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라피뇨보다 맵다"… 의외로 '캡사이신' 많은 고추 4가지

캡사이신(Capsaicin)은 고추류에 존재하는 알칼로이드 화합물로서 매운맛을 내는 성분이다. 최근 학계에서는 이 성분의 항산화·항염증 작용 및 심혈관 보호와 관련한 잠재적 유용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캡사이신의 함량을 가늠하는 대중적인 척도로 흔히 쓰이는 품종이 바로 할라피뇨(Jalapeño)로, 스코빌 지수(SHU) 2,000~8,000을 기록하며 일반적으로 '적당히 매운 고추'의 기준으로 통용된다.
그런데 실제로 살펴보면, 우리 주변에는 할라피뇨의 수치를 훌쩍 뛰어넘는 고추들도 다수 존재한다. 이에 영양 전문가들의 분석과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할라피뇨보다 캡사이신 함량이 높은 고추 품종들을 소개한다.
1. 청양고추
청양고추의 스코빌 지수는 약 4,000~12,000으로, 할라피뇨(최대 8,000) 대비 최대 1.5배가량 많은 캡사이신을 함유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흔하게 소비되는 품종이나, 캡사이신 밀도는 할라피뇨를 크게 상회한다. 캡사이신은 체내 통각 수용체 중 하나를 활성화하여 열감을 유발하며, 내인성 엔도르핀 분비를 촉진할 수 있다. 이러한 기전은 통증 완화 및 기분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캡사이신은 주로 씨와 태좌(흰 속 부분)에 집중되어 있으므로, 이를 제거하여 매운맛의 강도를 조절할 수 있다.
2. 카이엔 페퍼 (Cayenne Pepper)
카이엔 페퍼의 스코빌 지수는 30,000~50,000으로 할라피뇨보다 최대 6배가량 높다. 고성능 액체 크로마토그래피(HPLC) 측정 결과, 건조 분말 기준 캡사이신 함량은 약 1,320mg/kg으로 보고되어 소량 섭취로도 유의미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카이엔 페퍼의 캡사이신은 체내 열 생성(Thermogenesis) 과정을 자극하여 일시적으로 기초대사량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2022년 국제 학술지 '뉴트리언츠(Nutrient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식이 캡사이신이 심혈관계 대사 기능 개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타민 A·C 및 항산화 플라보노이드 역시 풍부하다. 수프나 볶음 요리 등에 소량 첨가해 섭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위장관이 예민한 경우 소량부터 시작하여 점진적으로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권장된다.
3. 타이 버드아이 고추 (Thai Bird's Eye Chili)
일명 '새눈 고추'로도 불리는 타이 버드아이 고추의 스코빌 지수는 50,000~100,000으로, 할라피뇨 대비 최대 12배 높은 매운맛을 낸다. 2026년 국제 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플랜트 사이언스(Frontiers in Plant Science)'에 발표된 연구(Zhang et al.)에 따르면, 조사 대상 7개 품종 중 하바네로, 타이 버드아이 고추, 세라노 순으로 캡사이신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손가락 한 마디 정도의 작은 크기임에도 과육 안쪽 태좌 조직에 캡사이신이 밀집되어 있어 무게 대비 강한 매운맛을 낸다. 이 캡사이신 성분은 통증 전달 물질인 P물질(Substance P)의 분비를 억제하여 소염 및 진통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주로 베트남 쌀국수, 태국식 볶음 요리, 해산물 소스 등에 1~2개를 통째로 넣어 향을 내는 데 활용된다.
4. 하바네로 (Habanero)
하바네로의 스코빌 지수는 100,000~350,000으로, 할라피뇨 대비 최대 40배 이상의 캡사이신을 함유한다. 앞서 언급된 2026년 연구에서 하바네로의 캡사이신 함량은 건조 중량 기준 4,777±588mg/kg으로 측정되어 비교 품종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하바네로에 고농축된 캡사이신은 심혈관계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소량(약 1/4 조각)만 소스나 마리네이드에 첨가해도 일반적인 매운 소스보다 훨씬 강한 풍미와 효과를 낼 수 있다. 다만 매운맛이 매우 강하므로 취급 시 반드시 일회용 장갑을 착용하고 점막 접촉을 피하도록 주의해야 한다.
영양사인 재키 뉴전트(Jackie Newgent, RDN, CDN)는 건강 전문 매체 '라이브스트롱(Livestrong)'을 통해 "고추에 함유된 캡사이신은 항산화, 항염증, 항암 및 심장 보호 등 다양한 건강 증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성분"이라고 설명했다. 단, 위장관이 예민하거나 고혈압, 당뇨 등의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의 경우, 잠재적인 상호작용 및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섭취 전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하는 것이 권장된다.
김진우 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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