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잠수함 조달 경쟁, "한국산 시스템 vs 유럽 재군비 계획"

캐나다가 최대 12척의 신형 잠수함을 도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유럽과 한국 사이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이 '유럽 재군비 계획' 카드를 꺼내들면서 유럽산 잠수함의 우위를 주장하는 한편, 한국은 '비미국제 시스템'이라는 독특한 강점으로 맞서고 있습니다.

이 60조원 규모의 거대한 프로젝트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극한의 경쟁 관계로 유명한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손을 잡고 공동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이 두 회사는 호주 프로젝트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이 도대체 어디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치열하게 경쟁해왔죠.

하지만 국익 앞에서는 라이벌도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적인 순간이 되고 있습니다.

독일의 전략적 야심, 유럽 재군비 계획 카드


독일이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서 내세우는 핵심 전략은 바로 '유럽 재군비 계획(ReArm Europe Plan)'입니다.

독일 국방부 고관은 자신만만하게 "캐나다의 유럽 재군비 계획 정식 참가가 결정되면 유럽으로부터의 조달이 유리해질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이 계획의 핵심은 독일 해군과 노르웨이 해군이 채택한 212CD 잠수함의 공동 조달에 캐나다를 끌어들이는 것입니다.

212CD 잠수함

독일 측은 "수 주 내에 캐나다가 유럽 재군비 계획에 서명할 것이라 확신한다"며 "서명하면 캐나다는 EU의 모든 제도와 우대 조치에서 가맹국과 동일한 대우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로 전 정권 시절 캐나다, 독일, 노르웨이 3개국은 전략적 파트너십 구축을 위한 의향서에 서명한 바 있습니다.

독일 입장에서는 이미 깔아놓은 정치적 토대를 활용해 군사 협력까지 확장시키려는 계산이죠.

TKMS(독일 조선 회사)는 "캐나다가 212CD 프로그램에 참가하면 2035년까지 1번함을 인도하는 것이 가능하다"며 "다만 캐나다 정부의 대응 속도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212CD는 AIP(비대기 의존 추진) 기관을 채택해 북극해에서도 최대 3주간 잠항이 가능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파격적인 제안, 라이벌 기업의 역사적 연합


한국 방산업계에서 가장 놀라운 소식은 바로 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의 전례 없는 협력입니다.

이 두 기업은 그동안 한국 해군 함정 건조 사업은 물론 호주 범용 호위함 조달 사업에서도 각각 다른 모델을 제안하며 치열하게 경쟁해왔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이 "호주 정부가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은 도대체 어디냐고 물을 정도"라고 보도했을 만큼 두 회사의 경쟁은 극심했습니다.

심지어 한국형 구축함(KDDX) 사업 관련 기밀 유출 소송에서도 격렬하게 대립했던 사이죠.

그런데 이번 캐나다 사업에서는 완전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두 회사는 200억 캐나다 달러(약 180조원) 규모의 방위장비 거래를 공동으로 제안하며, 잠수함뿐 아니라 캐나다 양쪽 해안(대서양과 태평양)에 정비 시설을 설치하는 포괄적인 제안을 내놨습니다.

원래 한화오션은 영국 방산업체 Babcock과 함께, 현대중공업은 미국 기업 L3Harris와 각각 협력할 예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사업 규모가 70조원대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임을 깨닫고 국익을 위해 경쟁을 내려놓기로 결정한 것이죠.

KSS-III의 혁신적 기술력, 21일 연속 잠항의 비밀


한국이 캐나다에 제안하는 KSS-III 잠수함은 정말 놀라운 기술의 집약체입니다.

MADEX에서 선보인 캐나다 수출용 잠수함

3,600톤급 재래식 잠수함으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자랑하는데,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바로 장기간 잠항 능력입니다.

일반적인 디젤-전기 추진 잠수함의 연속 잠항 시간이 약 2-5일인 것과 비교하면, KSS-III는 무려 21일 이상 수중에서 작전이 가능합니다.

이는 항속거리 7,000해리(약 13,000km) 이상과 함께 KSS-III의 핵심 경쟁력이죠. 이런 혁명적인 성능 향상의 비결은 바로 동력원에 있습니다.

전통적인 납축전지 대신 삼성SDI가 개발한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덕분입니다.

잠수함에 리튬이온 배터리를 탑재한 국가는 일본에 이어 한국이 세계에서 두 번째인데, 이는 한국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입니다.

일반적인 디젤 잠수함은 배터리 충전을 위해 주기적으로 스노켈 마스트를 수면 위로 올려야 하는데, 이때 RF 반사와 배기가스의 열 신호로 적에게 발각될 위험이 높습니다.

하지만 리튬이온 배터리의 장시간 용량으로 이런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죠.

특히 북극해 같은 극한 환경에서의 작전을 고려하는 캐나다 해군에게는 필수적인 능력입니다.

비미국제 시스템의 전략적 가치


캐나다 국영방송 CBC가 특별히 주목한 점은 "KSS-III를 제어하는 전투관리시스템이 미국산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한화오션에 따르면 KSS-III의 전투관리시스템은 100% 한국에서 설계·개발된 것입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캐나다에서는 최근 새 호위함에 채택된 미국산 전투관리시스템(CMS330 with AEGIS)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산 시스템의 큰 단점은 운용과 관련해 미국의 승인이 필요한 경우가 많고, 심지어 미국이 원격으로 통제할 수 있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입니다.

특히 트럼프가 재선되어 미국의 외교 정책에 불확실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비미국산 시스템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지고 있습니다.

캐나다와 미국의 관계가 좋지 않아지면서 유럽이나 아시아 방위업체가 이득을 많이 볼 것으로 전망되고 있거든요.

한국은 이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하고 매우 매력적인 제안을 내놨습니다.

한국산 시스템은 캐나다가 완전한 주권을 가지고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캐나다 자체 시스템이나 다른 외국산 시스템 중에서 선택하여 통합할 수 있는 옵션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호주 콜린스급의 뼈아픈 교훈


미국 시스템을 탑재한 잠수함이 얼마나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호주의 콜린스급 잠수함입니다.

호주 콜린스급 잠수함

1990년대 초 호주는 6척의 콜린스급 잠수함을 도입했는데, 스웨덴 코크럼스 설계를 기반으로 했지만 미국산 AN/BYG-1 전투시스템을 탑재했습니다.

처음에는 "가장 소음이 적고 가장 발전된 재래식 잠수함"이라고 자랑했지만, 2003년 호주 언론은 이 잠수함이 "락 콘서트처럼 시끄럽고 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미국산 전투관리시스템과 스웨덴 설계의 호환 문제로 인해 수많은 기술적 어려움이 발생했죠.

상황이 얼마나 심각했는지 2010년에는 6척 중 단 2척만이 실제 작전 가능한 상태였습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 문제들을 호주 군당국이 인정하기 전에 미국이 먼저 지적했다는 점입니다.

결국 호주는 2021년 미국 및 영국과 오커스(AUKUS) 협정을 맺고 핵 추진 잠수함을 도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2016년 프랑스와 체결했던 디젤 잠수함 도입 계약을 파기하고 새로운 방향을 택한 것으로, 콜린스급의 실패 경험이 이런 극단적인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맞춤형 솔루션과 납기 우위


한국의 제안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바로 납기와 맞춤형 서비스입니다.

독일이 "2035년까지 1번함 인도"를 약속한 반면, 한국은 "내년 중에 계약을 체결하면 2035년까지 4척의 잠수함을 인도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더 나아가 "캐나다 해군 요원은 건조 기간 중에 한국에서 기초훈련과 전술훈련을 받을 수 있으며, 따라서 인도와 동시에 새형 잠수함은 작전행동을 개시할 수 있다"는 포괄적인 패키지를 제시했습니다.

현재의 안전보장 환경에서 가장 중시되는 것은 바로 '납기'입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의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캐나다로서는 하루라도 빨리 신형 잠수함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죠.

한국의 또 다른 강점은 충분한 건조 능력입니다.

캐나다 잠수함 사업에 입찰한 일본 같은 경쟁국들이 자국 해군의 함정 건조 일정과 제한된 건조능력으로 인해 캐나다 사업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반면,

한국은 민간 상선과 군함 건조를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충분한 기술 인력과 시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미국은 디젤 잠수함 생산을 거의 하지 않는 반면, 한국은 SLBM(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 능력까지 제공할 수 있고, 고객이 원하는 미사일 시스템도 통합해줄 수 있습니다.

이는 캐나다가 자국의 전략적 필요에 맞는 잠수함을 획득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한국의 방산 기술력과 유연한 협상 자세가 세계 시장에서 큰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특히 독자적인 전투관리시스템과 고객 맞춤형 접근법은 미국의 엄격한 통제에 대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으며, 경쟁 관계의 두 대형 조선소가 국익을 위해 협력한 이번 사례는 한국 방산산업의 새로운 지평을 열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