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관혁 꿈을짓는학교 사회적협동조합 대표 "집짓는 즐거움에 어른아이 없죠"

꿈을짓는학교 사회적협동조합 구관혁(64) 대표는 스스로 건물을 지어보는 행위가 어른에게도 의미를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귀촌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시행착오를 피하기 위한 여러 조언을 건넸다.

구 대표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서 일하던 개발자였고, 전국 학교에서 항공기 원리를 공부하고자 찾아오는 체험공간(에비에이션 캠프)을 기획한 사람이었다. 그때부터 '체험 교육'에 관심이 생겼고, 은퇴 후 산청에서 동료들과 공동체 주택을 지으면서 '집짓기' 과정이 주는 집단 성취감에 주목했다. 2022년 꿈을짓는학교 사회적협동조합을 설립한 계기다.

구관혁(64) 꿈을짓는학교 사회적협동조합 대표가 도산초교 학생들과 지은 집 앞에서 미소짓고 있다. /이창우 기자

"은퇴한 분들 중 한 조직에서 어느 정도 위치에 올랐던 분들은 집 안에 틀어박혀 안나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순간에 인간관계가 정리되고, 본인의 사회적 역할이 없어졌다는 충격 때문이죠. 뭔가 뚝딱뚝딱 만들고 배우는 일이 행복한 제2의 인생을 사는데 큰 힘이 됩니다."

협동조합은 성인 대상으로도 집짓기 과정을 운영한다. 조합은 실제 전남 광양 마을 부지에 어른들과 함께 도산초교와 마찬가지로 2평짜리 집 두 채를 올렸다.

그중 한곳은 '잉여농산물 물물교환공간'으로 활용한다. 자기 텃밭에서 많이 열린 호박을 가져다 놓고, 오이를 집어가는 식이다. 읍내 사람이 오며가며 저렴하게 농산물을 구입하는 창구가 되기도 한다.나머지 한 채는 마을 카페로 쓰인다. 마을에 손님이 찾아오면 커피 한잔씩 대접하는 식으로 활용한다. 무엇보다, 집짓기를 배우는 과정에서 자기 집 농막 정도는 재료비 정도로 뚝딱 지을 수 있는 역량을 갖추게 됐다며 뿌듯해하는 이들이 많다.

집짓기 체험이 아니라, 본격적인 귀촌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건네줄 조언이 많다. 지역에 주택을 짓는 와중에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서다. 직접 주택을 짓는 사람들이 아니라도 꼭 고려해야 하는 부분들이다.

"주택 진입로가 특정 주민의 사유지였다던지, 하수구 방향을 빼는 문제같이 생각지도 못했던 때문에 곤혹을 겪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처음에는 호의적이었던 마을 분들도 '너희 오물이 마을을 통과하게 할 수 없다'고 반대하시거든요. 본인이 땅을 구입했다고 하더라도 그 위에 있는 나무들 주인은 따로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은 법적으로 수목권을 인정하기 때문인데요. 특약 사항에 미리 지장물이 매수인에게 귀속된다는 조항을 넣으면 해결됩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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