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이든 비연예인이든, 돈이 아니라 아이를 절절하게 사랑한다면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부부 갈등이나 가족 문제를 다루는 솔루션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오면서 자연스레 출연자의 자녀들도 노출이 된다. 아이들은 선택권이 없으니 부모 결정에 따를 수밖에. 자신의 나쁜 버릇이나 가족 간의 다툼이 영원히 영상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훗날 알게 됐을 때, 아이가 어떤 마음이겠는가.
일반인 출연자는 돈이 필요해서 나오는 경우가 태반이라고 들었다. 자신의 치부를 낱낱이 공개하는 걸 감안한다면 결코 합리적인 액수는 아니다. 그럼에도 몇몇 솔루션 프로그램을 쇼핑하듯이 전전하는 이들도 있고 그런 와중에 번번이 아이가 공개되니 문제다. 아이를 앞세워 돈벌이를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연예인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앨범처럼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겠으나 다시 말하지만 이건 아이의 선택이 아니지 않나.
MBN <한번쯤 이혼할 결심>. 이혜정·고민환 부부야 17년째 끝없는 도돌이표인지라 이제는 그러거나 말거나. 정대세·명서현 부부는 파일럿 당시 아이들에게 부모의 가상 이혼이라는 경험을 하게 할 필요가 있느냐, 일종의 아동 학대가 아니냐는 지적이 있었다. 그러나 자제를 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독해졌다. 파일럿 때는 언급조차 없었던 고부 갈등이 추가된 것이다. 시어머니에게 당한 게 많았다는 명서현은 시댁과 절연을 원하고 한국으로 와서 처가살이를 하는 정대세는 아내의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나 보다.
피 터지는 갈등이 예고되는데 문제는 아이들의 얼굴이 또 다시 공개된다는 점이다. 누가 봐도 부모의 이혼을 예민하게 받아들일 나이가 아닌가. 가상 이혼이라고 해도 부모의 감정 다툼만큼은 엄연한 현실이지 않나. 야구 선수 최준석 가족도 마찬가지다. 이쪽은 최준석이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상황인데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날선 설전이 매번 반복이 된다. 매주 이혼을 입에 올리는 부모를 보는 아이들의 심정은 어떨까?
채널A <요즘 육아 금쪽같은 내 새끼>에서 자녀에 대한 고민을 토로했던 출연자가 이번엔 JTBC <이혼 숙려 캠프>에 등장했다. 그런데 이 부부 실은 채널A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에 나왔던 이력이 있다. 정관 수술을 하라고 장려금까지 받았건만 <이혼 숙려 캠프>에서도 여전히 정관 수술이 이슈다. 이처럼 <금쪽같은 내 새끼>에 이어 <이혼 숙려 캠프>에 연이어 참여한 예는 이 부부만이 아니다. 심지어 KBS joy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나왔던 출연자들도 있다. 솔루션 프로그램의 태반이 설정이고 기획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연예인 아이는 태아 시절부터 사진이 공개된다. 탄생의 순간, 분만실을 카메라가 따라가기까지 하니까. 커가는 과정이 고스란히 공개되는데 그러다보니 임신이 더 없는 호재다. 무엇보다 관찰 예능 고정 자리를 꿰찰 수 있기 때문이다. 임신 소식을 여러 프로그램에서 전한 바 있는 홍현희. 출산 후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남편 제이쓴이 고정으로 출연하게 되면서 아이의 일상을 시청자와 공유하는 중이다. TV조선 <조선의 사랑꾼>에서 출산 과정을 중계한 김승현도 곧 그 길을 가지 싶고 얼마 전 드디어 할아버지가 되었다며 눈물 바람을 한 이용식도, 채널A <신랑수업>의 심형탁도, <아빠하고 나하고>에서 태아 사진을 공개한 손담비도 머지않아 그리 되지 싶다.
가장 기막힌 건 KBS <살림하는 남자들 2>의 최민환 가족이다. 2018년 첫 아이와 먼저 등장했었는데 그 후에 방송에서 쌍둥이를 낳아서 세 아이를 기르는 다복한 모습을 보여줬다. 그러다 무슨 사연인지 이혼에 이르고 이제는 <슈퍼맨이 돌아왔다>로 자리를 옮겨 급기야 어린 아들이 엄마를 그리워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게다가 엄마인 율희는 TV조선 <이제 혼자다>에 합류했다. 이건 너무 심하지 않나.
SBS <미운 우리 새끼> 다음 주 예고를 보니 배우 장신영이 방송에 복귀한단다. <동상이몽 너는 내 운명2>에 두 아이와 함께 나왔었고 이어서 남편은 KBS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해 부정을 과시했었는데 다시 또 아이를 데리고 나올 생각일까? 설마 그렇게까지 무모하지는 않겠지. 임창정도 <동상이몽 너는 내 운명2>에서 다섯 아이를 공개하며 풍요로운 삶을 과시했었다. 떠들썩한 임창정 관련 뉴스를 볼 때마다 저절로 아이들 얼굴이 떠오를 밖에.
그런가하면 전 아나운서 박지윤과 최동석. SNS를 통해 서로 경쟁을 하듯이 자녀를 향한 애틋한 마음을 표하는 중이다. 그토록 절절하게 아이를 사랑한다면 아이 얼굴을 생각해서라도 남 보기 민망한 싸움질은 하지 말아야 하지 않나.
늘 생각한다. 내 자식에게 복이 되는 부모인가, 혹이 되는 부모인가, 혹여 흠이 되는 부모인가. 방송에 아이를 공개하기 전에 이 기회가 복인지 화인지 심사숙고했으면 한다.
정석희 TV칼럼니스트 soyow59@hanmail.net
[사진=MBN, 채널A,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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