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지상방산 실적 개선세 '견인'…신시장 중동 공략 기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와 K10 탄약운반장갑차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올해 2분기 시장의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기록한 데 이어 3분기에도 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개선세의 배경에는 '지상방산'이 있다. 높은 해외사업 수익률, 5년 이상 쌓아 올린 수주잔액 등을 감안하면 본격적인 성장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 방산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56.5% 증가한 3588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6% 늘어난 2조7860억원으로 집계됐다.

실적 개선은 주력 자주포 K9과 다연장로켓 천무의 수출이 견인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폴란드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상방산 무기 체계 도입을 결정했고, 올 2분기부터 천무와 K9자주포가 인도되면서 실적에 반영됐다.

지상방산 매출·영업이익 비중, 2년 새 10~30% 확대

그동안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실적을 보면 지상방산 사업의 비중 확대가 두드러졌다. 올 2분기 지상방산 매출은 1조332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47.8%를 차지했다. 영업이익은 2608억원으로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2.6%였다.

지난해 매출 9조3590억원 가운데 지상방산의 비중은 44.1%다. 영업이익은 82.8%에 달했다. 2022년 매출의 29%, 영업이익의 52.5%였던 것과 비교하면 전체 실적에서 1년 만에 기여도를 크게 높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3분기 이후 실적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올 2분기보다 많은 물량이 동유럽으로 향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올 3분기에만 K9PL(24문 이상), 천무(12문) 등이 폴란드로 향했다. 이 물량에 대한 수익은 3분기부터 인식된다.

잔여 수주 물량도 상당하다. 우선 폴란드에 K9자주포 672문을 수출하기로 했다. 1차 계약분으로 364문을 수주했다. 천무도 290대 수출이 확정됐다. 이외에 이집트·루마니아에서 수주한 K9, 호주 레드백 전투장갑차 등을 고려하면 앞으로도 지상방산이 주도하는 실적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자료=한화에어로스페이스

넉넉히 쌓은 지상방산 수주잔액…사우디·UAE 추가 수주 기대

올 상반기 기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방산부문 총 수주잔액은 67조원이다. 부문별로는 △지상방산 30조2702억원 △항공 30조990억원 △한화시스템·쎄트렉아이 7조3614억원 순이다.

주요 수주건은 △이집트 K9 △폴란드 K9 △영국 모듈식 장약체계 △호주 보병전투차량(레드백) △폴란드 K9 EC2 등이다. 올 7월 수주한 루마니아 자주포 사업(약 1조4000억원)도 있다. 이를 더하면 전체 수주잔액의 절반 이상을 지상방산이 차지하게 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집중하는 새 시장은 중동이다. K9자주포를 이집트에 수출하며 중동·아프리카 공략 거점을 마련한 상태다. 하반기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등으로 영역을 확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여건은 마련됐다. 방산 업계에 따르면 사우디는 노후한 자주곡사포 전력을 신형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교체 대상으로 추정되는 모델은 △PLZ-45 △M109 △AU-F1 등이다. 방산 업계에서 추정하는 도입 대수는 약 200문이다.

UAE와 K9자주포 수출 협상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0년 UAE와 K9자주포 수출 협상을 벌였다. 계약 성사 직전까지 갔지만 독일이 파워팩(엔진·변속기) 수출을 막으면서 불발됐다. 최근 STX엔진이 K9자주포 엔진 국산화에 성공하면서 재협상의 길이 열렸다.

안유동 교보증권 연구원은 "지상방산의 매출기준 수주잔액 일감 연수는 약 5.2년이고, 올해는 폴란드 K9, 2025년과 2026년은 이집트 K9, 호주 레드백 사업에서 수익을 낼 것"이라며 "2026년까지의 실적 성장은 담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동 수출이 성사되면 수주의 온기가 장기 실적 기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