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 줌인] 미래사업 11조 투자...유증·차입 유동성 수혈

한국형 록히드마틴을 노리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재무와 거버넌스, 성장전략을 조명합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K9 자주포(오른쪽)와 K10 탄약 운반차. /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방산 전문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한 이후 관련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미래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장기 투자 계획을 밝히며 2025년부터 2028년까지 11조원을 집행하겠다고 밝혔다.

올해는 가장 큰 투자 지출이 예정돼 있다. 매출 증대를 위한 해외투자를 비롯해 지방방산·항공우주 인프라 확충과 R&D(연구개발)에 수조원이 투입된다. 지난해 유상증자로 재무적 부담을 크게 덜어냈고 강화된 현금흐름과 회사채 등 추가 차입을 통해 투자금을 확보할 계획이다.

올해 투자금 4.8조 '글로벌 거점' 확충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6월 미래전략투자에 11조원을 집행한다는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투자금은 각각 매출 증대를 위한 해외투자(6조2700억원)를 비롯해 신규 시장 진출을 위한 R&D(1조5600억원), 지상방산 인프라(2조2900억원), 항공우주 인프라(9500억원)에 배정됐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불확실성으로 방위산업이 급성장하자 사이클을 이어가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베스트셀러인 K9 자주포에 이어 천무 다연장로켓, 레드백 장갑차, 대공방어시스템, 탄약 등을 제2의 K9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연간 예상 투자금 /자료=한화에어로스페이스

올해는 글로벌 거점 확충을 위한 투자가 집중되는 만큼 자금 수요가 정점에 달한다. 11조원 투자 중 43.56%에 해당하는 4조7918억원이 연내 집행될 예정이다. 해외투자 금액이 2조2605억원으로 가장 많고 동유럽 천무 유도탄 조인트 벤처(JV)와 사우디 국가방위부 JV, 미국 탄약 스마트팩토리, 무인기 체계·엔진 시설 구축, 유럽 유도탄·탄약·지상장비 거점 등이 포함된다. 이밖에 조선 9013억원, 지상방산 8917억원, R&D 4832억원, 항공우주 2551억원 등으로 배정됐다.

투자금은 유상증자와 현금흐름, 회사채, 차입 등으로 조달한다. 특히 지난해 유상증자 규모가 계획보다 증가하면서 차입 부담이 일부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투자금 11조원 중 3조6000억원을 유상증자로 조달할 계획이었으나 이보다 많은 4조2000억원을 확보했다.

지난해 4월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계열사인 한화에너지 등으로부터 1조3000억원을 수혈했고 7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2조9000억원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자본이 2024년 말 11조4920억원에서 2025년 말 16조7882억원으로 46.09% 증가하면서 차입 부담 완화 등 재무안정성이 높아지는 효과를 누릴 수 있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79.06%에서 221.40%로 57.66%p 개선됐다.

올해 투자금 4조7918억원 중 영업활동 현금흐름과 회사채, 차입으로 확보할 유동성은 2조2897억원으로 계획됐다. 지난해 한화오션을 연결 편입한 영향으로 연간 영업이익이 3조원대로 증가한 만큼 현금창출력이 강화된 것으로 진단된다.

회사채 조달도 수월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신용등급을 AA- 긍정적에서 AA 안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안정성이 개선됐고 지상방산 부문의 우수한 수익성과 연간 매출의 수 배 수준인 수주잔고 등을 높게 평가했다. 한국기업평가는 "수년에 걸쳐 대규모 투자가 진행되나 확대된 현금창출력과 유상증자를 바탕으로 원활한 대응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 확보한 성장 모멘텀...주주 보답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래를 위한 투자금 중 상당 부분을 유상증자로 확보했다. 지난해 7월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확보한 2조9000억원 중 2조2188억원이 해외 방산업체 지분투자, 7000억원이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사용된다.

주주환원에 노력하는 모습이지만 대부분의 유동성이 투자에 집중된 만큼 직접적인 환원 규모는 작다. 지난해 1주당 배당금은 7000원으로 전년 3500원 대비 2배 증가했고 배당금 총액은 3601억원이나 주주 관점에서 보면 유상증자로 조달한 4조2000억원의 8.5%에 불과하다. 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르면 2028년까지 주당배당금(DPS) 3500원 이상 배당 외에는 환원 계획이 없다.

다만 총주주수익률(TSR)이 상대적으로 적은 배당을 만회한다. TSR은 2021년 70.8%, 2022년 55.4%, 2023년 71.6%, 2024년 164.9% 등을 기록했다. 지난해 주주배정 유상증자 당시 1주당 발행가가 68만4000원이었으나 최근 주가가 150만원대를 형성한 만큼 주주들이 막대한 자본 이득을 거두게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시스템, 한화오션 등 자회사 중복상장으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 논란에서도 유상증자를 단행해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다만 최근 논란인 한화솔루션의 유상증자 목적이 채무 상환인 것과 달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미래 투자를 위한 선택이었던 만큼 주식 가치가 희석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이후에도 주가가 폭등하면서 주주들의 자산 가치를 극대화했다는 방어 논리를 얻게 됐다. 본격적인 주주환원은 투자가 종료돼 실적을 증명해야 할 2029년부터 진행한다. 2029년부터 2035년까지 성장을 위한 투자를 이어가는 가는 동시에 이전의 투자에서 발생한 이익으로 주주환원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배당 확대와 주가 부양을 통해 주주환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나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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