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자도 하는 소독, 방문간호사는 불법… 묵은 원칙에 “무력감” [심층기획-지역의료 돌파구를 찾자]
의료기관·의사 지시서 있어야만 처치
혈압·맥박 체크·건강 상담 밖에 못 해
“90대 남편 인공항문 70대 부인이 관리
사고 날까 겁나도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재택의료 수요 느는데 인프라 ‘태부족’
가정간호시설 10곳 중 6곳 수도권 집중
재가수급자 67만 불구 인력은 2396명
“의료기관 중심 방문간호 확대·협력을”

지난 8일 경기 성남시 한 가정집. 엄재영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전문간호사가 거실 가정용 병원침대에 누워 있는 강정화(가명·79)씨 가래를 뽑아내는 석션을 반복했다. 엄 간호사는 혈압과 맥박을 확인하고 체온을 잰 다음 강씨 남편 김순호(가명·83)씨와 곁에 있던 간병인에게서 일주일간 환자 상태를 들었다. 엄 간호사가 “소변줄은 깨끗하네요. 새진 않았어요?”라고 묻자 간병인이 “거의 안 샜어요. 조금 정도밖에”라고 답한다. 그러자 엄 간호사는 “소변줄은 다음에 바꾸고 오늘은 위루관 소독하고 수액 놔드릴게요”라고 말했다.
강씨는 2016년 파킨슨병을 진단 받았다. 지난해 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린 뒤 움직이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다. 입으로 음식을 먹기 어려워 위루관(위장관에 음식을 직접 넣기 위해 연결한 관)으로 식사하고 소변줄을 꽂았다. 병원에서 몇 개월을 지내다가 집으로 돌아왔고 지난 7월부터 한 주에 한 번씩 가정간호를 받고 있다.

퇴원한 환자를 지속 관리하는 가정간호는 지역사회 돌봄체계의 주요 축이다. 다만 상급종합병원 등 대형병원 위주로 주거지 기반 서비스가 제공돼 대상자가 제한적이다. 지역별 격차도 크다. 지난 6월 기준 가정간호 실시기관 192곳 중 113곳이 수도권에 몰려 있다. 가정간호 외 방문간호로는 장기요양 수급자를 대상으로 한 장기요양기관 방문간호, 보건소나 행정복지센터(동주민센터) 방문건강관리가 있다.


장기요양기관 방문간호는 협력 의료기관을 통해 지시서를 받지만 거동이 불편한 환자가 필요할 때 병원을 찾아 지시서를 새로 발급받긴 쉽지 않다. 보건소와 동주민센터 간호사는 지시서가 대체로 없다.

재택의료 수요는 늘어나는데 방문간호 인프라는 미비한 상태다. 지난해 말 기준 장기요양 재가수급자는 66만8304명인데 방문간호 기관 간호인력은 간호조무사를 포함해 2396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방문간호 이용자 수도 1만5904명으로 전체 수급자의 2.38%에 그쳤다.
지자체도 인력난을 호소하고 있다. 단원보건소 방문간호팀에는 간호사 12명이 있고, 간호사 1명당 500명 정도 사례관리를 한다. 서울 주민센터 방문간호사는 작은 동의 경우 200∼300명, 큰 동의 경우 400∼500명을 맡는 것으로 전해졌다.
성남·안산=이정한 기자 h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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