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즈] [니가타,도쿄] 아무튼 ‘봄’
· [니가타,도쿄-1] (스압) 3월의 끝, 눈을 찾아 떠나다.
밤새 눈이 왔는지 나무에도 눈이 조금 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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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칸에서 간단히 아침을 먹는다.
도쿄는 이미 벚꽃이 피었지만, 유자와는 눈이 온다. ㅋㅋ
체크아웃하고 유자와역에 짐을 맡긴다.
비밀번호 설정할것도 없이 스이카 딸깍하면 되니 참 편했다.
오늘 갈곳은 카구라 스키장.
신칸센역이랑 바로 붙어있는 갈라유자와 같은 곳과는 달리 유자와 시내에서는 조금 떨어져 있지만
고도와 적설량을 보면서 유자와에서 보드를 탄다면 여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카구라 스키장이라 묶어 부르긴 하지만 타시로, 카구라, 미츠마타 에리어 하나하나가 우리나라 왠만한 스키장만했다.
이날은 미츠마타에서 들어가 타시로를 찍고 카구라를 거쳐 미츠마타로 나가려고 했다.
옆에 있는 나에바스키장 (후지록 열리는데)랑도 곤돌라로 이어져있는데, 내가 갔을떄는 안했던 것 같았다,
나에바, 카구라 스키장 가는 8시 20분 버스 딱 맞춰서 갔다가 못 탈뻔 했다.
내 다음 사람까지만 태우고 떠나버리더라…
일본에서 버스에 사람 이렇게 많은 것도 처음이다.
20분정도 달려서 나온 미츠마타 마을, 여기에서 장비 빌리고 카구라 스키장으로 들어가려고 한다.
앞의 렌탈샵에서 보드+보드복을 빌려 리프트에 올라탔다. 가격은 우리나라의 2배지만, 상태는 기열이었다.
옷에 빵꾸도 나있고, 보드 타면서 바인딩이 풀어진 것도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마냥 기분은 좋았다.
tmi. 카구라 스키장 1일권 7200엔인데, 세이부 멤버십인가 끊으면 500엔 할인. 따로 비용 내는 거 없으니 미리 준비하면 좋다.
오전권은 6000엔, 그리고 봄시즌 할인따위 없다.
워낙 봄스키로 유명한 곳이라 배짱장사하는 모양.
눈을 보면 아직도 설렌다.
일본 스키장에서는 보드 신은채로 리프트를 타야 하는 것 같다.
스케이팅이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일본에서는 일본 방식을 따라야지…
오히려 조금 익숙해졌다 싶을떄 몇번 넘어졌던 것 같았다.
카구라 메인 슬로프로 올라가는 곤돌라를 타기 위해 옆에 보이는 중급 슬로프를 타야 했는데,
정말이지 일본의 중급은 우리나라 상급은 되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도 중급을 내려간지 얼마 안된 시점이었지만, 여기에서는 내려와야 한다는 생각 하나 뿐이었다.
곤돌라를 타니 하늘이 점점 개기 시작했다.
말로만 듣던 블루버드 파우더를 3월 마지막 날에 느낄 수 있다는 데에 너무 기분이 좋았다.
Tmi로 뚜껑 없는 리프트에서는 노래가 들리는데, 후지락 하는 스키장이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다 락 음악을 틀어주었다. 나는 아무튼 좋았다.
곤돌라 따라 놓인 슬로프에서 한번 몸 풀고 정상으로 올라갔다.
아직도 산 위에는 눈이 오고 있었다.
카구라 메인 슬로프 쪽에서 놀아도 되고 타시로 쪽으로 내려가도 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보드 실력을 늘릴거면 펜스도 폭이 좁은 타시로 쪽보다 경사 좀 있어도 폭이 넓은 카구라가 더 좋았을까 싶다.
물론 100프로 관광 보드 입장에서 호수가 있는 타시로 쪽 뷰도 놓칠 수 없었던 것 같았다.
타시로 호수 앞에 도착했을때 쯤에는 이대로 돌아가면 너무 힘들 것 같아 뭐라도 먹기로 했다.
카레가 1500엔, 스키장 물가 창렬인거는 어느나라 공통이구나
별로 기대는 안했지만, 이정도일줄은 몰랐다. 덕분에 이번여행때 다른 음식은 뭐라도 잘 먹을 수 있었다.
밖에 생수도 300엔이나 하길래 물 10컵 가까이 하면서 수분 보충도 해줬다.
아니 여기에서 스제로를 파는 건 대체…
밥 먹고 나니 하늘이 정말 예쁘게 개어 있었다.
이제 미츠마타쪽으로 가면 됐는데, 카구라 정상 쪽에서 길을 잘못 들어서, 최상급 비정설 슬로프로 내려가게 되었다.
조금 큰일났다 싶었지만, 낙엽 몇번 하면서 내려가니 일단은 내려갔다.
단순히 내 보드실력에 분했을 뿐. 같이 올라간 일본인 외국인들은 애초에 슬로프에서 안놀고 대충 쳐놓은 펜스 뚫고 자기 멋대로 내려가버린다.
다 내려왔을 때 한번 정설 안한 곳으로 눈을 먹어보러 갔다.
근데 이쪽은 기온이 높아지면서 눈이 무거워진것도 있고, 경사도 약해서 그런지 중간에서 보드가 멈춰버렸다.
보드 벗고 리프트까지 갔는데, 눈이 무릎까지 빠졌다.
슬슬 눈이 무거워지고 감자처럼 뭉치기도 하고, 신칸센 타러 돌아가야 해서 내려왔다.
드넓은 슬로프에 던져져 이런저런 고생하기도 했고, 혼자 가는 바람에 사진도 많이 못 찍었지만,
탁 트인 경치나 4월 하루 전에 남아있다 못해 새로 쌓인 눈의 설질은 정말 미끄러지고도 믿기지 않았다.
무언가 떠있는 기분이랄까 , 넘어져도 생각보다 많이 아프지도 않았다.
전날과 달리 맑게 트인 에치고유자와역
좋은 기억과 함께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도쿄로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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