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M5는 왜 망했을까? "애매한 크기, 애매한 디자인, 애매한 가격의 완벽한 조화"

배기량으로 세금을 매기는 우리나라 특성상 2.5L의 대형차급 배기량은 환영받을 수 없었죠. 무엇보다 이 차를 애매하게 만든 것은 가격이었습니다. 2.0L 디젤 최하위 트림인 'SE' 기준 출시 가격은 2,360만 원, 동급으로 지목한 국산 중형 SUV와는 약 100만 원 내·외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는데, 동급에서 비교하면 경쟁력 있는 가격이었지만 시장은 그렇지 않았죠. 겉에서 보기에 누가 봐도 준중형 SUV처럼 보였기 때문에 투싼 스포티지와 비교했고 그들과 비교하면 너무나도 비싸 보였습니다. 잠깐 언급했던 '윈스톤 맥스'랑은 해 볼 만했는데...

다행히 출시 초 판매량은 신차 효과가 작용하면서 무난하게 출발했지만 이후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며 결국 아쉬운 성적을 이어왔죠. 2011년에는 한 차례 페이스 리프트를 거쳐 '뉴 QM5'라는 이름으로 새단장했습니다. 그동안 외모 지적을 너무 많이 받아서인지 대폭 수정된 전면부는 다행히 호불호가 크게 갈리지 않을 수수한 모습이었습니다. 헤드램프의 사이즈가 작아지면서 전작에서는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던 뒷모습과도 조화를 이뤘고 바지를 너무 올려 입은 듯 이질적이었던 투 톤 컬러도 원 톤으로 깔끔하게 통일해 더욱 도심형 크로스오버스러운 외관으로 거듭났죠.

세련된 디자인의 알루미늄 휠도 달라진 디자인과 잘 어울렸어요. 실내의 변화는 크지 않았습니다. 대신 편의사양과 실내 마감에 쓰인 소재를 업그레이드해 트렌드에 발맞췄죠. 계기판의 형상을 말끔한 화이트 톤으로 수정해 시인성을 높였고 도망가 있던 크루즈 컨트롤, 스피드 리미터 스위치도 드디어 스티어링 휠에 안착했습니다. 가격에 비해 조악했던 자체 제작 내비게이션을 '아이나비 내비게이션'으로 바꿔 품질을 높인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었죠. 확실히 못 하는 건 외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아요. 다만 그사이 경쟁차의 신용 모델이 속속 등장하면서 QM5만의 차별화 포인트였던 부분들이 어느덧 보편화되어 버렸습니다.

출시 당시부터 남다른 세련미를 풍겼던 모델답게 디자인은 여전히 현역이었지만 최신 편의 사양 면에서 곳곳에 아쉬운 부분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또 여전히 준중형 SUV보다는 크기 면에서 우세했지만, QM5를 위급으로 보는 사람이 없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 것도 골치였어요. 파워트레인에도 변화가 있었습니다. 주력인 2.0L 디젤 모델은 출력을 끌어올려 더 여유로운 주행이 가능했습니다. 이전에 '스포티 트림' 한정으로 제공됐던 고사양 디젤 엔진을 이번에는 전륜구동 모델에만 탑재해 상품성을 높이면서 신형으로 거듭난 경쟁차에 대응했죠.

더불어 효율 역시 좋아지면서 연비도 대폭 개선됐습니다. 고속도로에서만 이 연비가 나온다는 게 좀 흠이지만... 엔진의 출력이 크게 높아졌지만 튀어 나가듯 거친 느낌보다는 여전히 부드러운 주행 감각을 유지했고 편안한 승차감과 방음 성능을 보강해 전작보다 더 정숙해졌다는 평가를 받았죠. 2014년 또 한 번 외관과 파워트레인을 변경하고 'SM3'와 같이 'Neo'라는 서브네임을 붙인 'QM5 Neo'가 출시됐습니다. 원래라면 '풀모델 체인지'가 이루어져야 할 시점이었지만 QM5의 수출 실적이 나름의 성과를 올리고 있었고 작은 차에 더 집중하는 모 기업의 성향 때문에 후속 차종 개발이 미뤄지면서 한 번 더 수명 연장을 하게 됐죠.

그릴과 램프를 연결해 르노의 최신 패밀리 룩을 반영했고 바람개비 형태의 휠을 적용해 다른 라인업과 유사하게 꾸몄습니다. 또 2015년 '주간주행등(DRL)' 의무 장착이 법제화되면서 기존에 안개 등이 있던 자리에 LED 주간 주행 등을 적용한 것이 그나마 눈에 띄는 변화였죠. 종전의 아이나비 내비게이션을 SK텔레콤과 협업한 차량용 'T-MAP 내비게이션'으로 변경해 스마트폰을 연결하면 실시간 교통 정보와 지도 업데이트, 멜론 스트리밍 같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했습니다. 또 파노라마 선루프를 선택하면 B필러 송풍구가 추가되는 희한한 옵션 구성을 선보였고...

강렬한 레드 컬러와 실버 포인트로 내·외관을 단장해 세련미를 강조한 'R4U 에디션'을 출시해 여성 소비자들을 공략하기도 했죠. 파워트레인은 기존 2.5L 가솔린 엔진을 2.0L로 배기량을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세금 부담을 줄였습니다. 마력과 토크도 함께 줄였죠. 덕분에 가솔린 모델을 선택하는 비율이 종전보다는 꽤 늘었어요. 그렇게 차량 노후화에 따라 경쟁력을 서서히 잃어가던 QM5는 2016년 후속인 'QM6'에게게 바통을 넘기고 결국 단종됐습니다. 자리를 이어받은 QM6는 다행히 많은 소비자들에게 사랑받았죠.

두 차례 부분 변경으로 상품성을 강화해 왔지만 한 번 떨어진 판매량은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그나마 부분 변경 때 판매량이 반짝 상승하기도 했지만 1만 대 미만의 저조한 실적은 그대로였습니다. 국내에서는 존재감이 덜했지만, 다행히 수출 시장에서는 나름 효자 차종이 되어 주었습니다.

유럽 시장에는 '콜레오스'라는 이름으로 로장쥬 로고를 달고 르노 브랜드로 선보여졌죠. 차명은 2000년 르노가 선보인 동명의 크로스오버 콘셉트카에서 따왔습니다. 출시 첫해 수출 물량만 4만 5천여 대에 달할 만큼 준수한 실적을 선보였고 특히 페이스 리프트 모델, 뉴 QM5를 선보였을 때는 정점을 찍어 5만여 대가 넘는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죠.

이렇게 큰 SUV를 내놓은 적이 없는 르노에서 처음 선보인 차급인 만큼 소비자들이 우려 섞인 거부감이 작용해 당연하게도 동급 SUV와 비교하면 저조했지만, 나름의 상품성을 인정받았고 후속 개발의 명분은 충족시켜줬습니다. QM5는 르노 선생의 브랜드 이미지를 충실히 반영한 모델이었습니다. 세단만 내놓던 브랜드에서 만든 SUV 답게 일상에서는 세단처럼 편안한 주행이 가능하면서도 때로는 약간의 거친 길을 달려 자연과 가까워질 수도 있는 괜찮은 크로스오버였죠. 국산차 최초로 장착한 파노라마 선루프는 소비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고 클램쉘 테일게이트도 빼놓을 수 없는 QM5만의 독보적인 매력이었습니다.

지금도 'BMW X5'나 '랜드로버 디스커버리' 같은 1억 내에 수입 SUV에나 있는 감성 아이템인데 이것 때문에 차박 캠핑용으로 QM5를 중고 구매 선택지에 올려놓는 분들이 있을 정도예요. 다만 애매한 디자인과 애매한 크기, 애매한 가격이 발목을 잡았습니다. 북미 성향 차종에 익숙해져 있던 국내 소비자들은 유럽 감성, 정확히는 이 르노 감성이 낯설게만 느껴졌고 결국 아는 사람들만 아는 오너들만 만족하는 차량으로 전락해 버렸습니다. 제조사를 막론하고 국내에 선보여진 유럽형 모델은 대부분 비슷한 운명을 겪었죠.

또 가뜩이나 부품 가격이 경쟁차에 비해 높은 데다 프랑스차 특유의 '정비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설계'로 공임이 올라 수리비가 전반적으로 높다는 게 최대 단점으로 지적받고 있습니다. 하다못해 에어컨 필터 하나를 교체하고 싶어도 자가 교체를 방해하는 난해한 설계 때문에... 이밖에 운전석 시트 방석 옆부분이 다른 차에 비해 유난히 쉽게 갈라지는 소소한 고질병이 있고 닛산이 설계한 엔진과 변속기의 내구성이 좋은 편이라 다행히 파워트레인 부분에서 큰 문제는 없지만 가솔린 모델의 '무단 변속기(CVT)'가 나이를 먹으면서 소음이 발생하거나 탈이 나는 등 말썽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고 하니 중고차 구매하실 분들은 이 부분을 꼼꼼하게 살펴보시고 구매하시면 되겠습니다.

QM5는 르노삼성이 단순히 모 기업의 차를 받아다가 껍데기만 바꿔 파는 회사가 아닌 신차 개발을 주도하는 영향력 있는 계열사라는 것을 알린 부분에서도 그 의미가 남다른 차였습니다. 한때 동급에서 제일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가격 상승의 주범이라고 꼽힐 만큼 남다른 분위기를 자랑했던 르노삼성차가 지금은 '가성비 브랜드'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 참 아이러니하네요.

QM6마저 슬슬 수명이 다해 가는 지금 르노 삼성 SUV 라인업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다음에도 더 흥미로운 이야기로 찾아오겠습니다. 사소하지만 궁금한 자동차 이야기 [멜론머스크] 였습니다.

- 멜론머스크의 이용허락을 받아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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