벨업과 장비 파밍이 떠오르는데, 여기에 '여정'과 '공명'이 더해지면서 부담이 한 차례 더해집니다. 여정을 자동으로 할 수는 있지만 보통 이상부터는 현 단계로는 효율을 내기가 어렵고, 일단 그 시간만큼 여정에 투입해서 스텔라 아카이브를 만드는 것부터 일이죠. 그런데 여정 보통 난이도는 공명 레벨과 아르카나 레벨이 어느 정도 뒷받침이 되지 않으면 초반의 고비를 넘기기가 상당히 까다롭습니다. 특히 초반 스칼렛 구간에서 별 속성 캐릭터면 역속성이라 조금 스펙이 딸리면 무조건 지고 시작하니까 더더욱 힘들죠. 그런 고생을 하고서 여정에서 얻는 게 스텔라 아카이브와 약간의 골드 뿐이니, 스텔라 아카이브를 어지간히 잘 깎지 않고서는 허탈해지는 건 덤입니다.


그리고 그 스노우볼은 전투 경험까지도 영향을 미칩니다. 스킬 쿨타임을 감소시키려면 스킬 레벨을 올려야 하는데, 그 시기가 늦어지면서 전투 페이즈가 늘어지니까요. 특히 '스타세이비어'는 브레이크와 브레이크 스킬, 그리고 게이지를 모아서 캐릭터 스킬을 강화하는 노바버스트 같은 여러 보조 시스템도 있고 해서 스킬 쿨타임이 다소 긴 편입니다. 그런데 그것을 단축시키는 시점이 늦어지니까 대부분의 전투 경험이 과장하자면 모든 캐릭터가 다 궁-스킬-평평평-스킬-궁 일변도로 흘러갑니다. 보통 궁에 강인도 저하가 많이 붙어있어서 일단 선궁부터 쓰고, 상대 강인도를 깎아내서 브레이크를 건 뒤에 브레이크 스킬을 쓰거나 다음 딜러에게 노바 버스트 각을 잡아주는 플레이를 해야 하니까요.
물론 이론상 조금 다른 유형의 캐릭터들도 몇몇 있기는 합니다. 일례로 뮤리엘은 평타로 점화 스택을 최대 5스택까지 쌓으면 궁극기로 '연소' 효과까지 걸 수 있게 되니까요. 그렇지만 그렇게 평타를 치는 사이에 게임이 끝나버리거나, 턴을 그만큼 허비해서 실제로는 그렇게 쓰기가 애매하죠. 이렇듯 몇몇 다른 구성들이 현재 게임 양상과 어긋나 쓰이지 않을 게 뻔하고, 이를 의식하다 보니 스킬 구성도 비교적 단조로워질 수밖에 없는 것이 스타세이비어의 또다른 약점입니다.
여기에 전투력 보정도 굉장히 세게 잡아서 브레이크를 걸어버린 것도 패착이었죠. 전투력이 부족하다는 시그널이 뜬 순간, 이리저리 몸비틀기를 하기 보다 차라리 전투력을 조금이라도 높여서 그 시그널을 없애는 게 클리어하는 가장 빠른 길이었거든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가뜩이나 캐릭터 키우기도 힘드니, 스킬레벨업은 나중으로 미뤄두고서 몇몇 주요 캐릭터만 선정해서 로테이션 돌리며 작전 뚫어버리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하게 됩니다. 방치형은 아시다시피 먼저 광산을 뚫어둬야만 누적해서 얻는 것이 많아지니까 초반에 어쨌든 달려야 하는데, 그러다 보니까 애정 캐릭터와 꽁냥거리는 부분까지도 포기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발생해버리죠.


'스타세이비어'의 패키지는 대부분 이런 불편함을 해소하는 방향에 치중해 있습니다. 그런 양상이야 방치형 게임에서는 흔하지만, 스타세이비어는 방치형 외에 다른 여러 곳에서 브레이크가 조금씩 다 걸려있기 때문에 그 불편함을 해소하고자 하는 갈망이 더더욱 크죠. 그런 상황에서 효율 좋은 패키지를 본 순간, 양가적인 감정에 휩싸이게 됩니다. 구매해서 스트레스를 덜어내고 싶다는 충동과,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하는 의구심이죠. 그마저도 100% 만족스럽지도 않고, 대체로 타임딜로 나오는 패키지가 그나마 효율이 좋다 보니까 더더욱 그 스트레스가 극대화되곤 합니다.
심지어 대부분 방치형이 장비 강화 경험치용, 혹은 그냥 서브로 쓸 만한 장비 정도는 방치 보상으로 주는데 '스타세이비어'는 그것조차 없어서 결핍이 더더욱 눈에 띕니다. 온갖 곳에서 다 부족한데 이를 충족시킬 수단도 마땅히 없고, 그마저도 유사 장르의 게임과 자꾸 비교가 되다 보니 스트레스는 더욱 커져서 '스타세이비어'가 그리고 있는 큰 그림을 미처 다 보기도 전에 이탈할 확률이 그만큼 높아지는 것이죠.


그런 상황인 만큼 최근 다수의 서브컬쳐 게임들은 빠른 분재화로 서브 포지션을 비집고 들어가는 전략을 채택했지만, '스타세이비어'는 메인에 좀 더 가까운 구성으로 승부수를 던졌습니다. 단순히 메인을 잡고 있는 게임이 돈을 잘 벌고 있으니 그 자리를 꿰차겠다는 허황된 야심이 아니라, 그 양식으로만 보여줄 수 있는 스토리와 흐름을 유저들에게 확실하게 보여주겠다는 '꿈'을 갖고 말이죠.
실제로 그 핵심인 육성 시뮬레이션 '여정'은 전작 카운터사이드로 검증 받은 스토리 역량을 좀 더 최신에 가깝게 다듬고, 캐릭터의 개성과 디테일을 확실히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을 제대로 갈고 닦아냈습니다. 그러면서 동고동락하는 과정 자체가 단순히 스탯깎이로만 그치지 않고 한 번 쭉 보게 만드는 매력을 담아냈죠. 그 과정에서 더욱 캐릭터에 대한 애착과 몰입감이 생겼고요. 단순히 예쁜 캐릭터를 만드는 것을 넘어 캐릭터에 애정이 생길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것이 서브컬쳐 게임의 가장 어려운 부분인데, 이 과제만큼은 확실하게 클리어한 셈입니다.


그게 단순히 육성을 못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투 경험까지도 루즈해지기 때문에 더더욱 체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죠. 사실 CBT 때만 하더라도 정식 출시 때는 실시간 PVP에 치중한 엔드 콘텐츠 문제가 클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성장에 제동이 걸려서 그 문제까지도 미처 다가가지 못한 양상입니다.


그간 국내 서브컬쳐 게임들 다수가 옛날 온라인 RPG 전성기 시절, 유저들이 할 것이 없다고 접어버리던 것에 트라우마를 느끼는 건지 몰라도 유달리 브레이크를 심하게 거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브레이크를 걸어버리면서 업데이트 시간을 벌거나, 심한 경우에는 편해지는 비용을 청구하는 식으로 설계를 하기도 했죠. 그게 그간 온라인 게임, 그리고 모바일 게임 시대에 와서도 먹히는 방식이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서브컬쳐 게임'은 다릅니다. 캐릭터에 애정을 느끼고, 그들과 함께 할 세계를 지키고 싶다거나 함께 쓸 이야기를 쭉 지켜보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 유저들이 당장에 할 것이 없더라도 그 다음 업데이트를 기약하며 관심을 이어나가죠. 그럴 기반을 다지는 작업은 굉장히 힘든 일이라 여러 서브컬쳐 게임들이 이 과제에서 좌초하거나 동력을 잃었지만, '스타세이비어'는 훌륭하게 풀어냈습니다. 실제로 스토리나 캐릭터 부분은 호평이기도 하고, 서브컬쳐 커뮤니티에서 그만큼 개선을 요구한다는 것은 역으로 말하자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니 유저들이 마음껏 '스타세이비어'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도록, 일부 걸리적거리는 가지들은 걷어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가지들 때문에 '스타세이비어'가 가진 잠재력과 매력이 제대로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있으니까요. 단순히 깊이 파고드는 일부에게만 선보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온전히 모두에게 잠재력과 매력을 펼칠 수 있는 그 순간이 다가오기를 기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