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현대차그룹, 전기차 배터리 90% 충전 제한 설정 추진…"안전성↑"

현대자동차그룹이 전기차 화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충전율을 90%로 제한하는 설정을 배포한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전기차 화재가 배터리 결함과 충전 상태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책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이와 함께 전기차 배터리 충전 안전마진(SOC)도 지금보다 보수적으로 제한하는 것도 검토 중이다.

9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는 지난 8일부터 각 브랜드 국내사업본부를 중심으로 '전기차 이슈에 대한 고객 응대 관련 현장 안내' 사내 교육을 실시했다. 이번 사내 교육의 핵심 내용은 전기차 배터리 목표 충전율을 90%로 제한하는 방식을 학습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사내 교육 내용에 따르면 현대차, 제네시스, 기아 전기차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차량 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배터리 목표 충전율을 90%로 제한할 수 있다. 설정 방법은 간단하다. 우선 앱에서 설정할 경우 △현대차 '블루링크' △기아 '기아 커넥트' △제네시스 '마이 제네시스'를 실행시키고, EV 서비스 내 목표 배터리량(충전량)을 90%로 설정하면 된다. 급속충전과 완속충전의 목표 배터리량을 각각 지정할 수 있다.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서 설정하는 것도 복잡하지 않다. 인포테인먼트 '홈' 화면에서 'EV' 메뉴를 선택한다. 해당 메뉴 내에서 '충전관리'로 들어가, '충전목표 배터리량 설정'을 실행한다. 이후 △급속 충전 목표 배터리량 설정 △완속 충전 목표 배터리량 설정을 각각 90%로 지정하면 된다. 위아 같이 설정해두면, 전기차를 급속·완속 충전 시 90%까지만 충전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이 이처럼 전기차 배터리 충전율을 90%로 제한하는 설정을 고객들에게 알리는 것은 배터리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많은 전기차 화재사고가 배터리의 높은 충전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전문가들은 전기차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 '80~90%' 충전을 권장한다. 100%로 충전할 경우 화재나 위험이 높고, 열폭주로 이어지는 시간도 짧기 때문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전기차 충전율을 제한하는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다. 실제 서울시는 9월 말까지 공동주택 관리규약 준칙을 개정,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 지하주차장에 충전율을 90%로 제한한 전기자동차만 들어갈 수 있도록 권고할 예정이다. 전기차 충전율의 제한 방법은 △내구성능·SOC 설정 △전기차 소유자의 목표 충전율 설정 두 가지로 구분된다.

이 중 내구성능·SOC를 낮게 설정하는 것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무선 업데이트(OTA)가 가능하지 않은 차량의 경우 일일이 서비스센터에 입고, 소프트웨어(SW)를 설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전기차 소유자가 직접 충전율을 제한하는 방안을 우선 알리고, 향후 대규모 SOC 재설정 무상수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또 차세대 전기차의 경우 SOC를 현재 3~5% 수준에서 10% 수준까지 상향 조정하는 것도 검토한다. 이럴 경우 전기차 배터리 용량 중 가용량이 줄어, 주행거리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이번 인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로 배터리 제조사, 종류, 충전 등에 관한 고객 문의가 빗발치고 있어, 고객들의 안전을 책임지기 위해서 선제적으로 조치하기로 결정했다"며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의 경우 대부분이 한국 배터리를 장착하고 있어 안전성 측면에서 뛰어나고, 충전률 설정도 간편한 만큼 안전한 전기차 운행에 용이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는 전기차 화재로 커진 국민 불안을 안심시키기 위해 각종 재발 방지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전기차 화재 관련 긴급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는 자동차 업계와 자동차·배터리 전문가, 소방 전문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2일에는 환경부 차관 주관으로 국토교통부, 산업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전기차 화재 관련 회의를 열어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다음 달 초 전기차 화재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또 국토부는 오는 13일 국내 완성차 제조사 및 수입사와 함께 전기차 안전 점검 회의를 열어 배터리 정보 공개와 관련한 입장을 청취한다. 회의에는 현대차그룹, KG모빌리티 등 국내 완성차 제조사와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그룹코리아, 폭스바겐그룹코리아 등 주요 수입차 브랜드 관계자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최근 제조사 및 수입사에 이메일을 보내 회의의 취지 및 목적, 논의할 사안 등을 전달했다.

류종은 기자 rje312@3protv.com