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 옷에 핏자국? 요즘 확 달라진 분위기
이 사진을 보라. 유명 중고플랫폼에서 만든 ‘서울 빈티지샵 지도’인데 구제 의류로 유명한 서울 종로 동묘시장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의 빈티지 샵을 소개하고 있다. 성수동 빈티지샵만 따로 정리한 지도도 있는데, 선별된 장소만 정리한 건데도 열 곳이 넘는다 . 유튜브 댓글로 “요즘 온라인, 오프라인 가리지 않고 빈티지 옷가게가 부쩍 많아진 것 같은데 왜 그런건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빈티지가 유행하는 이유 첫째, 싼값에 유명 브랜드의 옷을 득템할 수 있다는 게 빈티지와 구제 의류의 가장 큰 인기 요인.
유주연 (온라인 빈티지샵 운영 5년 차)
"요즘 물가도 너무 비싼데 특히 브랜드 제품의 경우에 새 상품 대비 잘만 찾으면 거의 10분의 1 가격으로도 구매를 할 수 있으니까..."
이런 파괴력에 힘입어 빈티지 영역은 점점 넓어지고 있다. 무한도전에서 정형돈과 GD가 서울 동묘 구제시장을 뒤집어놨던 시절이 벌써 10년전인데, 몇년전부터는 성수동 홍대 한남동 등 곳곳에 빈티지 샵들이 생겨나고 있다.
둘째, 세상에서 단 한 벌 뿐인 옷이라는 ‘희소성’이 2030들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다. 공장에서 대량으로 생산되는 기성복은 길가에서 ‘스타일 클론'을 마주치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재고가 한 장뿐인 빈티지와 구제 의류는 동일한 디자인, 사이즈의 옷을 구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유주연 (온라인 빈티지샵 운영 5년 차)
"일단 클론이 없잖아요. 그리고 또 재고가 딱 한 장이니까 구매하자마자 바로 솔드아웃 되잖아요. 그런 쾌감도 있고, 몇십 년 전에 생산된 특별한 아이템을 내가 입음으로써 나의 패션 센스가 업그레이드되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고요."
환경 보호를 목적으로 빈티지와 구제 의류를 구매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유행에 따라 생산과 폐기가 빠르게 반복되는 새 옷 대신 중고 의류를 구매함으로써 의류 폐기물을 조금이라도 줄이고자 하는 것. 실제로 한 해에 버려지는 의류 폐기물의 양은 엄청난데, 환경부에 따르면 2021년 전국 폐의류 양은 11만 8천 톤, 폐섬유류 양은 1만 5천 톤이다.
<undefined dmcf-ptype="blockquote2" dmcf-pid="" class="undefined">최근 빈티지 의류 시장이 예전과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점은 판매 공간과 방식이다. 시장 바닥에 산더미처럼 쌓인 옷 무덤에서 싼값에 옷을 득템하는 게 일반적인 구제 쇼핑 방식이었다면, 최근의 빈티지 가게는 소위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사장님이 직접 고른 의류를 정돈해 판매하는 편집샵 형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 인터넷 사이트나 SNS 계정을 통해 빈티지 의류를 판매하는 온라인 상점도 많아졌다.</undefined>
그러면서 질 좋은 물건을 구하기 위한 판매자 간의 경쟁도 치열해졌다는 게 빈티지샵 사장님의 설명.
유주연 (온라인 빈티지샵 운영 5년 차)
"좋은 물건을 고르려면 거의 새벽 시간대에 가지 않으면 웬만한 물건들은 이미 이제 다 (나가고) 없거든요. 진짜 공사 현장처럼 옷을 무더기로 쌓아놓고 거기에 다들 달라붙어서 하루를 거의 온전히 투자를 해서 몇 점 골라올 수 있는 그 정도."
과거에는 '구제 의류를 산 뒤 악몽을 꿔서 옷을 살펴보니 핏자국이 있었다'라거나 '구제 의류 주머니에서 사진을 발견했는데 그 뒤로 자꾸 꿈에 나온다' 등등 흉흉한 괴담이 돌다 보니 중고 의류 구매를 꺼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다양한 중고 거래 플랫폼의 이용객이 많아지면서 덩달아 중고 의류인 빈티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 늘어났다. 판매되는 빈티지 상품의 질이 좋아지다 보니 업체들 간의 물량 확보 경쟁도 치열해졌는데, 쉽게 구하기 어려운 브랜드 제품의 경우 웃돈을 얹어가면서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또, 최근 빈티지 상품은 판매 전 세탁이 필수 과정으로 자리잡혔다는데, 세탁 후에도 남아있는 오염은 가까이에서 촬영해 구매자에게 사전 고지 하거나, 소비자가 새 상품처럼 느낄 수 있도록 옷에 어울리는 향기를 입혀 포장하기도 한다.
유주연 (온라인 빈티지샵 운영 5년 차)
"요즘 빈티지 상품들은 불과 몇 년 전에 비해서도 훨씬 깨끗하게 관리돼서 판매되고 있고요 세탁부터 건조하고 스팀까지 하고 향기까지 입혀가지고 포장을 하거든요."
정리하면 ‘헌 옷’에서 ‘개성’으로 중고 의류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것과 중고 의류의 품질 개선이 빈티지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건데, 멋도 챙기고 지구도 지킬 수 있다면 빈티지에 열린 마음으로 한 번쯤 도전해봐도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