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사들이 독일차를 최악으로 꼽는 이유

이 영상을 보라. 미국의 한 자동차수리업체가 정비사들에게 ‘가장 정비하기 힘든 차’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보고 있는데 8명 중 5명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독일차를 골랐다. 국내에서도 같은 반응을 들을 수 있는데 “독일차 정비 난이도가 극상이라던데 정말 그런지 알아봐달라”는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박병일 명장]
“전 세계 정비사들이 이런 얘기를 하죠. ‘독일차를 고칠 줄 알면 전 세계 차 어떤 차들이든 다 고칠 수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독일차 정비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정비사들끼리도 브랜드 가리지 않고 독일차 정비를 맡기려면 최소 현장경험이 15년은 되어야 한다고 한다. 독일 기업들이 내연기관에 한해선 ‘원조’라는 자부심과 기술력에 기초해 자신들만의 노하우로 차를 만들었기 때문에 정비가 특히나 어렵다고 한다.

일단 구체적으로 어떻게 어려운지를 정비 경력 30년 이상의 베테랑 정비사분들께 여쭤봤다.

[김종남 정비사]
"(벤츠는) 한 S500 정도까진 거의 (비교적 쉽게 정비)할 수는 있는데 그 이상으로 가면 엔진을 내려야 되는 부분들이 생기기 때문에 아우디 같은 경우에는 엔진 내에 들어가는, 엔진룸 안 공간이 되게 비좁아요. 앞쪽을 수리를 하려고 하면 앞에 범퍼나 라디에이터 등 서포터 같은 걸 다 탈거한 상태에서 작업이 들어가야 돼요."

브랜드별로 특징은 조금씩 다르지만 요약하면 이렇다. 먼저 간단한 수리를 하려고 해도 그 부품뿐만 아니라 엔진까지 들어내야 하는 번잡스러움. 또 공간이 널널한 국산차나 미국산 차에 비해 엔진룸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어 수리 자체가 어렵다고 한다.

정비사에게조차도 낯선 기능이 많아서 별도 교육을 받지 않는 이상 정비가 힘들단 얘기도 있었다.

[박병일 명장]
"예를 들어서 우리가 (차량의) 기아를 뺐어요, 기아를 N(중립)에 놨어요. 근데 (차가) 약간의 내리막길에 있잖아요? 조금 이따가 차가 굴러. 그러면 우리 현재 우리나라(국산차)는 아직 대책 없죠. 근데 그 차(독일차)는 크락션을 눌러 스스로. 그런 안전 알고리즘이 너무 많아요."

정비사들끼리도 경력이 최소 어느 정도는 되어야 독일차를 맡길만하다고 본다고 한다.

첫째 이유는 독일차의 역사와 기술 경쟁력. 독일은 내연기관 자동차가 처음 발명된 곳으로서 20세기 내내 자동차 기술발전을 이끌어왔다. 세계 1·2차 대전 동안 발전한 기계공학 기술, 또 일찍이 고속도로 ‘아우토반’을 설치해 온갖 기술을 시험할 토대가 마련되어 있기도 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기술을 선도하다보니 내연기관 자동차 기술 자체가 매우 다양하고, 다른 나라 정비사들 입장에선 처음 보는 장치도, 부품도 많은 것이라고 한다. 차량용 도어록, 충격흡수식 차체, 잠김 방지 브레이크 시스템(ABS) 등 독일에서 발명해 지금은 세계로 퍼진 기술도 부지기수다.

두번째 이유는 우리가 접하는 독일차 브랜드 대부분이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것.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구축을 위해 독자적인 부품 체계를 갖추다보니 심지어 볼트와 너트 모양까지도 제각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부품 자체가 공유 모델이 없어요. 그러니까 자기네 독점적인 부품 이외는 쓸 수가 없습니다. 얘네들이 끼고 빼고 정비하는 방법이 또 달라요. 그리고 요새 전기전자 시스템이 많아지면서 자기네 전용 포터블 장비가 아니면은 (엔진 수치) 측정이 불가능한 거죠."

미국이나 한국, 일본 같은 곳에서 생산하는 차량들은 일단 많이 파는 게 가장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모든 면에서 최대한 보편적이고 대중적인 방식을 택한다. 그러나 프리미엄 브랜드가 많은 독일차는 ‘아무나 탈 수 없는 차’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오히려 정반대 되는 전략을 택한 거다.

그러다보니 이런 고급 독일차 브랜드는 정작 자국에선 그리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지 못하는데, 지난해 독일 국내 신차 브랜드 점유율을 보면 폭스바겐을 제외하곤 10% 이상을 차지한 자국 브랜드는 없다. 대신 현대 기아차를 포함해 값싼 외국 브랜드가 시장을 60% 가까이 점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전기차가 대세가 되면서 오히려 불리하게 되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내연기관 기술력으로 100년 넘게 쌓아온 명품 이미지가 전기차 시장에선 무용지물이기 때문.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프리미엄 브랜드라는 것은 지난 100년 동안 내연기관 중심으로 오면서 운전 감각 또 진동 소음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모여서 명품 이미지가 된 거지, 엔진 변속기를 빼고 배터리 모터가 들어가서 명품 이미지가 계속 간다는 보장은 없거든요. 옛날의 사고 방식 가지고 그대로 가면은 아마 무너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