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있잖아, 그거"…'그거'에도 이름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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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 '꽃')는 시구는 이름의 부여가 존재에 주는 중요성을 드러낸다.
이름 없는 사물에 이름이 붙여질 때 그것은 인식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존재가 격상되는 마법이 발생한다.
우리 주변에 늘 존재했지만 이름이 없거나 잊혀 '그거'로 불려온 사물들을 위한 책이 출간됐다.
저자가 이름 없는 '그거'들의 잊힌 이름을 조명하는 것은 사물의 이름이 많은 것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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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가지 무명 사물의 정체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김춘수 '꽃')는 시구는 이름의 부여가 존재에 주는 중요성을 드러낸다. 이름 없는 사물에 이름이 붙여질 때 그것은 인식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존재가 격상되는 마법이 발생한다.
우리 주변에 늘 존재했지만 이름이 없거나 잊혀 '그거'로 불려온 사물들을 위한 책이 출간됐다.
홍성윤 매일경제 기자의 신간 '그거 사전'은 피자 가운데 꽂혀 있는 삼발이(피자 세이버), 중화요릿집의 회전하는 식탁(레이지 수잔), 배달 음식 용기의 포장을 뜯는 일회용 칼(랩칼 혹은 실링칼) 등 사람들이 '그것'으로 부르는 76가지 사물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자가 이름 없는 '그거'들의 잊힌 이름을 조명하는 것은 사물의 이름이 많은 것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물은 아무리 하찮은 것이어도 그것의 필요와 역사, 문화적 코드를 담고 있기 마련이다. 귤 알맹이에 붙은 하얀 실 같은 것의 이름 '귤락'이 한의학에서 따온 거라는 것, 기혈이 인체의 경맥에서 갈라져 전신으로 오가는 통로를 낙맥이라고 하는데, 귤락이 과육에 실처럼 퍼진 모습이 이를 연상시켜 '귤락'으로 명명됐다는 것 등을 알게 되면 귤 알맹이에 붙은 '그거'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시작은 샴푸 용기의 펌프가 눌리지 않게 고정하는 플라스틱 부품(클립 록 또는 스토퍼)이었다. 새 샴푸 용기에서 클립 록을 빼다가 이름이 잊힌 사물들에 꽂힌 저자는 제조사에 전화하고, 사전을 뒤지고, 100년이 지난 특허 서류 등을 파헤치며 '그거'들의 역사를 조사했다. '그거 사전'은 누적 조회 수 500만건을 돌파한 저자의 매일경제 연재 코너 '그거 사전'의 기사들을 묶은 책이다. 무명의 설움을 겪는 사물들에 담긴 문화가 궁금한 독자, 높아진 해상도로 세상을 바라보고 싶은 이에게 추천한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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