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그만둘 생각 늘 한다"…설경구, '박하사탕'부터 '굿뉴스'까지 '연기 인생'[2024BIFF](종합)
[스포티비뉴스=강효진 기자] 배우 설경구가 연기 인생을 돌아보며 다양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배우 설경구가 3일 오후 12시 부산 센텀시티 신세계 백화점 문화홀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액터스 하우스에 참여했다.
이날 설경구는 부산국제영화제와 인연에 대해 "99년도에 처음 부산국제영화제에 왔다. '박하사탕'이 개막작이었다. 어리바리하고 눈을 어디다 둬야할 지 모르겠더라. 개막작이라 무대 위로 올라오라고 하는데, 관객들도 '쟤들 뭐지'하는 눈이라 고개도 못 들고 숙이고 했던 기억이다. 그 기억을 가끔 한다. 두 시간 10분 만에 사람 인생이 바뀌었다는 표현을 했다. 상영을 하고 제가 구석에 몰려서 관객들이 저에게 다가오는 게 보였다. 그 시간에 제가 관객들 사이에서 유명인사가 돼서 그런 기억이 저에게 강렬하게 남아있다"고 떠올렸다.
그는 "액터스 하우스는 몇년 전 부터 제안이 온 것 같은데 혼자 주인공이 되어 앉아있는 게 불편하다. 힘들지 않을까 했다. 올해도 '보통의 가족'으로 오고 하다보니, 해야 되겠다 했다"며 "소심하고 그런 사람이었다. 어디 나서는 걸 못하고 수줍어했다. 그런 사람이 배우를 하니까 말도 안 되는 세상에서 제가 살고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강렬한 데뷔작인 '박하사탕'을 떠올린 그는 "촬영 끝나자마자 바로 멀어지고 싶었다. 그런데 지금까지 안 떨어지고 있는 것 같다. '박하사탕'에 대해 이야기하면 뭔가가 훅 올라온다. 떨어졌다고 생각해도 막상 이야기 하다보면 올라오니까 다 안떨어졌나 싶기도 하고, 한 몸처럼 살아야 하나 싶기도 하다. 인터뷰 할 때 대표작은 무슨 작품을 하건 '박하사탕'이라고 한다. 그런 희로애락이 있다. 그런 건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앞으로도 다시 못 볼 것 같다. 죽을 때 같이 보내줘라. 장례식서 상영하라는 건 아니다"라고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또한 '역도산' 때는 '메소드 연기'에 빠져 무시무시한 아우라를 뿜어냈던 당시를 언급했다. 그는 "그 위 세트에서 정우성, 손예진 씨가 '내 머리 속에 지우개'를 찍고 있었다. 놀러왔었다. 약올리고 내려가더라. 따라 올라가고 싶더라"며 "조진웅 씨가 저를 '역도산' 때 봤다는 거다. 사적인 자리였는데, 인사하려고 문을 살짝 열었다가 제 얼굴을 보고 '가자 가자 가자' 해서 갔다더라. 얼굴이 다 씹어먹을 듯이 앉아있어서, 도저히 말을 못 붙이겠어서 인사를 못 하고 왔다더라. 그 때는 꼴에 메소드 한다고 그랬다. 하면 할 수록 '메소드는 없다' 절망하면서 살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소년들' 당시에는 노역 소화를 위해 체중감량에 나섰다. 그는 "지금도 무식하게 뺀다. 방법이 없다. 도움 받을 데도 없으니 굶는 거다. '소년들'은 2주 주기로 해놓고 비가 많이 와서 딜레이 되니까 1주일을 주더라. 저만 두고 다 떠났다. 그때부터 3일을 생으로 굶었다. 4일 째 부터는 회복해야 하니까. 거의 서울에서 다 내려와서 촬영하는데, 첫 촬영할 때 마음이 살 검사 받으러 가는 느낌이었다. 나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까. 그게 많이 떨리더라. 다행히 '진짜 많이 뺐다'고 해서 안심했다. 요령은 없다. 안 먹어야 빠진다. 운동 보다는 안 먹어야 한다. 찌는 건 먹으면서 운동해야 한다"며 "'역도산' 때도 먹으면서 운동했다. 식단 관리 없다. 닥치는 대로 먹고 레슬링 연습했다. 침대 옆에 벤치 프레스를 두고 계속 찍으러 가기 전에 운동했다"고 말했다.
평소 눈물이 많다는 설경구는 "'생일'은 다시 못 봤다. '소원'은 봤는데 '생일'은 (눈물이 나서)못 보겠더라. 그런 작품은 (시나리오도)한 번에 못 읽는다. 갱년기인 것 같다. 다큐 보면서도 울고, 요즘 유튜브를 보면 '임밍아웃'이 있다. 그걸 보면서 그렇게 눈물이 난다. 제 가족도 아닌데"라며 일상을 전하기도.
특히 그동안 많은 상을 수상한 것에 대해 "못 즐겼다. 상 받을 때도 좀 미안해 하면서 받았다. 후보자들이 쫙 있으니까 나 혼자 툭 나가는게 뒤통수 따갑더라. 그래서 '불한당'으로 상 받을 때 즐겨보겠다고 나름 팔을 벌려봤던 거다. 잠깐이지만 되게 좋은 일이었는데, 그걸 되게 미안해하면서 받았다. 그런걸 못 즐겼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설경구는 '배우를 그만둘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봤는지'에 대해 "매번 그렇다. 지금도 매번, 저희는 안 불러주면 설 자리가 없는 직업이다. 그런 생각도 많이 한다. 배우란 직업이 참 불쌍한 직업이다. 얼굴은 알려졌는데, 생활을 해야 하는데 경제적인 게 막히면 그럴 때 뭘 해야하나 너무 슬플 것 같다. 그런 배우들이 참 많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요즘 영화나 드라마 상황이 참 안 좋다고 하더라. 그런 배우들 이야기를 들으면 참 안타깝다. 전에 SBS '불타는 청춘'이란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잊힌 배우들이 나오는 게 너무 좋더라. 그리고 나서 다른 드라마 캐스팅 되면 너무 반갑더라. 이걸로 다시 시작하는 구나. 문득 '이 배우 뭐하지' 하면 없다. 그 분을 추억하기도 하고. 물론 스스로도 더 이상 할 게 없으면 그만 둬야하나 생각하기도 했다"고 밝혀 눈길을 모았다.
또한 "제 작품을 보기 힘든 이유 중 하나기도 한데, 예전 모습이 겹칠 때다. 제가 하니까 어쩔 수 없고. 그걸 알면서도 '또 해봐야지' 하면서도 빼고, 찌고, 수염도 밀어보고, 염색도 해보고 별 짓 다 하는 거다. 그러면서도 또 하는 거 같고. 막 몰입한다고 매번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저는 '불한당'의 변성현 감독과 하면서 다른 방법을 찾은 거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변성현 감독에 대해 "저는 처음에 거부감이 진짜 컸다. '뭐 저딴 게 감독이야' 생각했다. 이렇게 해달라고 하고, 가슴골 좀 보여달라고 하고, 팔뚝 좀. 꼭 부위만 얘기한다. 아니 무슨 감정을 얘기해야지 그런 포인트만 얘기 하냐고. 한 10회차 정도 '뭐 하나 보자'하고 하는 걸 봤다. 그전 작품도 누아르도 아니고 '나의 PS파트너'다. 물론 재밌는 작품인데 색깔이 다르다. 촬영, 미술 감독도 초짜였다. 이 세 사람이 만드는 게 회차가 지나는데 너무 재밌는 거다. '얘들 뭐지'. 집중 안해도 만들어나가는 게 감독의 철저한 계산이 있으면 되는 거다 했다"고 편견을 벗어난 과정을 전했다.
그는 "아마 한 배우가 한 감독과 연속으로 4번 한 경우는 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 물론 네 작품을 하더라도 퐁당이 몇 번 있지만 연속으로는 없다. 사실은 저도 빠질까 생각했는데, 감독이 작품을 의리로 하는 건 아니지 않냐더라. 저야 감사하다. 지금도 하라는 대로 하고 있다. 처음엔 불신했는데, 지금은 가장 믿음이 가는 팀이다. 되게 학구적으로 한다. 찍고 와서 한참 얘기한다. 바꾸기도 하고, 좀 더 추가하기도 하고. 그게 되게 합이 잘 맞는다"고 새로운 소울메이트가 된 변성현 감독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이어 "'불한당' 때 죽여버리고 싶다고 했는데, 제가 뒤에 앉아있는데 '아 재미없다'라고 했다. 벌떡 벌떡 일어나서 진짜 죽여버릴까 했다더라. 저는 진짜 재미없어서다. 그걸 속으로 얘기해야 했는데 직접 얘기해버린 거다. 나중엔 헤드셋 안 벗고 화를 누르러 뛰어나가더라"고 비하인드를 전해 웃음을 안겼다.
끝으로 "제가 '돌풍'이란 OTT 시리즈를 했다. 제가 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앞으로 10년은 뭐가 더 있을지 모르겠다. 바람이 있다면 나이를 잘 먹어가고 싶다. 일은 일이고, 제 자신이 나이를 잘 먹어가고 싶다"며. 차기작 '하이퍼 나이프'와 굿 뉴스'에 대해 "어떤 작품일 지는 완성되어 봐야 안다. 애쓰는 거다. 그렇게 자신있게 말할 순 없다. 애는 쓴다"며 설경구 다운 담담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끝인사를 전했다.
한편 올해 부산국제영화제는 2일부터 오는 11일까지 열흘 간 부산 일대에서 개최된다.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4편을 포함해 총 63개국으로부터 온 278편의 영화를 영화의 전당, CGV센텀시티,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영화진흥위원회 표준시사실, 메가박스 부산극장 등 부산 일대 총 5개 극장, 26개 상영관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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