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시작 전 종전’ 트럼프 구상 물 건너가나

워싱턴/김은중 특파원 2026. 6. 9.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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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 10일 중으로 합의” 밝혔지만
이란, 휴전 후 첫 이스라엘 공습
이스라엘도 보복 나서 협상 위태
트럼프 “멈춰라”… 이란, 공격 중단
이란 축구 국가대표팀이 7일 멕시코 티후아나에 도착한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 시각)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종전 협상이 8~10일 중으로 합의에 이를 수 있는 방향으로 진전되고 있다고 밝혔다. 11일 북중미 월드컵 개막 전에 이란과 종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낸 발언으로 해석됐다. 뉴저지주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결승전을 포함해 이번 월드컵 전체 경기의 75%가 미국에서 열린다. 전쟁을 마무리하고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른다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입장에선 또 하나의 치적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 충돌이 시작되면서 전망이 어두워지는 모양새다. 다급해진 트럼프가 양국에 확전 자제를 종용하고 나섰지만, 월드컵 개막 전에 극적인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킥오프 앞두고... 이란·이스라엘 충돌

땅에 박힌 이란 미사일 잔해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공습한 8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예리코 인근에서 키파(유대인들의 모자)를 쓴 남성이 땅에 반쯤 박힌 미사일 잔해를 살펴보고 있다. /AFP 연합뉴스

개전 100일째를 맞은 이날 이란은 이스라엘 북부를 미사일로 공습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이 총 11발의 미사일을 발사했으며, 방공망을 가동해 이를 모두 요격했다고 밝혔다. 공습은 최근 이스라엘이 레바논 친(親)이란 무장 단체 헤즈볼라를 계속 타격하는 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이뤄졌다. 이란이 이스라엘 본토를 직접 공격한 것은 지난 4월 8일 휴전 발표 이후 처음이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 단체 후티도 “이스라엘 텔아비브 일대의 민감한 목표물을 겨냥해 미사일 공격을 단행했다”고 주장하며 “홍해에서 이스라엘의 해상 운항을 전면 금지하며, 적의 모든 움직임은 합법적 타격 목표물로 간주한다”고 선언했다.

이스라엘도 즉각 보복에 나섰다. 이란 국영 TV는 수도 테헤란과 북서부 타브리즈, 중부 이스파한 등에서 여러 차례 폭발음이 들렸다고 보도했다. 이란 남서부의 석유화학 공장도 이스라엘의 드론 공격에 손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방공 시스템을 겨냥한 대규모 공습을 완료했다”면서 “수십 대의 전투기를 투입해 이란 내 전략적 방어 시스템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충돌로 휴전 협상이 위태로워지자 트럼프가 양측에 확전 자제를 요청했다. 트럼프는 8일 소셜미디어에서 “이스라엘과 이란은 즉각 ‘사격’을 멈춰야 한다”며 교전 중단을 촉구했다. 다른 게시물에서는 “이스라엘과 이란 양측이 즉각적인 휴전을 모색하고 있다”며 “무지와 어리석음에 방해받지 않는 한 평화를 위한 최종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가 교전 중단을 요구한 지 1시간쯤 지나 이란군은 성명을 내고 “시온주의 정권(이스라엘)에 고통스러운 대응을 가했으며 이란군의 작전 중지를 선언한다”고 밝혔다. 다만 “적들의 침략과 악행이 계속되면 훨씬 더 강력하고 압도적인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로이터 등 외신과 현지 매체들은 트럼프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트럼프가 확전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자제를 촉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트럼프가 직접 진화에 나선 것은 이란과의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으로 보인다. 트럼프는 NBC방송 인터뷰에선 종전 협상의 최대 쟁점인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이란이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현재 논의 중인 MOU에 포함됐고, 초안에 없던 ‘핵무기를 구매하지 않는다’ 조항도 자신의 요구로 추가됐다면서 이란도 동의했다고 주장했다.

◇ 미국 대 이란 ‘빅매치’ 성사될까

월드컵을 앞두고 마음이 급한 미국과 달리 이란이 서둘러 합의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란 입장에서는 미국과 갈등하는 현재의 상황을 유지한 상태에서 대회에 나서는 쪽이 내부 결속을 강화하고 대외적으로 ‘항전’ 이미지를 내세우는 데 유리할 수 있다.

벨기에·이집트·뉴질랜드와 함께 G조에 속한 이란은 조별리그 세 경기를 모두 미국에서 치른다. 이란이 G조 2위, 미국이 D조 2위를 각각 차지하면 양국이 32강전에서 맞붙게 된다. 이에 미국과 이란의 대결이 성사돼 ‘총성 없는 전쟁’이 축구장에서 펼쳐질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이란 대표팀은 7일 베이스캠프가 있는 멕시코 티후아나에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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