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멱살잡이, 주먹질, 무책임… “차라리 지길 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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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축구협회 국가대표 전력강화위원회가 64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에 도전해 4강 탈락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든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의 경질을 협회에 건의했다.
선수들 간 멱살잡이와 주먹질, 감독과 협회 지도부의 무능과 무책임까지 축구대표팀의 총체적 난맥상을 지켜본 국민들 중에선 인적 쇄신을 비롯한 개혁을 위해서는 '차라리 지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잖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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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원회가 잔여 임기가 2년 6개월이나 남은 감독의 교체를 건의하기로 한 건 경기력과 태도 논란이 끊이지 않아 더 이상 리더십을 발휘하기도,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도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제는 요르단과의 4강전이 열리기 바로 전날 주장 손흥민과 이강인이 시비 끝에 멱살잡이와 주먹질을 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를 말리는 과정에서 손흥민이 손가락 부상을 입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선수단 관리 능력에도 심각한 문제가 있었음이 드러나자 더는 건의를 미루기 힘들었을 것이다. 우승 후보였던 한국이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64계단이나 낮은 요르단과 맞붙어 0-2의 충격패를 당한 데는 이런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아시안컵을 전후해 드러난 축구대표팀의 몰골은 경기 결과보다 더 처참하다. 역대 최강의 선수단임에도 전술 부재로 졸전을 거듭한 클린스만 감독은 대회를 마치고 귀국한 지 이틀 만에 경기 평가 회의도 하지 않고 미국 자택으로 가버렸다. 독일과 미국 대표팀에서 실패를 거듭했던 그의 영입을 강행한 정몽규 축구협회장에게까지 비난이 쏟아졌지만 협회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선수들 간 몸싸움 보도가 영국 언론에 먼저 나간 후 축구협회는 이례적으로 보도 내용을 신속히 시인했는데 이를 두고 졸전의 책임을 선수들에게 돌리려는 ‘물타기’라는 해설까지 나왔다.
아시안컵 개막을 앞두고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감독은 “한국 축구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우승해선 안 된다”고 했다. 객관적인 전력이 부족한데 우승하면 한국 축구 발전에 오히려 독이 된다는 취지였다. 선수들 간 멱살잡이와 주먹질, 감독과 협회 지도부의 무능과 무책임까지 축구대표팀의 총체적 난맥상을 지켜본 국민들 중에선 인적 쇄신을 비롯한 개혁을 위해서는 ‘차라리 지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적잖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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