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즐라 패들헤즈(Missoula PaddleHeads)라는 팀이 있다. 몬태나주에 있는 독립리그 구단이다. 이곳 마이클 슈락트 감독이 SNS에 사진 하나를 올렸다. 22일(한국시간) WBC 결승전 방송화면을 캡처한 컷이다. 덕아웃에서 오타니 쇼헤이가 통역(미즈하라 잇페이)과 얘기하는 장면이었다.
이런 멘션이 달렸다. “세상에, 일본팀 벤치가 왜 이렇게 깨끗한 거야?”
말 그대로다. 화면에 잡힌 덕아웃은 깔끔 그 자체다. 바닥은 마치 방금 빗자루로 쓸어 놓은 것 같다. 해바라기씨 껍질, 껌이나 사탕 포장지, 쓰고 버린 종이컵이 널부러진 보통의 메이저리그 팀들과는 전혀 다르다. 슈락트 감독은 “아름답다”며 감탄했다.

14년만의 전승 우승이다. 사상 최강이라는 말은 괜한 수식이 아니다. 사무라이 재팬은 투타 모두 완벽한 팀이었다. 어느 타순에서 홈런이 터질 지 모를 폭발력을 갖췄다. 작은 체구에서도 매섭고 강렬한 스윙이 뿜어져 나온다. 예전의 똑딱거리는 일본 야구가 아니다. 뚜렷한 레벨업이 이뤄졌다.
정확성은 당연하다. 출루를 위해서 모든 것을 건다. 시프트를 뚫는 기습 번트도 아무렇지 않다. “팀을 위해서라면 자존심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 (오타니)
투수력은 경이로울 정도다. 90마일 후반은 기본이다. 100마일도 곧잘 넘긴다. 한결같이 잘 다듬어진 공들이다. 언제나 스트라이크 존 근처에서 맴돈다. 감히 볼넷은 기대하기 어렵다. 그들의 주무기는 초구 스트라이크였다. 대회 기간 내내 무너지는 법이 없었다. 누가 나와도 안정적으로 막아준다.
변화구는 또 어떤가. 예리함이 칼로 베는 듯하다. 떨어지는 결정구는 (타자) 인내력의 한계를 테스트한다. 높고, 낮게. 바짝 붙였다가, 한없이 멀어지게. 포수의 요구를 벗어나는 조준은 별로 없다. 정밀하고 능수능란한 조절이 가능하다. 수비, 슬라이드 스텝에서도 헛점은 없다. 불과 20대 초반의 투수들이 갖춘 경쟁력이다.
다르빗슈 유조차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기술적으로는 조언할 게 없는 투수들이었다. 라인업(타자들)도 완벽했다. 어디 내놔도 부족함이 없는 팀이다. 이 멤버 그대로 메이저리그에서 뛴다면 우승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전승 우승의 위업이었다. 다른 이유는 없다. 압도적인 전력이다. 준결승(멕시코전), 결승(미국전)이 모두 1점차 박빙이었다. 그러나 내용 면에서는 결함이 없는 게임들이었다. 필요할 때 한 방이 터졌고, 지켜야 할 때는 어김없이 막아냈다.

비단 경기력 만이 아니다. 깔끔한 매너, 훈훈한 미담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간판 스타인 오타니의 겸손함은 WBC라는 이벤트의 격을 높였다.
1라운드 때 체코전에서 3구 삼진의 굴욕을 맞봤다. 그러나 이튿날 가해자(온드리제 사토리아)의 청을 흔쾌히 들어줬다. 문제의 공에 사인을 해주며, 기념구로 간직하는데 감사함마저 표시했다.
자신의 SNS에도 아마추어로 구성된 체코 팀에 대해 ‘Respect(존중)’이라는 말을 남겼다. 마이애미 공항에서도 체코 모자를 써서 화제였다. 그 곳 야구협회도 “큰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MVP 소감도 반듯하기 이를 데 없다. “오래 전부터 꿈꿔왔던 순간이다. 너무나 기쁘고 감격스럽다. 일본 뿐 아니라 한국이나 대만, 중국 등 전 세계 다른 나라에서도 야구가 더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이 마음이 동력이 돼 우리가 우승할 수 있었다.” WBC의 취지에 딱 맞는 멘트였다.
패자에 대한 예의도 잊지 않는다. 4강전을 앞둔 인터뷰 때다. “한국이나 대만이 아쉽게 탈락했다. 그래도 우리 일본이 우승한다면 그들에게도 새로운 동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되면 아시아 야구가 함께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예의 바르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럽다. 오타니의 매너는 유명하다. 그 중에도 쓰레기 줍기 신공은 여러 일화를 남겼다. 에인절스 출입기자 제프 플레처(오렌지카운티 레지스터)의 목격담이다.
“빅리그 몇 년 동안 남다른 모습을 많이 봤다. 그는 아마 타석에서도 쓰레기가 있으면 그냥 못 지나칠 사람이다.” 팬들의 SNS에도 자주 등장한다. “오타니를 보고 반가워서 달려갔는데, 그는 정작 땅에 떨어진 휴지를 보고 멈추더니, 아무렇지 않게 주워서 쓰레기 통에 버리더라.”
심지어 2021년 올스타전 때도 그랬다. 이날도 그를 위한 무대였다. 선발 투수로 뽑힌 영광스러운 자리였다. TV 카메라가 일거수 일투족을 모두 쫓아다녔다. 모두의 갈채를 받으며 그라운드에 입장하는 순간이었다. 그 때도 곁에 떨어진 휴지를 줍는 장면이 포착됐다.
자신의 행동에 이런 겸손을 나타낸다. “고교 때 은사의 가르침이었다. 사사키 히로시 감독께서는 우리를 이렇게 지도하셨다. ‘쓰레기는 앞에 간 사람이 떨어트린 행운이다. 그걸 줍는 건 행운을 얻는다고 생각해라.’” 그 무렵 만든 인생 계획표(만다라트 차트)에도 이런 항목을 나열했다. ‘인사 잘하기, 야구부실 청소하기, 쓰레기 줍기.’

압도적인 전력이었다. 오타니와 일본 대표팀은 투타에 걸쳐 역대급 레벨을 보여줬다.
게다가 경기 외적으로도 완벽했다. 국가에 대한 헌신, 게임에 대한 존중, 상대에 대한 배려, 승부에 대한 겸손을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사소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았다. 깔끔하고 정갈한 주변 정리가 그들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들의 베ー스 보ー루(ベースボールㆍBASEBALL)는 그야말로 완전무결한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