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린 스티븐슨, 요즘은 어때? ‘전미랭킹 3위’ 앨라배마 농구에 녹아들다

[점프볼=한찬우 인터넷기자] 미 대학농구 앨라배마대는 빠른 템포의 농구를 지향하는 팀이다. 평균 득점이 90.0으로 전미 1위다. 이 팀에서 최근 15경기 연속 선발 출장하고 있는 선수가 있다. 재린 스티븐슨(19, 211cm)의 이야기다.
‘태종대왕’ 문태종(49)의 아들로 익히 알려진 스티븐슨은 키 211cm의 장신 포워드다. 스티븐슨이 1학년이던 지난 시즌 앨라배마대는 ‘2024 NCAA 남자농구 토너먼트’에서 역사상 첫 4강에 올랐다. 스티븐슨은 클렘슨대와 8강전에서 3점슛 5개 포함 19점 3리바운드로 맹활약했다. 이후 스티븐슨은 NBA 드래프트 참여를 선언했으나 철회한 후, 다시 앨라배마대로 돌아왔다.
적응기와도 같았던 1학년 시즌을 마친 뒤 2학년이 된 스티븐슨은 어떤 모습을 보이고 있을까. 그는 올 시즌 개막 경기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앨라배마 팀을 통해 나는 여전히 더 발전할 수 있다. 더 강해질 수 있다. 우리는 좋은 팀이고 챔피언이 되고 싶다.”
챔피언에 대한 의지가 통한 걸까. ‘4강 기적’을 이뤘던 앨라배마대는 올 시즌 더욱 안정감을 찾았다. 앨라배마대는 10일(한국 시각) 기준 20승 3패로 AP랭킹 3위에 올라있다. 휴스턴, 켄터키 등 대학 농구 강팀과의 맞대결에서 승리를 거두며 순항하고 있다.
지난 시즌 스티븐슨은 팀이 치른 37경기를 모두 출전했다. 핵심 벤치 멤버로 출장해 16.6분을 뛰며 5.3점 2.7리바운드를 기록했다. 그중 선발로는 다섯 경기를 소화했다.

올 시즌 스티븐슨은 ‘전미랭킹 3위’ 팀 주전 멤버로 도약했다. 23경기 중 19차례를 선발로 뛰었다. 시즌 기록은 4.8점 3.6리바운드 0.7블록슛. 최근 15경기에선 모두 주전으로 나섰다.
앨라배마대는 전미에서 가장 빠른 템포의 농구를 추구한다. 올 시즌 평균 득점(90.0)은 전미 1위다. 지난 시즌 역시 1위였다. 전·후반 20분씩 총 40분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득점력이다. 하지만, 앨라배마대에서 스티븐슨이 선발을 꿰찬 이유는 오히려 그의 수비와 리바운드 능력에서 찾을 수 있다.
빠른 농구를 지향하는 앨라배마대는 ‘쓰리 가드’ 시스템까지 적극 기용한다. 비교적 신장이 작고 빠른 가드를 배치함으로써 상대를 빠르게 압박하고 템포를 올린다. 특히 마크 시어스(185cm, G), 에이든 할로웨이(185cm, G), 라바론 파일론(193cm, G) 등 가드진은 앨라배마대 공격력의 원천이다.
가드를 내세운 라인업의 약점은 높이와 리바운드에서 드러난다. 이 조합에서 스티븐슨의 가치를 찾을 수 있다. 스티븐슨, 그랜트 넬슨(211cm, F)의 장신 포워드 조합은 공·수 리바운드 높이 싸움에서 큰 도움을 준다.
스티븐슨의 수비 가치는 단순히 큰 키에서만 비롯되지 않는다. 신장 대비 가벼운 체중(95kg)은 민첩한 온볼 수비 능력으로 나타난다. 스티븐슨이 빅맨보다는 핸들러와 윙을 주로 수비하는 이유다. 큰 신장과 더불어 재빠른 몸놀림을 지니고 있으니, 미스매치에 큰 약점이 없다.

앨라배마대의 최근 경기에서 스티븐슨의 수비 진가가 크게 발휘됐다. 지난달 26일 루이지애나주립대(LSU)전에서 스티븐슨은 상대 에이스 캠 카터(190cm, G)를 주로 막았다. 카터는 최근 3경기 평균 19.6점을 올리고 있는 주 득점원이었다. 그는 스티븐슨의 단단한 수비에 고전했다. 카터는 외곽슛으로 풀어나가고자 했지만, 이날 시도한 3점슛 7개 중 1개만을 성공하는 데 그쳤다.
결국 스티븐슨은 카터를 17점으로 묶는 수비를 펼쳤고, 그 과정에서 스틸 3개도 추가했다. 스티븐슨이 3점에 그쳤음에도 30분 출전을 한 이유다. 이날 팀 내 가장 많이 뛴 스티븐슨에 힘입은 앨라배마대는 80-73 승리를 거뒀다.
이처럼 스티븐슨은 수비에선 빛나고 있지만, 아직 공격에서는 개선될 부분이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우선, 주요 지표가 지난 시즌 대비 하락했다. 득점(5.3-4.8), 야투성공률(41.8%-36.8%), 3점슛 성공률(31.7%-23.8%) 모두 떨어졌다. 코너 3점슛, 풋백 득점 등 공격 옵션이 한정되다 보니 맞닥뜨린 결과다.
다행히 최근 들어 스티븐슨은 공격 부문에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5경기 야투 성공률은 44%, 3점슛 성공률은 36%로 준수하다. 이 구간에서 팀도 5연승을 거뒀다. 중거리슛과 3점슛의 좋은 흐름이 이어진다면 팀 스페이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게다가 스티븐슨은 신장 대비 훌륭한 기동력을 갖추고 있다. 앨라배마대에는 공격력 강한 선수들이 이미 즐비하다. 트랜지션 상황 시 스티븐슨은 이들과 같이 달릴 수 있다. 빠른 템포의 농구에 기여할 수 있는 선수다.
스티븐슨을 지칭하는 수식어 중 하나는 ‘글루 가이(Glue Guy)’다. ‘글루 가이’란 이타적인 플레이로 팀을 하나로 만드는 선수를 지칭한다. 이들은 주로 스크린, 리바운드, 허슬 플레이를 펼친다. 스티븐슨도 본인만의 ‘접착력’으로 팀에 기여하고 있다. 전미 최고의 공격력을 지닌 앨라배마대에서 그가 주전으로 낙점받은 이유다.
대학 선수들의 NBA 드래프트 가능성을 속단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아직 2학년 시즌을 마치지 않은 스티븐슨에게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 차례 드래프트 철회의 경험이 있다 보니 이러한 예측은 더욱 시기상조로 다가온다.
그럼에도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NBA를 비롯한 프로팀에서도 ‘글루 가이’에 대한 수요는 항상 있다. 공수 균형을 가져다주고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선수는 늘 인기가 많다.
앨라배마대는 곧 중요한 일정을 앞두고 있다. ‘전미 랭킹 1위’ 어번대와 오는 16일 만난다. 이후 NCAA 토너먼트와 같은 큰 무대들도 기다리고 있다. 스티븐슨은 자신이 지닌 가치를 맘껏 발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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